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삶과 추억] 신혼여행 이탈리아 가서도 기술 연수…'나일론 신화' 일궜다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83호 16면

2004년 5월 재계 대표로 청와대를 방문한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왼쪽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 최태원 SK 회장, 조 명예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사진 효성]

2004년 5월 재계 대표로 청와대를 방문한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왼쪽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 최태원 SK 회장, 조 명예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사진 효성]

29일 영면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기술에 대한 집념이 상당한 것으로 유명했다. 1967년 결혼식을 올린 조 명예회장은 신혼여행지로 이탈리아 포를리라는 곳을 선택했는데, 이곳은 동양나이론 기술자들이 나일론(합성섬유) 생산기술을 익히기 위해 연수를 받고 있던 곳이었다. 조 명예회장은 직접 기술 연수를 받기 위해 이곳을 선택한 것이다.

공학도의 꼼꼼함으로 현장을 직접 챙겨 직원들이 조 명예회장은 ‘조 대리’라 부르기도 했다. 71년에는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고, 2006년에는 이를 효성기술원으로 개편했다. 이는 효성의 대표 제품인 합성섬유 스판덱스와 타이어보강재인 타이어코드가 탄생하는 원동력이 됐다.

관련기사

2011년에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고성능 탄소섬유를 세계 3번째,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나일론 신화’를 이어갔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며 효성은 전 세계 50여 개 제조·판매법인과 30여 개 무역법인·사무소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조 명예회장은 1세대 경영인으로 재계를 위한 대외 활동뿐 아니라 ‘민간 외교관’ 역할에도 앞장섰다. 2010년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하기 전까지 3년간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당시 고인은 정부에 규제 개선안을 적극 제시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뿐 아니라 노사관계 선진화, 일자리 창출 해법 등을 찾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어·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한 조 명예회장은 한미경제협회 부회장(1991~2000년), 한미재계회의 위원장(2000~2009년) 등을 맡아 한·미 경제 교류에도 애썼다.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유럽연합(EU) FTA 등 성사를 위해 30회(130일)에 걸쳐 세계 곳곳을 누빈 기록은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조 회장의 별세 소식에 경제단체들은 애도를 표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그동안 뿌린 미래의 씨앗이 한국경제의 변영과 발전이라는 거목으로 자라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나라 섬유, 화학, 중공업 등 기간산업의 발전에 초석을 놓았고, 미국, 일본과의 민간외교에도 적극 앞장서며 한국경제의 지평을 넓히는데 이바지한 인물”이라며 “한국경제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