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년중앙] 진돗개와 독도의 공통점은? 천연기념물센터에서 답 찾았죠

중앙일보

입력

산굴뚝나비부터 공룡알 화석까지 
450여 천연기념물 보며 그 가치 배웠어요

우리나라에 있는 동식물 중에는 국가에서 보존·관리하는 천연기념물이 있습니다. 심지어 독도 같은 장소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죠. 역사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큰 천연기념물이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주변에 있는 천연기념물을 그냥 지나칠 수 있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천연기념물센터에서 국가가 인정한 자연유산인 천연기념물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민영·권혜원·변우빈(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대전광역시 서구 천연기념물센터에서 역사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큰 자연물로 국가가 보존·관리하는 천연기념물에 대해 알아봤다.

김민영·권혜원·변우빈(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대전광역시 서구 천연기념물센터에서 역사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큰 자연물로 국가가 보존·관리하는 천연기념물에 대해 알아봤다.

대전광역시 서구 유동로에 있는 천연기념물센터는 자연유산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연구와 전시·교육을 통해 그 가치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07년 개관한 국가연구기관이에요. 자연유산은 역사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큰 동물·식물·지질·천연보호구역 등의 자연물인 ‘천연기념물’,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조성된 문화적 유산인 ‘명승’으로 나뉘죠. 국립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월 29일 기준, 천연기념물은 총 480건이에요. 그중 식물이 274건으로 가장 많고, 동물 102건·지질 93건·천연보호구역 11건이 있죠.

권혜원·김민영·변우빈 학생기자가 천연기념물센터 민홍기 주무관과 함께 천연기념물과 희귀하고 연구적으로 중요한 자연물 표본 450여 점을 볼 수 있는 본관 상설전시실로 향했어요. 우빈 학생기자가 “천연기념물에는 어떤 게 있나요?”라고 물었죠. “천연기념물은 동물(서식지·번식지·도래지 포함)·식물(수림지·자생지·분포한계지 포함)·지질(암석·광물·화석·화석산지·지질구조 등)·천연보호구역이 있어요. 문화재청은 역사적·학술적·경관적 가치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는 경우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합니다. 천연기념물 지정 신청은 국민·지방자치단체장이 문화재청에 직접 하거나, 문화재청장의 권한으로 하는 경우가 있죠. 지정 신청이 접수되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역사적·학술적·경관적 가치를 판단해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결정해요. 이후 관보에 천연기념물 지정 고시를 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소유자에게 지정 통보하면 천연기념물이 됩니다. 동식물의 경우 해당 종의 서식지·번식지 등으로서 중요 지역이거나 해당 지역이 개발 등에 노출되는 등 훼손 위험이 있을 때 종과 그 지역을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도 해요.”

고사로 인해 천연기념물 지정 해제된 ‘문경존도리의소나무’가 상설전시실에 전시돼 있다.

고사로 인해 천연기념물 지정 해제된 ‘문경존도리의소나무’가 상설전시실에 전시돼 있다.

천연기념물 동식물

혜원 학생기자가 상설전시실에 전시된 큰 나무를 보며 “이 나무도 천연기념물인가요?”라고 물었어요. “과거 경북 문경시 산양면 존도리에 있었던 천연기념물이지만 지금은 지정 해제된 ‘문경존도리의소나무’예요. 조선시대 연산군 때 대사헌이던 강형과 그의 아들 3형제가 갑자사화 때 함께 화를 당하자 강형의 맏며느리인 익산 이씨가 아들 5형제를 데리고 시신을 수습해 인근에 묘소를 쓰고 존도리에 정착하면서 심은 나무라고 전해집니다.” 존도리에선 이 나무가 당산목(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는 나무) 역할을 해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에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냈어요.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커 2000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지만 2006년 고사하면서 천연기념물 지정 해제됐고, 천연기념물센터 개관 후 천연기념물 식물에 대해 소개하는 교육용으로 전시하고 있죠. “나무를 자세히 보면 가지·몸통은 진짜지만, 잎·열매는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에요. 이 나무는 존도리 마을에서 신성한 존재였잖아요. 그래서 상설전시실에 전시된 이후에도 마을 주민들이 2~3년 동안 매해 한 번씩 와서 나무 앞에서 제사를 지내곤 했죠.”

