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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주중대사, '갑질' 신고 당해…외교부 "사실관계 확인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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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주중대사가 지난해 10월 13일 베이징 주중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성훈 기자

정재호 주중대사가 지난해 10월 13일 베이징 주중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성훈 기자

정재호 주중대사에 대한 ‘갑질’ 및 폭언 신고가 접수돼 외교부가 공식 조사에 나선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최초 신고 접수 이후 대사관 안팎에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현 정부 들어 대사급이 이같은 의혹으로 조사받은 사실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사관 관계자 "개인 업무 시키고 폭언도"

이번 사태는 주중대사관에 근무하는 주재관 A씨가 정 대사에게 폭언을 들었다며 이달 초 외교부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정 대사가 업무 시간에 사무 공간으로 불러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고 주장하며 정 대사의 폭언이 담긴 녹음파일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정 대사는 취재진과 만나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고 관용차에 탄 채 대사관을 빠져나갔다. 이후 정 대사는 대사관을 통해 짧은 입장문을 냈다. 정 대사는 ‘갑질 신고 언론 보도 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언론 보도 내용은 일방의 주장만을 기초로 한 것”이라며 “사실관계 조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하는 바, 현 단계에서 구체적 언급을 삼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자의 명예가 걸려 있는 바, 추측 보도 자제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대사관 측은 관련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주중한국대사관 전경. 사진 주중한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주중한국대사관 전경. 사진 주중한국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논란이 불거지자 대사관 내에선 "정 대사의 ‘갑질’ 행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대사관 관계자는 “정 대사 집무실에서 큰 소리가 나는 걸 여러 차례 들었다”며 “일부 직원들은 정 대사 보고를 앞두고 긴장한 듯 크게 심호흡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사관 관계자는 “정 대사가 한 직원에게 개인적인 업무를 지시했는데, 그 결과가 못마땅한지 폭언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외교부는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외교부는 재외공관에서의 비위 등 여러 사안에 대해 항상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관련 사안이 인지되면 철저히 조사한 후 원칙에 따라 한 점 의혹 없이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동일한 원칙에 따라 철저히 조사하고 조치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본격적인 조사가 착수되지 않았고 사실관계에 관해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갑질 신고를 조사해 그 결과를 장관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외교장관은 갑질이 확인되면 징계위원회를 열어 가해자를 징계하거나 사안에 따라 수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

외교부 내에서도 "정 대사는 부임 때부터 평소 성정으로 인해 우려가 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학교에 있을 때도 그의 다소 날카로운 태도 때문에 함께 일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며 "정 대사가 중국으로 가기 전부터 주변으로부터 '공관 식구들에게 반드시 잘 대해주고 (갑질 논란 등을) 경계하라'는 이야기를 이미 많이 들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 충암고등학교 동기인 정 대사는 25년 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2년 8월 이번 정부의 첫 주중 대사로 취임했다. 학계에선 중국 경제 및 미·중 관계 전문가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재호 주중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재호 주중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중국 언론도 이번 사태에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망은 “주중 한국대사가 ‘부하들을 힘들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한국 외교부가 조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베이징 신경보는 “정재호 대사가 폭언을 한 혐의로 신고 당했다”고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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