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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으로 오른 사과·배…물가 3.1%↑, 두달 연속 ‘3%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과일 코너를 찾아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과일 코너를 찾아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 번 불붙은 과일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름값까지 들썩인다. 물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한복판 변수로 떠올랐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년=100)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1% 올랐다. ‘3’이란 숫자는 상징적이다.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2%대)와 거리가 있어서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 3%대를 맴돌다 6개월 만인 올해 1월(2.8%) 2%대로 내려왔다. 한풀 꺾이나 싶었는데 2월 3.1%로 올라선 뒤 2개월째 3%대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장바구니 물가를 잡으려는 정부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축·수산물 물가가 11.7% 올랐다. 2021년 4월(13.2%)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특히 농산물이 20.5% 올랐다. 2월(20.9%) 이어 두 달 연속 20%대 상승률이다.

‘금(金) 사과’가 대표하는 신선 과실이 40.3% 폭등했다. 2월(40.6%)에 이어 두 달째 40%대 상승세다. 사과(88.2%)는 2월(71.0%)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0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상승 폭이다. 배(87.8%)의 전년 대비 상승률도 역시 최대다. 토마토(36.1%)·파(23.4%) 등 채소류는 10.9% 올랐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총선 민심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농·축·수산물 유통을 상징하는 가락시장을 공식 선거운동 출정식 장소로 선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주요 공격 소재로 삼을 정도다.

결국 대통령도 움직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기 위해 납품단가, 할인판매 지원과 같은 ‘특단의 조치’를 하고 있지만 국민 부담이 해소되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며 “물가 안정을 국민이 체감할 때까지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 자금을 무제한, 무기한으로 투입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작황 부진과 맞물린 먹거리 물가 고공행진은 단기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물가를 식힐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석유류 물가마저 불안하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1.2% 올랐다. 1월 -5.0%→2월 -1.5%로 하락 폭을 줄이더니 오름세로 돌아섰다. 석유류 물가가 오른 건 지난해 1월(4.1%) 이후 14개월 만이다. 지난해 연말 L당 1600원대로 떨어졌던 서울 주유소 휘발윳값은 지난달 다시 L당 1700원대로 올라섰다. 석유류는 각종 공업제품은 물론 에너지 물가 전반에 파급력이 크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물가가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는 2.4% 올라 전달(2.5%)과 비슷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해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는 3.8% 올랐다. 지난해 10월(4.5%)→11월(3.9%)→12월(3.7%)→2024년 1월(3.4%)까지 둔화하다 2월(3.7%)부터 반등세다.

정부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6%다. 전망치이자 희망을 담은 목표치이기도 하다. 물가가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거라곤 예측했지만, 한국은행의 최근 진단보다 더 ‘울퉁불퉁(bumpy)’한 불안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이날 주재한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세계 주요국의 물가 흐름을 보면 상승·하락을 반복하며 마지막 단계에서 굴곡 있는 흐름을 띤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물가 상승의 고삐는 조였다. 3월에 연간 물가가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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