잎·가지·열매 등이 들어있는 동그란 통과 서랍, 액자를 통해 다양한 천연기념물 식물을 관찰한 소중 학생기자단.

잎·가지·열매 등이 들어있는 동그란 통과 서랍, 액자를 통해 다양한 천연기념물 식물을 관찰한 소중 학생기자단.

혜원 학생기자가 “천연기념물 지정 해제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질문했어요. “천연기념물 유형마다 해제되는 이유가 달라요. 동물의 경우, 공식적으로 멸종이 확인되거나 서식지·번식지 등이 제 기능을 상실하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해제되죠. 식물은 ‘문경존도리의소나무’처럼 고사하거나 자생지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지정 해제돼요. 지정 해제 후에는 전시·교육·연구 자료로 활용되거나 해당 천연기념물이 있던 지자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기도 해요.” 우빈 학생기자가 “천연기념물 제1호가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이던데, 어떤 기준으로 지정번호를 매기나요?”라고 물었어요. “지정번호는 지정된 순서에 따라 붙어요.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은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되고 지정된 첫 천연기념물이어서 ‘제1호’가 됐죠. 지정번호는 문화재를 서열화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2021년 11월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따라 모든 문화재에 지정번호를 없앴어요.”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은 약 300년 전 마을 주민들이 바닷바람으로 인한 자연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숲으로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은 약 300년 전 마을 주민들이 바닷바람으로 인한 자연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숲으로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미니어처로 만들어진 천연기념물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에 눈을 돌렸어요.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쪽 바닷가에 위치한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은 해안을 따라 형성된 길이 1.5km 폭 30m의 띠 모양 숲이에요. 약 300년 전 마을 주민들이 바닷바람으로부터 농작물과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죠. 숲을 만들어 자연피해를 예방한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죠. 다양한 낙엽활엽수·상록수·덩굴식물들이 자라 물고기 떼를 유인하는 어부림 역할도 해요.”

동그란 통과 서랍 안에 전시된 잎·가지·열매 등을 가까이서 관찰하던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민 주무관이 미선나무를 소개했어요. “우리나라 나무 대부분은 중국·일본에서도 자라지만, 미선나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희귀식물이에요. 미선이라는 이름은 나무 열매가 궁중 가례 의식에 사용된 부채 ‘미선’(尾扇)을 닮아 붙여진 것이죠. 미선나무 종 자체는 천연기념물이 아니며 충북 괴산군 추점리·율지리·송덕리, 충북 영동군 매천리, 전북 부안군 변산면의 미선나무 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어요.”

학생기자들이 만난 천연기념물 식물

천연기념물 중 식물은 그 수가 가장 많아요. 동물처럼 이동하지 않고, 대부분 지질·천연보호구역보다 찾기 쉽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각자 사는 지역에 있는 천연기념물 식물을 만나봤습니다.

서울에 사는 권혜원 학생기자: 서울 신림동 굴참나무
서울특별시 관악구 난곡로35길 28-7
1000여 년 전, 고려시대 강감찬 장군이 꽂은 지팡이가 자란 것이라는 전설이 있어요. 다만 원래의 나무는 죽었고, 그 후계목이 자란 것이며 실제로는 약 300세라고 추정되기도 하죠. 과거엔 매년 정월대보름에 마을의 평안을 비는 제사를 지냈다고 해요. 이 나무가 소원도 이뤄준다고 하는데, 소원을 못 빌고 온 것이 너무 아쉬웠어요.

청주에 사는 김민영 학생기자: 청주 연제리 모과나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연제리 647번지
약 500년 된 이 나무는 굉장히 크고 오래돼 보였어요. 나무껍질 색은 연한 갈색이었고, 표면은 큰 혹이 난 것처럼 울퉁불퉁했죠. 바닥에 떨어져 있던 모과의 모양·색이 애플망고와 비슷했어요. 우리 집 가까이에 천연기념물이 있는지 몰랐는데, 앞으로 친구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알리려고 해요.

