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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쏘고 "안쐈다"는 北…싱가포르, 이런 허위정보에 억대 벌금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2년 6월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결론에서 "대적투쟁과 대외사업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들과 전략전술적 방향들"을 천명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2년 6월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결론에서 "대적투쟁과 대외사업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들과 전략전술적 방향들"을 천명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발 가짜뉴스 도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남관 변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한국을 적으로 돌리면서 간첩들의 공작 활동 양상이 다양해졌다. 이에 더해 당국이 직접 나서 대놓고 사실을 과장하거나 조작하는 방법으로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가 잦아지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대적투쟁'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한 2022년 6월(8기 5차 노동당 전원회의 확대회의) 이후 지휘부를 앞세워 허위정보를 집중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월 북한은 신형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발사하고 "7421초(2시간3분41초), 7445초(2시간4분5초) 간 비행했다"고 주장했는데, 군은 비행시간이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울산 앞 공해 상에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는 2022년 11월 북한군 총참모부의 주장과 지난 1월 6일 북한군 서해상 포사격에 대해 "해안포의 포성을 모의한 발파한 폭약을 터뜨렸다"는 김여정 담화 등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자신들의 무기 능력을 과시하는 것뿐 아니라 한·미의 정찰 능력에 대한 여론의 불신 조장을 노린 대표적인 허위정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대남 군사위협을 가장해 한국 사회의 혼란을 유도한 기만·심리전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이처럼 북한 지휘부가 나서면 남한 내 간첩들이 즉각 허위 주장을 이어받아 SNS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통하며 기만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이 북한발 허위 정보 유포를 보다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보통신망법에 국가안보 목적의 긴급차단 절차 조항을 신설하고, 유통 금지 대상 '불법정보'에 가짜뉴스를 포함해야 한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실제 현행법상 북한발 가짜뉴스라는 개연성이 확보되더라도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의 사전 협의(1개월) 및 심의 완료(1개월) 등 최소 2개월가량이 소요된다는 게 안보수사 당국의 설명이다.

여기에 각종 포털과 SNS 게시글·댓글에 국적 표시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말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이른바 '중국 댓글 부대' 등의 활동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 애플, 메타, 구글, 아마존 로고. AP, 연합뉴스

미국 빅테크 기업 애플, 메타, 구글, 아마존 로고. AP, 연합뉴스

또 정보당국은 국내외 플랫폼 기업의 자율 규제 강화와 자정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생성 AI가 이미지를 만들 때 AI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짜뉴스 유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구글, 메타 등 주요 AI·빅테크 기업 20곳은 지난 2월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딥페이크를 비롯한 AI 활용 허위 정보에 대응하겠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각종 선거가 치러지는 상황에서 AI 기술을 선거에 악용하는 사례를 사전에 막기 위한 차원이다.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이용 약관에 여론조작ㆍ선거방해 행위 금지조항을 명시하고 감시·차단 결과를 공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국내 포털기업은 약관에 '가짜뉴스'를 언론사·기자를 사칭해 작성한 기사 형태의 허위 게시물로 한정하고 ,감시·차단 활동의 결과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기술, 선거 및 가짜뉴스' 주제 2세션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기술, 선거 및 가짜뉴스' 주제 2세션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제공

각국 정부들의 대응도 참고할 만하다. 싱가포르는 허위조작정보법을 제정해 정부에 온라인 허위 게시물에 대한 판단 및 조치 권한을 부여하고, 허위사실 유포자에게는 최대 100만 싱가포르 달러(약 9억 7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EU는 디지털서비스법을 통해 소셜 플랫폼 기업에 허위정보 콘텐트를 삭제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을 물리고 EU 회원국 내 영업을 제한한다. 대만은 선거개입을 목적으로 하는 집회, 가짜뉴스 유포 등을 금지하는 '반침투법(反滲透法)'을 만들어 '외부 적대 세력'의 영향력 확대 시도를 차단하고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현행 법체계에서는 가짜뉴스·허위정보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 불법정보의 개념이나 범위 자체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외국의 사례를 검토해 가짜뉴스 유포를 처벌하는 규정을 형법에 넣거나 특별법을 마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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