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발병 높은 '다발경화증'…임신 땐 맞춤약을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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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서울아산병원 이은재 교수

봄은 겨우내 잠들어 있던 동물들이 기지개를 켜고, 땅에서 푸른 새싹이 돋아나는 생명의 계절이다. 작은 씨앗이 흙 속에서 싹을 틔우기 위한 준비를 하듯, 우리는 모두 엄마의 배 속에서 임신이라는 준비 과정을 통해 세상에 태어났다. 소중한 생명 탄생의 과정이다.

진료하다 보면 건강한 임신에 대해 궁금해하는 환자를 자주 만나게 된다. 특히 필자가 진료하는 다발경화증 환자들은 이 희귀 질환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임신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많다. 다발경화증은 뇌·척수 등의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가 손상되며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이 느려져 증상이 나타난다. 이 질환은 평생 재발과 회복을 반복하기 때문에 세심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다발경화증은 여성의 발병 비율이 남성보다 2~3배 더 높고, 주로 20~40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환자 입장에서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불안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다발경화증 환자도 얼마든지 안전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보면 재발 위험성은 오히려 임신 기간 동안 낮아진다. 게다가 다발경화증이 유전 질환이 아니므로 자녀가 같은 질환을 갖게 될 위험도 매우 낮다.

다만 환자마다 임신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다발경화증 환자가 사용하는 치료제 중 일부는 태아에게 위험할 수 있어 임신 전 미리 중단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또 질병 활성도가 높은 환자는 임신 중에도 계속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임신 기간 동안 효과가 지속하는 약물을 미리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다발경화증의 새로운 약들은 이런 치료 옵션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환자와 태아에게 가장 안전한 임신 및 출산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고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발경화증의 치료는 의료진과 환자가 평생 함께하는 여정이다. 서로 신뢰하고 의지하면서 적극적으로 관리한다면 얼마든지 일반인과 다름없는 생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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