화성에 사는 변우빈 학생기자: 화성 전곡리 물푸레나무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149-2번지
나이가 350~360세 정도 됐다고 하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웅장했어요. 6·25전쟁 전까지는 마을 주민들이 이 나무 밑에서 기우제 등을 지냈다고 해요. 근처에는 천연기념물인 독수리도 몇 마리 보였어요. 천연기념물 식물 근처엔 천연기념물 새도 있나 보다 생각했죠. 이 나무가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동물 섹션으로 가자 다양한 천연기념물 동물 박제표본들이 전시돼 있었죠. 혜원 학생기자가 “이 박제표본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라고 물었어요. “천연기념물 동물 사체로 만든 것이에요. 죽은 천연기념물 동물을 박제표본으로 만들거나,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매장·소각하려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해요. 또한 천연기념물 동물 박제표본을 만드는 일은 법적으로 문화재수리기능자만 할 수 있죠. 천연기념물센터에는 문화재수리기능자가 있어 교육·연구·전시용으로 활용 가능한 박제표본을 제작해 일반인이 볼 수 있도록 일부 전시합니다.” 민영 학생기자가 “허가 없이 천연기념물을 수집하거나 훼손하고, 박제로 만들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었어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200만~500만원의 과태료, 2000만~5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2~5년의 징역 처분을 받게 돼요”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천연기념물 ‘참매’, ‘황조롱이’와 ‘흑두루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희귀한 조류여서 보호해야 할 가치가 크다.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천연기념물 ‘참매’, ‘황조롱이’와 ‘흑두루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희귀한 조류여서 보호해야 할 가치가 크다.

천연기념물 동물 중 처음으로 만난 건 산굴뚝나비와 장수하늘소입니다. “산굴뚝나비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극동아시아 지역과 동유럽 일부 지역에 분포하는 온대성 곤충이에요. 우리나라의 경우 한라산 1300m 이상 고지대에서만 관찰돼 대표적인 국지 분포성 나비류로 중요한 생물지리학적 가치를 지녔죠. 장수하늘소는 딱정벌레 중 가장 크고 모양이 우아하며 희귀해 생물학적으로 중요해요. 중국 만주 동북부, 시베리아 우수리 지방, 우리나라 경기도 남양주시 광릉 지역 등에 분포하죠.” 반딧불과에 속하며 ‘개똥벌레’라고도 불리는 반딧불이는 서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례입니다. “반딧불이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은 전북 무주군 설천면 일원이에요. 반딧불이의 먹이인 다슬기·달팽이가 많아 반딧불이가 살기 좋은 환경을 갖췄죠. 천연기념물 정식 명칭은 ‘무주 일원 반딧불이와 그 먹이 서식지’이며, 이곳에 사는 반딧불이만 천연기념물이에요.”

민영 학생기자가 우리나라 토종개인 진돗개 박제표본 소개글에 ‘진도의 진도개’라고 써진 걸 보고 “왜 진돗개가 아니라 ‘진도의 진도개’라고 돼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전남 진도군에 사는 진돗개만 천연기념물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에요. ‘경산의 삽살개’ ‘제주 흑돼지’ 등도 마찬가지죠.” 제주도 흑돼지를 먹어봤다는 소중 학생기자단이 천연기념물을 훼손한 것이냐며 걱정했어요. “‘제주 흑돼지’ ‘제주 흑우’ ‘연산 화악리의 오계’ 같이 사람이 기르는 가축인 돼지·소·닭 등을 ‘축양동물’이라고 해요. 축양동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마릿수가 제한돼 있어요. ‘제주 흑돼지’는 250마리, ‘제주 흑우’는 150마리, ‘연산 화악리의 오계’는 1000마리까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종이 없어지지 않을 정도의 개체 수만 보호하고, 나머지는 증식해서 사람들이 먹거나 기를 수 있죠.” 혜원 학생기자가 “축양동물이 해당 지역을 벗어나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질문했어요. “문화재청에 소유자·변경주소·이동사유 등을 적은 ‘국가지정(등록)문화재 현상변경 허가신청서’를 내야 해요. 허가를 받고 이동시킨 후 결과 보고서도 제출해야 하죠. 구체적인 기간은 없지만, 축양동물 한 개체가 행사 등 단기로 지역을 잠깐 벗어났다가 돌아오는 경우가 아닌 분양 등 장기로 지역을 벗어나면, 그 개체에 한해 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제돼요.”

