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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 도시의 역주행’ 돌연 中 ‘핫플’로 떠오른 이곳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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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 주황색 부분이 중국 간쑤성이다.

지도에서 주황색 부분이 중국 간쑤성이다.

올 초 하얼빈(哈爾濱)에 이어 새로운 지역이 중국 내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네이멍구(內懞古)와 쓰촨(四川) 성 사이에 있는 간쑤(甘肅) 성 얘기다. 그동안 존재감이 미미했던 낙후 지역이 갑작스러운 관심을 받으면서 여행객 수도 급증하고 있다. 트립 닷컴에 따르면, 2024년 3월 이후(3월 1일~16일) 간쑤성 톈수이(天水)시 일대 여행 예약이 동기 대비 4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마라탕으로 유입, 문화유산으로 굳히기 

중국 간쑤성 톈수이시의 '톈수이 마라탕'

중국 간쑤성 톈수이시의 '톈수이 마라탕'

최근 중국의 SNS에서 간쑤성 관련 검색량이 크게 늘었다. 간쑤성 톈수이시의 ‘톈수이 마라탕’이 미식의 대명사로 떠오르면서 관련 콘텐트의 발행량과 조회 수가 동시에 급증했다. 마라탕 관련 식당이 인기를 끌면서, 주변 지역 유통, 여행, 서비스 등 소비 시장까지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그 이면에는 간쑤성의 노력이 있었다. 지역 특산 음식인 마라탕을 홍보의 포인트로 삼아 사람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지난해 사오카오(燒烤·꼬치구이)로 젊은 세대를 끌어모았던 지방 도시 쯔보(淄博)와 비슷한 양상으로 ‘핫플’에 등극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분석한다.

사실, 간쑤성은 마라탕 말고도 명실상부 문화와 여행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둔황(敦煌)의 막고굴(莫高窟), 월아천(月牙泉) 등 실크로드 문화유산을 비롯해 중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여럿 모여 있다.

간쑤성의 핫플 등극은 조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이미 관광객 수가 사상 최고점을 경신했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간쑤성 연간 방문 여행객 수는 3억 8800만 연인원이었고, 여행수입은 2745억 8000만 위안(약 50조 56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87.8%와 312.9% 늘어난 수치로, 증가율이 중국의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낙후’의 대명사, 충만한 잠재력? 

중국에서 간쑤성은 낙후된 지역으로 통한다. 2023년, 간쑤성의 GDP는 1조 1800억 위안(약 217조 원)으로, 중국 내 뒤에서 4번째를 기록했다. 성 전체의 GDP 규모가 인접한 시안(西安) 1개 도시에 미치지 못했다. 1인당 GDP 순위는 더욱 참담하다. 2023년 간쑤성의 1인당 GDP는 4만 8000위안(약 883만 원)에 그쳐, 중국의 모든 성급 도시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3월 20일 간쑤성 톈수이시를 방문한 여행객_신화사

3월 20일 간쑤성 톈수이시를 방문한 여행객_신화사

인구 약 2000만 명, 경제적으로 낙후된 간쑤성으로서는 핫플 여행지로 주목받는 지금의 상황이 큰 기회일 수 있다. 사실 유입량을 끌어모으는 것은 시작일 뿐, 최종적인 목표는 지역 내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간쑤성의 3대 지주산업 가운데, 문화여행업을 제외하면 화학공업과 집적회로가 남는다. 우선, 화학공업의 경우, 간쑤의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한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와 니켈, 코발트 등 비철금속을 바탕으로 석유화학 및 비철금속 야금 등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집적회로 산업의 경우, 지난 1970년대 전후로 중국 당국이 간쑤 톈수이 지역에 몇 개의 집적회로 기업을 배치하면서 산업의 싹을 틔웠다. 2023년 기준, 간쑤성의 집적회로 생산량은 604억 개로, 장쑤(江囌), 광둥(廣東)성에 이어 전국 3위를 기록했다. 다만, 간쑤성의 집적회로 산업은 산업망 말단인 패키징과 테스트에 집중돼 있어, 대부분이 저급 반도체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간쑤성은 오는 2028년까지 문화여행 산업 부가가치를 성 GDP의 6%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1인당 문화여행 소비액도 1000위안(약 18만 원) 이상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번 핫플 도시 등극의 효과를 십분 활용해 장기화할 수 있다면, 이 목표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잇따른 핫플 도시 탄생, 지나친 ‘획일화’ 우려도 

코로나 19 발발 이후, 중국에서 국내 여행이 확산하면서 지방 도시가 차례로 핫플에 등극했다. 문제는 점차 그 수가 늘어나면서, 핫플 생성 방식이 획일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23년 출판된 도시경제 관련 도서 〈중국도시대변국(中國城市大變侷)〉에 따르면, 이전까지만 해도 경제 수준이나 이미지, 독특한 문화자원, 미식 등을 바탕으로 도시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혹은 도시가 가진 자원과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해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다. 청두(成都), 충칭(重慶), 창사(長沙) 등이 바로 이러한 사례에 해당한다.

하지만, 최근 이른바 ‘숏폼 시대’가 열리면서, 수많은 중소 도시가 짧고 간단한 영상 혹은 한두 개의 핫한 이슈만으로도 큰 파급력을 얻는 것이 가능해졌다. SNS와 숏폼 동영상이 지방의 중소 도시도 전국적인 주목을 받을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반면, 갈수록 많은 콘텐트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맞춤형’ ‘대량 생산’의 흔적이 나타나면서, ‘진짜’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간쑤성의 인기도 동일한 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간쑤성 역시 SNS와 영상 플랫폼의 전파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지역의 인지도를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관심이 잠깐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결국, 간쑤성이 진정한 핫플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의 유입량을 장기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달린 셈이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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