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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국민 담화에도…대학들 “의대생·교수 마음 돌아서지 않을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대기중인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1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대기중인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1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을 비쳤지만, 대학가에선 “의대생 집단 휴학과 교수 사직 사태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반응이 나왔다.

이날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있다”고 말했다. 또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안해야 한다”고 했다.

“집단 휴학, 개강하면 못 막는다”…대치 장기화 전망

대학 관계자들은 “학교가 직면한 학생들의 집단 휴학, 교수 사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한 수도권 사립대 총장은 “이번 담화에 학생, 교수들 마음이 돌아설 것 같지는 않다”며 “적어도 다음 달엔 수업일수를 맞추기 위해 개강해야 하는데 그때는 우리도 요건을 갖춘 휴학계를 승인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까지 제출된 의대 학생들의 유효 휴학계는 1만 242건으로 전체 의대생의 54.5% 수준이다.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성균관대·중앙대·강원대·원광대 등은 개강일을 또 한 번 연기했다.

정부가 대학별 의과대학 정원 배분을 확정 발표한 가운데 22일 대구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으로 텅 비어 있다. 뉴스1

정부가 대학별 의과대학 정원 배분을 확정 발표한 가운데 22일 대구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으로 텅 비어 있다. 뉴스1

사태가 총선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사립대 총장은 “함께 대통령 담화를 본 의대 학장, 병원장들이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며 “정부와 의사 모두 자신들의 주장만 하니 해결이 요원해보인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생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이날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전체 의대생(1만 8700여명)의 약 70%인 1만 3057명이 집단소송에 참여했다.

부속병원 수입 줄며 교수 임금, 의대 교육비도 흔들

대학에서는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의대 증원 준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 공백 사태로 인해 대학 부속병원의 자금난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의 한 부총장은 “부속병원에서 하루에 3~4억원씩 손실이 난다”며 “사태가 길어지면서 재단 수입도 줄어드니 급여 펑크 위험에 구성원 반발까지 견뎌내느라 학교는 압사 직전”이라고 말했다.

충청권에 있는 한 대학 총장은 “의대 증원을 앞두고 실습 부속병원의 신축, 인테리어 등에 수백억 원이 필요한데, 최근 병원 수입이 줄며 완공까지 연기될 판”이라며 “사태가 길어지면 지방의 소규모 실습 병원은 줄줄이 도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특별회계 신설해 의료개혁 뒷받침”

의과대학·대학병원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줄이기로 한 1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 교수연구동 인근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대학병원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줄이기로 한 1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 교수연구동 인근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학 교육 단체는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해 지원이 먼저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의학교육학회는 이날 성명문을 내고 “정원 규모에 부합하는 교육여건 조성이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학교육학회는 회원 대부분이 의대 교수로 이뤄진 의학교육 학술 단체다. 이들은 “교육을 담당하는 임상교수를 확보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진료 시간을 줄여주고 학생과 전공의 교육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의학교육 내실화를 위해 정부가 의학교육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관련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경북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본과 시작까지 약 3년의 기간 동안 대학이 수준 높은 의학 교육을 위해 충분히 준비하도록 정부가 과감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의료개혁을 든든히 뒷받침하기 위한 ‘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신설해 안정적인 재정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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