천연기념물 동물 중 조류에는 대형 수리류인 독수리·검독수리·참수리·흰꼬리수리가 있어요. “독수리는 죽은 동물의 사체를 주로 먹어 ‘청소부’라는 별명이 있죠. 다른 수리류에 비해 검게 보여서 ‘검독수리’로 불리는 검독수리는 사냥을 잘하고, 매우 큰 부리가 인상적인 참수리는 작은 포유류나 오리·갈매기 등 조류를 잡아먹기도 해요. 수리는 철새로, 겨울에 우리나라에 왔다가 봄·여름이 되면 몽골·시베리아로 가죠.” 우빈 학생기자가 “다른 나라를 오가는 천연기념물 동물은 어떻게 관리되나요?”라고 물었어요.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중국·유럽 등 다양한 나라에서 천연기념물이나 그와 유사한 제도가 있어 어떻게 보호할지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천연기념물센터에는 동물연구팀·식물연구팀·지질연구팀·명승연구팀이 있는데, 동물연구팀에서는 천연기념물 동물에 대한 정기조사와 함께 희귀한 종들의 복원 연구, 서식지·번식지 회복 연구, 철새들의 이동 경로 연구 등을 해요.” 민 주무관이 등에 작은 기계를 단 천연기념물 ‘저어새’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죠. “저어새 등에 있는 기계는 ICT 통신 기술을 이용한 위치추적기예요. 동물연구팀 연구원들이 매년 천연기념물인 ‘영광 칠산도 괭이갈매기·노랑부리백로·저어새 번식지’에 조사를 가요. 저어새 성체를 포획해 위치추적기를 달아 보내면 어디로 날아가서 새끼를 낳는지, 며칠을 머무는지, 새끼 낳은 후 이동 경로는 어떠한지 등을 위치추적기가 보낸 신호로 알 수 있고, 이를 분석해 저어새의 생존 환경을 확인하죠. 또 번식지 현장에선 토사유출 방지·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식생매트를 깔아주고 성체 피를 뽑아 친자 확인·성별 구분 등도 해요.”

‘독도 천연보호구역’에서 드론 촬영과 3D 스캐너를 이용해 지형 소실률 등을 알아내는 국립문화재연구원의 연구원들.

‘독도 천연보호구역’에서 드론 촬영과 3D 스캐너를 이용해 지형 소실률 등을 알아내는 국립문화재연구원의 연구원들.

천연기념물 지질·천연보호구역

지질 섹션으로 이동하자 민 주무관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신안 압해도 수각류 공룡알둥지 화석’을 소개했어요. “둥지 지름이 2.3m, 높이가 약 60cm, 무게가 3톤인 국내 최대 규모의 공룡알둥지 화석이에요. 둥지 안에 공룡 알 19개가 있으며, 알 개체 크기는 지름 385~430㎜로, 알의 크기도 국내 최대로 추정되죠. 백악기 후반부 육식공룡의 고생물지리적 분포특성·산란습성·서식환경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예요. 자세히 보면 알이 원으로 나란히 둘러싸여, 공룡도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았다는 걸 알 수 있죠. 여기 전시된 것은 복제품이며 진품은 목포자연사박물관에서 볼 수 있어요.”

특이한 모양·색을 가진 돌도 천연기념물이었습니다. ‘무주 오산리 구상화강편마암’은 어떤 점(핵)을 중심으로 어두운색과 밝은색 광물들이 동심원상으로 번갈아 형성된 둥근 공 모양의 구조인 구상구조를 보이는 암석(구상암)인데요. 구상암은 전 세계 약 100여 곳에서만 발견되고 있죠. “우리나라 대표적인 구상암 산출지로는 전북 무주군 왕정마을 일대가 있어요. ‘무주 오산리 구상화강편마암’에 있는 둥근 핵은 지름이 5~10㎝이고 색깔은 어두운 회색·녹색이에요. 구상암은 대부분 화강암에서 발견되는데, 이 구상암은 편마암에서 발견돼 매우 희귀해요.”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담은 천연기념물 ‘독도 천연보호구역'(위 사진), ‘무등산 주상절리대’.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담은 천연기념물 ‘독도 천연보호구역'(위 사진), ‘무등산 주상절리대’.

