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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윤투쟁 결집" "정치적 변질"…의협 새 회장에 엇갈린 시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선출된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인 임현택 후보가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당선증을 들고 있다. 뉴스1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선출된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인 임현택 후보가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당선증을 들고 있다. 뉴스1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에 강경파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장이 당선되면서 의료계 안팎에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2000명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갈등 중인 의협의 대정부 공세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의협 새 회장에 임현택 당선…의료계 미칠 영향은 

임현택 당선인은 이번 제42대 의협 회장 선거에 나온 후보 5명 가운데 정부를 가장 강도 높게 비난해온 인물로 통한다. 지난달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민생토론회장을 사전 동의 없이 찾았다가 퇴거불응죄로 쫓겨났고,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말실수를 ‘의새’ 논란으로 부각했다. 의대 증원 발표 뒤에는 “윤석열 정부는 파시스트적 정부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자식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의대에 쉽게 보내려 한 것이다”와 같은 과격한 주장을 SNS에 펼쳐왔다.

임 당선인은 26일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으로 전공의·의대생, 병원을 나올 준비를 하는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강경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정부와 대화 창구를 만들겠다”라면서도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 차관 파면, 의대 증원에 관여한 안상훈 전 사회수석의 공천 취소는 기본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 당선인은 현 의대 정원(3058명)에서 500~1000명을 더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현택 당선인이 지난 달 1일 윤석열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틀막'(입을 틀어막힘) 당한 채 끌려 나가는 모습. 뉴스1

임현택 당선인이 지난 달 1일 윤석열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틀막'(입을 틀어막힘) 당한 채 끌려 나가는 모습. 뉴스1

1차 투표와 결선 투표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임 당선인은 1·2차 투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5일부터 26일 오후 6시까지 이어진 결선 전자투표에서는 총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가운데 2만1646표(65.43%)를 받았다. 이는 경쟁자였던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1만1438표, 34.57%)과 두배 가까이 나는 표차다. 임 당선인은 1차 투표에선 3만3684표 가운데 1만231표(35.72%)를 얻었다.

의협은 “이번 1차 투표는 의협 회장 선거가 직선제로 치러진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66.4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의협 안팎에서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 목소리가 결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선거에 투표한 한 의료계 인사는 “협상파를 선호하던 의협의 노선이 강경하게 돌아섰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3년 전인 2021년 제41대 회장 선거에서 1차 투표 때 1위로 결선에 진출했으나 ‘대화와 협상’을 강조한 이필수 전 회장에게 밀려 낙선한 경험이 있다.

임 당선인의 임기는 오는 5월 시작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의협 비대위의 대정부 투쟁에 임 당선인이 전면으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27일 브리핑에서 “임 당선인과 상의해 비대위 본연 업무에 충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의대 증원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던 의사들은 임 당선인에게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의사 수백 명이 모인 SNS방에서는 “(정부와) 싸워주기를 원하는 회원들의 마음이 모인 결과” “반윤투쟁을 기대한다” 등과 같은 반응이 나왔다.

그의 강한 색깔만큼 의협의 일변도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한 의협 회원(봉직의)은 “협상을 원하는 회원도 있고 (임 당선인이) 전체 의협 회원 14만 명을 대변할 순 없다”며 “의료계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변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사직한 한 전공의는 “강성 회장에 대한 수요가 평소보다 높아 당선됐지만, 임 당선인이 언행을 정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는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화 가능성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복지부는 임 당선인이 총파업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의사집단이 법 위에 서겠다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박민수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파업에 대한) 법과 모든 대응 전략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라면서도 “파업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협의하고 설득하고 대화하는 것이 상책이니 그런 노력을 집중적으로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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