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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尹담화에 입장 없다" 무대응…일각선 "협박 구체화"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문에 대해 의료계는 대체로 실망감과 허탈함을 토로했다. “대화하자”는 메시지가 있었지만 2000명 증원 방침에 대한 확고함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일부 의료계 인사들은 “애초에 기대한 게 없었다”거나 “협박을 구체화했다”며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1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대기중인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1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대기중인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빅 5 병원 필수과 A 교수는 “큰 기대도 안 했지만, 지금까지 박민수 (복지부) 차관 등 관계자들이 얘기한 내용을 그대로 정리해 발표한 것”이라며 “대국민 담화라기보다 총선 전 지지율 하락에 따른 지지자 달래기 정도로 밖엔 안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 B 교수는 “대통령 대국민 담화로 이제 전공의 복귀, 의대생 유급 사태의 해결은 수습이 어려워졌다”라며 “장기간 사태가 지속될 것이고 혼란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사태 악화를 우려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담화문에서 밝힌 내용이 이전 정부 발표 내용의 총합”이라며 “기대했던 만큼 실망하게 된 담화문”이라고 짤막하게 논평했다. 김 위원장은 “기존 비대위 발표 등에서 여러 자료를 들어 반박해왔고 추가로 반박할 이유가 없다”라고도 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을 주도한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의 방재승 위원장은 “이번 정부는 현 의료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걸 확인한 담화문이었다”라며 “다신 전공의들이 안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총회를 열고, 담화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이 의료계에 통일된 안을 요청한 데 대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정작 이번 사태의 당사자 격인 전공의들은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강경 발언으로 의료계 스피커 역할을 해왔던 인사들은 비판 수위를 더 높였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페이스북에 대통령 담화를 두고 “협박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적었다. 노 전 회장은 “대통령은 유화책을 발표하지 않았고 전공의들에 대한 처벌을 예고했다”라며 이렇게 썼다. 또 “통계 중 유리하고 필요한 것만 쏙쏙 빼서 말하고 불리한 통계는 모조리 빼놓았다”라며 “편향된 정보의 제공, 그것이 권력의 횡포”라고도 비판했다.

노 전 회장은 대통령을 ‘당신’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그는 “당신의 말씀대로 8800명 또는 그 이상의 의사들에 대해 면허정지를 시행해야 하고 그 때문에 의료가 마비된다면, 당신이 말하는 정치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앞서 노 전 회장은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정부는)전공의 처벌 못 한다” 등 발언을 해왔다. 그간 ‘낙선 운동’ ‘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을 주장해 온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도 “입장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면서 무대응 원칙을 밝혔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가진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정례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 발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가진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정례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 발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일부 인사가 무대응으로 일관하거나, 날 선 메시지를 내놓는 것을 두고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강성파 인사들의 발언은 전체 의사들의 생각을 대변하지 않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부각될까 염려된다”면서 “대통령이 처음으로 ‘대화하자’고 한 것 자체는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료계가 보기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근거와 제안을 갖고 토론하면 되는 것”이라며 “많은 국민이 불편과 피로를 느끼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정책 후퇴나 철회를 요구하기보단 합리적으로 정부, 나아가 국민까지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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