뇌록은 녹색을 띤 광물질로, 전통 건축물에 사용돼 온 천연 안료예요. “순조 5년(1805년) 『인정전영건도감의궤』을 보면 창덕궁 인정전을 짓는 공사 기록에 ‘뇌록 20두를 장기현(포항)에서 조달할 것을 명령하였다’고 나와요. 뇌록은 청색·적색·황색·녹색·흑색 등 다양한 색을 이용해 건축물에 문양이나 그림을 그린 전통 채색 기법인 단청에 많이 사용됐죠.” 우리나라에 유일한 뇌록 산출지로 알려진 ‘포항 뇌성산 뇌록산지’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이 됐죠.

천연보호구역 섹션에 있는 독도 모형을 본 소중 학생기자단이 “독도가 천연보호구역인지 몰랐다”고 말했어요. “‘독도 천연보호구역’은 화산 폭발로 만들어졌으며 동도·서도와 주위 89개 부속도서로 구성돼 있어요. 특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독도 사철나무’는 독도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나무(100여 년)로 독도에서 생육할 수 있는 대표 수종의 의미뿐만 아니라 국토의 동쪽 끝 독도를 100년 이상 지켜왔다는 영토적·상징적 가치가 커요. 국립문화재연구원에서는 매년 2~3차례 독도 조사를 합니다. 드론으로 항공사진을 촬영하고, 3D 스캐너로 지형을 기록해 과거 자료와 비교하면서 지형 부피 등을 계산하죠.”

천연기념물 ‘무주 오산리 구상화강편마암’은 구상구조를 보이는 구상암으로, 대부분 화강암에서 나오는 것과 달리 편마암에서 발견돼 희귀하다.

천연기념물 ‘무주 오산리 구상화강편마암’은 구상구조를 보이는 구상암으로, 대부분 화강암에서 나오는 것과 달리 편마암에서 발견돼 희귀하다.

민영 학생기자가 “천연보호구역 11건 중 2011년 ‘창녕 우포늪 천연보호구역’이 11번째로 선정됐다고 알고 있는데, 선정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어요. “천연보호구역은 그곳이 품고 있는 다양한 생물자원과 다른 천연기념물 등을 고려해 선정된 우리나라 최고의 자연 지역이에요. 경남 창녕군 이방면 대합면 일원에 있는 ‘창녕 우포늪 천연보호구역’은 우포늪·목포늪·사지포·쪽지벌 등 4개 늪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배후습지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며 생물지리적·생태학적·경관적 가치가 커요.”

천연보호구역 섹션을 지나자 거대한 털매머드 골격화석이 등장했어요. “털매머드는 약 35만 년 전부터 4000년 전까지 생존했어요. 우리나라에선 털매머드 골격화석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북한에서는 ‘강안리동물화석자리’ ‘장적리동물화석자리’ ‘일신털코끼리화석자리’ 등 털매머드 골격화석이 발견된 3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죠. 천연기념물은 우리나라에 현재 존재하거나 화석처럼 과거에 있었던 흔적이 있어야 지정 대상이 돼요. 털매머드는 우리나라에서 화석조차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천연기념물이 될 수 없죠. 이 털매머드 골격화석은 재일교포인 일본 나가노현 고생물학박물관 박희원 관장이 1994년 시베리아에서 직접 발굴한 표본을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볼 수 있게 기증한 겁니다.”

민홍기(맨 오른쪽) 주무관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털매머드 골격화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털매머드처럼 우리나라에서 화석조차 발견되지 않은 것은 천연기념물 지정 대상이 아니다.

민홍기(맨 오른쪽) 주무관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털매머드 골격화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털매머드처럼 우리나라에서 화석조차 발견되지 않은 것은 천연기념물 지정 대상이 아니다.

상설전시실 옆 기획전시실에선 지질유산 연구자이자 전 문화재위원회 위원인 이광춘·백인성·우경식 교수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지질유산 연구, 3인(人)3색(色)’ 전시가 4월 12일까지 열리는데요. 임종석 센터장이 천연기념물 지질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소중 학생기자단에 전시를 소개했죠. 입구에 놓인 세 교수의 해머를 보고 임 센터장은 “암석·화석을 채취할 때 사용하는 해머"라고 설명을 시작했어요. "해머 등을 이용해 채취한 암석·화석은 원형을 보존해 연구실로 옮겨 연구자들이 현미경 등을 활용해 성분·연대 등을 알기 위해 정밀분석해요. 그 과정에서 암석·화석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죠.” 우빈 학생기자가 “암석·화석을 채취할 때 해머 이외에 필요한 장비들이 더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이광춘 교수가 동굴을 조사할 때 썼던 장비를 볼까요. 동굴 환경·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방수 재질로 제작된 동굴조사복, 동굴 내부 구조물·낙석 등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 어둠 속에서 시야 확보를 위해 머리에 착용하는 헤드랜턴 등이 있죠.”

