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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혁재의 사람사진

왼쪽 귀 안 들리는 한수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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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바이올린엔 장애가 없다"

권혁재의 사람사진/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권혁재의 사람사진/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저에게 한쪽 귀가 안 들리는 건 여백이 아니고 또 다른 채움이에요”
오는 15일, '한수진 리사이틀 위드워너클래식' 콘서트가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떠오른 한수진의 말이다.

오는 4월 15일 열리는 〈한수진 리사이틀 위드 워너클래식〉 공연은 워너클래식에서 “An die Musik”라는 타이틀로 선보이는 데뷔 음반 발매 기념 공연이다.

오는 4월 15일 열리는 〈한수진 리사이틀 위드 워너클래식〉 공연은 워너클래식에서 “An die Musik”라는 타이틀로 선보이는 데뷔 음반 발매 기념 공연이다.

그는 15세에 5년마다 열리는 비에니아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했다.
이후 정경화의 가르침을 받고, 정명훈과 6회 협연했다.
당시 정명훈은 그를 두고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고 할 정도였다.
더욱이 그는 2023년 대한민국 예술원 음악 부문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이런 그에겐 선천적으로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남다름이 있는 터였다.

그런데도 이러한 남다름을 그는 ‘또 다른 채움’이라고 한 게다.
“어쨌거나 저는 남들과 소리를 다르게 듣는 거잖아요.
악기 소리가 바로 제 왼쪽 귀에서 들리지 않고 다른 쪽 귀로 들리기에
한편으론 객관적으로 소리가 들리고, 또 한편으론 주관적으로 들리죠.
이 둘이 합쳐져 남들과 다른 저만의 독특한 소리, 소리가 나는 겁니다.”

한수진은 들리지 않는 한쪽 귀가 결국 자신에게 축복이 되었다고 했다. 그로 인해 연주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기만의 소리가 만들어 졌다는 의미였다.

한수진은 들리지 않는 한쪽 귀가 결국 자신에게 축복이 되었다고 했다. 그로 인해 연주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기만의 소리가 만들어 졌다는 의미였다.

더욱이 그는 한창이던  스물다섯 살 즈음 또 다른 난관을 겪었다.
“열여덟 살에 턱관절 수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어요.
통증이 오면 어떤 진통제를 먹어도 효과 없이 까무러치는 상태였어요.
그래도 버티며 연주를 해왔어요.
이 아픔과 아울러 저를 지켜보는 부담스러운 시선에 슬럼프로 이어졌죠.
더는 버틸 수 없어 수술과 회복에 1년 반이 걸린다는데도 수술했습니다.
솔직히 당시엔 재충전의 기회라며 수술을 외려 달갑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치료에 꼬박 6년이 걸렸어요.
음악인으로 산다는 게 정말 축복 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갈수록 간절해지더라고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겐 음악이 구원이에요.”

지난해 9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특별한 연주를 했다.
장애·비장애인 통합 뷰티플 마인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었다.

당시 그에게  뷰티플 마인드와 협연한 이유를 물었다.
그의 답은 “제게 음악이 구원이었듯 그들에게도 구원일 테니까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