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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략? 지지율 앞서자 너도나도 ‘토론 패싱’하는 후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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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토론회는 후보의 비전과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창구 중 하나다. 주목도가 높은 대선 TV토론은 승패를 가르는 변곡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4·10 총선에서 여야 후보들의 ‘토론회 패싱’이 이어지고 있다. 우세 지역 후보가 토론회에 불참하는 사례가 많다. 정책 실종 선거의 민낯이 여기서도 드러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월 29일 광주 서갑 선관위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후보의 자리가 비어 있다. 조 후보는 건강상 이유로 토톤회에 불참했다. 중앙포토

3월 29일 광주 서갑 선관위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후보의 자리가 비어 있다. 조 후보는 건강상 이유로 토톤회에 불참했다. 중앙포토

전북 전주을의 이성윤 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26일 KBS 전주방송 토론에 불참했다. 해당 방송사가 자신의 공약인 ‘김건희 종합 특검’을 ‘김건희 여사 종합 특검’으로 바꿔 자막을 내보내겠다고 통보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이 후보는 두 차례 당 경선 토론을 포함해 총 네 차례 토론에 불참했다. 경쟁자인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와 진보당 강성희 후보는 “후보 자질이 없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KBS전주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3월 26~27일 전주을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면접 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50%, 정 후보 13%, 강 후보 8%였다.

민주당 텃밭인 광주 서갑의 조인철 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29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법정 토론에 “열이 나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토론은 하헌식 국민의힘 후보와 진행자의 대담으로 변경됐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의 박덕흠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26일 남부권 신문3사 토론에 다른 일정이 있다며 불참했다. 토론은 이재한 민주당 후보와 진행자의 대담으로 바뀌었다. 박 후보 역시 복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

여당 세가 강한 충북 제천-단양의 엄태영 국민의힘 후보도 지난달 28일 지역 시민단체가 주최한 환경정책 토론회에 후보 출정식 등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토론 불참은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서울 노원갑의 현경병 국민의힘 후보는 선관위 주관 법정토론에 불참했다. 노원갑은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논란이 일자 현 후보는 진료 기록지 등을 공개하며 “복합 감기 증세에 어지러움까지 겹쳐 도저히 참석할 건강 상태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세종에서는 세종갑의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달 28일 세종 여성연대 토론회에, 세종을의 강준현 민주당 후보가 그 이튿날 CMB 토론회에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고양신문 주최로 열린 3월 27일 고양갑·을 후보자 토론회에서는 후보 3명이 불참했다. 고양을의 한준호 민주당 후보와 고양갑의 한창섭 국민의힘 후보는 개인일정을 이유로, 고양갑의 김성회 민주당 후보는 한 후보가 불참했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후보들의 토론 불참이 이어지자 김부겸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1일 “우세 지역 후보 중 일부가 토론에 불참하는데 옳지 않다”며 “우세 지역일수록 더 겸손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2일 “토론 불참이 특정 후보 개인의 당락에는 결정적이지 않더라도, 당 전체에는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이 후보의 자질보다는 정치세력간 대결 양상으로 흐르면서 일부 후보들이 복잡하고 수고스러운 토론을 회피하고 있다”며 “국민 알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토론 패싱 논란이 국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대중은 내가 누구고 얼마나 성공적인 대통령이었는지 안다”며 경선 토론 불참을 선언했다. 공화당 경선 주자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의 “겁쟁이”(coward)라는 비난에도 총 5차례 토론에 불참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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