임종덕(맨 왼쪽) 센터장이 백인성 교수 연구팀의 1999년 경남 하동군 공룡 화석 발굴 현장 재현물을 설명하고 있다.

임종덕(맨 왼쪽) 센터장이 백인성 교수 연구팀의 1999년 경남 하동군 공룡 화석 발굴 현장 재현물을 설명하고 있다.

우경식 교수와 그의 연구팀이 2003년 제주특별자치도 우도에서 채취한 홍조단괴도 볼 수 있었어요. 홍조단괴는 해조류인 홍조류가 모래에 붙어 오랜 시간에 걸쳐 동그랗게 성장한 겁니다. “천연기념물인 ‘제주 우도 홍조단괴 해빈’은 보통 해빈(바닷물과 땅이 서로 닿은 곳이나 그 근처)이 모래와 자갈로 이뤄진 것과 달리 홍조단괴로만 구성돼 있어요. 홍조단괴는 주로 암초 주변에서 관찰되는데 우도처럼 해빈의 주 구성퇴적물을 이루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서 학술적 가치가 높죠.” 백인성 교수 연구팀이 2017년 경남 함안군 군북 지역의 중생대 백악기 전기 퇴적층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발견한 용각류 공룡 발바닥 피부 자국이 찍힌 화석도 살펴봤어요. "이 화석은 약 1억 년 전 생성됐으며, 지름이 50㎝가 넘고 발자국 안에 폭 6~19㎜ 크기의 육각형 요철 피부조직이 벌집 모양을 하고 있죠. 이를 통해 공룡 피부조직과 서식 환경 등을 연구할 수 있었어요."

2017년 경남 함안군에서 국내 최초로 발견한 용각류 공룡 발바닥 피부 화석.

2017년 경남 함안군에서 국내 최초로 발견한 용각류 공룡 발바닥 피부 화석.

이후 소중 학생기자단은 민 주무관과 함께 표본관리동 지질수장고로 향했어요. 표본관리동은 동식물수장고와 지질수장고로 나뉘는데, 동식물수장고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지질수장고는 어린이날이나 센터에서 공지하는 특별행사 때만 들어갈 수 있어요. “2007년 준공된 동물수장고는 490㎡ 크기로, 24시간 항온항습(온도 18±2도, 상대습도 40~50% 이내)시설이 갖춰져 있어요. 동물 박제표본 등 5000여 점이 보관돼 있죠. 2015년 준공된 지질수장고는 525㎡ 크기로, 암석·화석 등 천연기념물 및 기타 연구표본 3000여 점이 상온 보관돼 있어요. 지질수장고에는 천연기념물 이외에도 희소성이 높고 연구 가치가 큰 것들을 보관합니다. 이들이 추후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지질수장고에는 암석·화석 등 천연기념물과 희귀하고 중요한 표본 3000여 점이 상온 보관돼 있다.

지질수장고에는 암석·화석 등 천연기념물과 희귀하고 중요한 표본 3000여 점이 상온 보관돼 있다.

지질수장고 중앙에는 아주 긴 나무화석이 보관돼 있었어요. “천연기념물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이에요. 국내에서 발견된 나무화석 중 크기가 가장 커요. 길이가 약 10.2m, 폭 0.9~1.3m, 두께 0.3m이며, 이 정도 크기로 남은 나무화석은 세계적으로도 드물죠. 2009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금광리의 도로 건설을 위한 발굴조사 현장에서 부산대 김항묵 교수팀에 의해 발굴됐어요. 국립문화재연구원으로 옮겨져 2011년부터 3~4년간 이물질 제거, 약품 도포, 파편 접합 등의 보존처리를 거친 후 이곳에 보관됐죠. 뿌리를 제외한 줄기 일부가 불에 탄 후 규화돼 나무의 외형과 내부 구조가 잘 보존돼 있는데요. 현재까지 연구한 결과, 약 200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이며 어떤 나무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메타세쿼이아 또는 세쿼이아와 유사한 관계가 있거나 그 한 종일 것이라고 추측돼요.”

