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최소”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숫자에 매몰될 문제가 아니다”며 이견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의 담화 종료 직후인 1일 오후 한 위원장은 부산 남구 남항시장 지원 유세에서 “다수 국민은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는 것도 바란다”며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숫자에 매몰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서주길 바란다”며 “국민의힘은 증원 숫자를 포함해 정부가 폭넓게 대화해 조속히 국민을 위한 결론을 내릴 것을 강력히 요청드렸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부산 북구로 이동해선 “정부도 2000명의 숫자를 고수하지 않고 대화할 거라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국민의힘을 이끈 이후 여러분이 지적하면 안 바꾼 게 있나”며 “정부든 여당이든 여러분이 마음에 안 들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당에서도 수도권과 험지 출마 후보들을 중심으로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인천 동-미추홀을에 출마한 4선의 윤상현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0명에 얽매이면 대화의 빗장이 열릴 수 없다. 조건 없는 의·정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썼다. 전북 전주을의 정운천 후보도 기자회견을 열고 “2000명 고수는 불통의 이미지”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에 출마한 한 후보는 “대통령이 자신만 옳다는 함정에 빠졌다”는 말도 했다.
윤 대통령에게 “탈당하란” 요구도 나왔다. 서울 마포을의 함운경 후보는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공정한 선거 관리에만 집중해달라. 거추장스러운 당원직에서 이탈해주길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썼다. 그는 40일 전 국민의힘 당원이 됐다.
함 후보의 탈당 발언에 대해 터줏대감격인 광역단체장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낙선하게 생기니 역량은 탓하지 않고 대통령 비난하면서 탈당 요구하는 건 감탄고토(甘呑苦吐·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고 일축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가벼운 입을 함부로 놀리냐.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현장을 뛰어라. 그게 답이다”고 썼다.
이처럼 의·정 갈등이 당·정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가 되자 대통령실과 여당의 메시지 조율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위원장 측은 담화 전날까지 “방향 알지 못하지만 톤다운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나오자 대통령실과 공개적으로 삐걱대는 장면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을 비판하는 이도 있다. “남 탓하지 말고 지역구 돌아다니면서 읍소해라”고 한 홍준표 시장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은 대통령을 겨냥할 게 아니라, 의사 단체를 향해 ‘원하는 숫자를 달라’는 메시지를 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