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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중장거리급 탄도미사일 발사…극초음속 엔진 추력 시험한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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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올해 1월 1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올해 1월 1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일 동해상을 향해 발사한 중장거리급 탄도미사일(IRBM)은 극초음속으로 추정되며, 고체연료 엔진의 성능 개량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가 대폭 향상되고, 기습 발사가 용이해져 한·미·일의 대응은 어려워진다는 의미가 있다. 북한이 지난달 고체연료 엔진의 지상분출 시험을 하며 밝힌 “무기 체계 개발의 시간표”를 착착 이행해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2일 “오전 6시 53분 북한이 평양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을 포착했다”면서 “미사일은 600여㎞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화성-12형 등 괌 타격권의 사거리 3000~5500㎞ 탄도미사일을 ‘중장거리급’이라 밝히고 있으며, 군은 이를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하고 있다.

합참은 이날 탄도미사일의 비행 거리·속도 등 특징을 고려할 때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의 고체연료 추진체의 추력 시험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3월에 북한이 공개 보도했던 고체연료 지상 실험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올 1월 북한 관영 매체들은 처음으로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19일엔 “미사일총국과 산하 발동기연구소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미사일의 ‘다계단 고체연료 발동기(엔진)’의 지상분출 시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북한은 “무기 체계 개발 완성의 시간표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는 추진체(엔진)의 추력 성능이 기존에 비해 향상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미사일은 최고 고도 100㎞ 이내, 비행거리는 600~650㎞로 추정된다. 기존과 대비해 같은 거리를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갔고, 추진체의 1·2단이 분리되는 등 다단계 엔진의 특성도 포착됐다고 한다. 그만큼 엔진의 힘이 세졌고, 사거리는 대폭 늘어난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지난 19일 실시한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미사일의 고체연료 엔진 연소시험.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 19일 실시한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미사일의 고체연료 엔진 연소시험. 조선중앙통신

북한의 IRBM 미사일은 미국령 괌이 사정권에 들어오는 수준인데, 다단계 엔진을 장착하면 사거리는 이를 넘어설 수 있다고 국내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27(사거리 5000~8500㎞) 수준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괌을 넘어 하와이나 미 본토 알래스카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이번 발사에서 엔진의 2단 분리를 통해 속도를 더욱 높이면서 극초음속의 기준인 마하 5(6120㎞)를 훨씬 상회하는 속도가 나왔을 수도 있다”면서 “시험에 성공했다면 지금은 괌을 타깃으로 하는 중장거리 미사일의 사거리가 훨씬 늘어난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 시험한 게 극초음속 미사일이 맞다면, 일반 탄도미사일처럼 상승했다가 하강한 뒤 약간 상승(pop-up)하며 평활 기동(글라이딩)을 하는 궤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활 기동 구간에선 고도 30~70㎞을 비행하며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유지해야 극초음속 미사일로 분류할 수 있다. 한국과 괌에 배치된 주요 대공 방어 수단인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PAC-3 등이 잡아내기 어려운 속도다.

이번 시험 발사가 엔진 시험 뿐 아니라 탄두부인 활공 비행 전투부의 성능 개량을 동시에 노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참도 "탄두 역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실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극초음속 미사일은 특성상 레이더가 탐지할 수 없는 저고도 활공 비행 단계가 있어 북한이 공개하는 비행 거리는 탐지된 600km를 넘길 수도 있다”면서 “발사체의 추력보다는 극초음속 미사일 탄두부의 활공 전투부의 비행 능력 개선에 중점을 뒀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군사 분석 인플루언서인 네이선 헌트가 지난 2022년 북한의 관영 매체 보도 사진을 확대한 모습. 극초음속 미사일 비행 궤적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 @ISNJH

군사 분석 인플루언서인 네이선 헌트가 지난 2022년 북한의 관영 매체 보도 사진을 확대한 모습. 극초음속 미사일 비행 궤적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 @ISNJH

북한은 지난 2021년 9월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을 공개한 뒤로 성능 개량을 지속해왔다. 지난 2022년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시험 발사에선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가 600㎞를 날아간 뒤 활공 재도약해 1000㎞에 설정된 표적을 명중했다고도 했다. 이어 올해 1월부터는 고체연료 엔진을 활용한 극초음속 미사일 성능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을 노린 ‘미사일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고체연료를 적용해 은밀성과 기동성을 확보해 기습 공격의 공포를 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탄약, 탄도미사일 등을 수출해 다양한 이익을 거두는 가운데 러시아를 비롯한 전세계 ‘무기 바이어’를 향한 쇼케이스 성격의 세일즈 시도의 일환일 수도 있다.

美전략폭격기 한반도 전개…올해 첫 한·미·일 공중 훈련

지난해 12월 20일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가 전개한 가운데 한·미·일 공군이 제주 동방의 한일 간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구역에서 한미일 공중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합참 제공

지난해 12월 20일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가 전개한 가운데 한·미·일 공군이 제주 동방의 한일 간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구역에서 한미일 공중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합참 제공

북한이 탄도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2일 한·미·일은 올 들어 첫 번째 3자 공중훈련을 진행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한·미·일은 미국의 B-52H 전략 폭격기가 전개한 가운데 제주 동남방의 한·일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 구역 일대에서 공중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군에선 B-52H 전략폭격기 외에도 F-16 전투기가 참여했으며,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 등이 참가했다.

이번 훈련은 지난해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실시된 것이다. 한·미·일은 지난해 10월 첫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같은해 12월에도 B-1B 전략폭격기 등이 참여한 3자 공중훈련을 진행했다. 3국 국방 수장은 다년 간의 3자 훈련 계획에 합의하고 이를 올해부터 구체화·정례화하기로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와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3국은 3자 훈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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