변우빈·권혜원·김민영(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양손을 벌려 지질수장고에 보관된 천연기념물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 크기를 가늠해 봤다.

변우빈·권혜원·김민영(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양손을 벌려 지질수장고에 보관된 천연기념물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 크기를 가늠해 봤다.

2009년 경북 포항시 장량택지개발지구에서 나온 고래뼈 화석도 있었어요. “1300만~1400만 년 전 화석으로 추정되며 길이 약 380㎝, 폭 110~160㎝ 정도죠. 출토 지점은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이 나온 곳에서 직선거리로 10㎞ 남짓 떨어졌는데, 지금 육지인 포항 지역이 과거 어느 시점에는 육지에서 해상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말해줘요.” 혜원 학생기자가 지질수장고를 둘러보고 나오면서 “앞으로 우리 어린이들이 천연기념물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어요. “천연기념물 중 식물은 동물·지질·천연보호구역과 다르게 그 수가 많고 접근이 용이한데요. 우리 주변에서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천연기념물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천연기념물에 관심을 갖고, 천연기념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게 된다면 천연기념물을 보호하는 국민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2009년 경북 포항시 장량택지개발지구에서 발견된 고래뼈 화석은 1300만~1400만 년 전 포항 지역이 바다였다는 걸 말해준다.

2009년 경북 포항시 장량택지개발지구에서 발견된 고래뼈 화석은 1300만~1400만 년 전 포항 지역이 바다였다는 걸 말해준다.

국가유산과 국가유산기본법

1962년 우리나라 문화재를 지정·보존·관리하는 법으로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이 올해 5월 17일부터 ‘국가유산기본법’으로 대체됩니다. 국가유산기본법은 국가유산 정책의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고, 국가유산 보존·관리 및 활용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죠. 이와 동시에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청’으로, 과거 유물의 재화(財貨) 성격을 띠는 ‘문화재’(文化財)는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유산(遺産)으로서의 의미를 담아 ‘국가유산’으로 명칭이 바뀌어요. 국가유산은 문화유산·자연유산·무형유산으로 구분돼요. 문화유산은 역사와 전통의 산물로서 문화의 고유성, 겨레의 정체성 및 국민생활의 변화를 나타내는 문화적 유산이며, 자연유산은 동물·식물·지형·지질 등의 자연물 또는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조성된 문화적 유산이고, 무형유산은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어, 공동체·집단과 역사·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끊임없이 재창조된 무형의 문화적 유산입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천연기념물은 멸종위기 동물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천연기념물에는 다양한 식물·지질·천연보호구역 등도 포함된다는 것을 알게 됐죠. 저는 여러 전시물 중 다양한 동물 박제표본들이 인상 깊었는데요. 숲속에서 실제 동물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거대한 지질수장고에 들어간 순간에는 제가 마치 연구원이 돼 과거의 흔적을 탐사하는 것 같았죠. 집으로 돌아오며 우리의 소중한 천연기념물을 꼭 보존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권혜원(서울 당서초 6) 학생기자

천연기념물센터에는 공룡알 화석 등 다양한 천연기념물 동식물 표본이 있었어요. 상설전시관에 있는 ‘문경존도리의소나무’는 가짜 모형인 줄 알았는데 실제 죽은 나무여서 신기했죠. 천연기념물이 아닌 것도 관리하는 표본관리동에서는 포항에서 발견된 고래뼈 화석도 만져봤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독도가 천연기념물이라는 것도 알게 됐는데요. 장소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천연기념물이 될 수 있다고 해서 정말 신기했어요. 앞으로 어떤 것들이 새로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지 기대가 돼요.

김민영(충북 청주대성초 6) 학생기자

천연기념물센터는 평소에 제가 정말 가고 싶은 곳이었어요. 그래서 소중 학생기자단 첫 취재로 천연기념물센터를 방문한다는 소식에 너무 설렜죠. 저는 동식물만 천연기념물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지질·천연보호구역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질 섹션이 가장 인상 깊었고 기획전시실에서 본 다양한 화석과 발굴 도구도 흥미로웠어요. 천연기념물센터는 천연기념물 표본 전시뿐 아니라 왜 천연기념물을 보존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곳이라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이곳을 방문해 천연기념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소중히 지키는 노력을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변우빈(경기도 화남초 5) 학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