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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취업 막힌 6급 "고위직 아닌데 부당"…헌재는 '기각'했다

중앙일보

입력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 및 헌법재판관들이 심판정에서 선고기일을 진행하는 모습. 뉴스1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 및 헌법재판관들이 심판정에서 선고기일을 진행하는 모습. 뉴스1

국민권익위원회 출신의 전직 6급 공무원이 자신에게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규정을 적용하는 건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전직 6급 공무원인 청구인 A씨가 낸 헌법소원심판청구를 기각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1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약 8개월간 국민권익위원회 심사보호국 신고자보호과 행정주사로 일하다 퇴직했다. 그런데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 등에 취업하지 못하게 되자.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2020년 11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공직자윤리법 17조 1항은 4급 이상 국가공무원 등에 대해 퇴직일부터 3년간 일정 규모 이상 사기업 취업을 제한한다. 일부 기관에 대해서는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시행령을 통해 5~7급 공무원도 취업을 제한한다. 심사 후 별도의 취업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취업이 가능하다.

A씨는 해당 시행령이 ‘권익위 부패방지국 및 심사보호국 소속 5급 이하 7급 이상의 일반직공무원’을 규정해 자신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받았다는 걸 문제 삼았다. “하위 규정에서 정해둔 공무원들은 지위‧직급‧영향력 및 퇴직 후 경제 상황 등에서 고위공직자와는 차이가 있는데도, 동일하게 취업심사대상기관 취업 제한을 두는 게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관들은 이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권익위 심사보호국 등 주요 부서 공무원은 재직 중 특혜 또는 퇴직 후 기밀 이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취업제한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고, 더 엄격하게 직무수행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둔 규정이라는 것이다.

재판관들은 “우리나라는 학연, 혈연, 지연 등이 사회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연고주의 성향이 강해, 퇴직 전 기관 대인관계를 이용한 로비활동이 사회적으로 문제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취업 전) 사전심사가 아니라 사후심사를 시행할 경우, 공직자가 재취업을 목적으로 현직에서 특혜를 제공할 가능성을 방지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다만 이은애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하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오히려 퇴직 공직자의 기회를 일정 기간 전면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오히려 공무원의 직무수행 태도를 무기력하고 방만하게 할 수 있다”며 “소수의 부당한 유착관계 형성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다수의 공직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아 희생시키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재직 중 쌓은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사장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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