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거칠어진 입’ 연일 탄핵시사…친명들도 고개 돌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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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25일 삼성중공업 입구에서 변광용(거제) 후보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거제시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25일 삼성중공업 입구에서 변광용(거제) 후보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일이 가까워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듯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표는 25일 경남 김해 유세에서 “나라가 이렇게 순식간에 망가지는 것을 본 적 있나”라며 “차라리 (대통령이) 없으면 낫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서울 수서 유세에서도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자고 대통령을 뽑았는데, 지금 보니 차라리 없었으면 나았을 것 같다”고 했고, 19일 강원 지역을 찾았을 때도 정권심판론을 호소하며 “서슬 퍼런 박근혜 정권도 힘을 모아 권좌에서 내쫓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총선 국면에서 상대 진영을 겨냥한 공세는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발언은 대선 불복 등 역풍 가능성을 우려해 조심하는 기류였다. 4년 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심재철 원내대표가 “통합당이 1당을 하거나 숫자가 많아지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하자 오히려 통합당 지지율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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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야권에서 탄핵 발언이 자주 제기되는 것은 지지층 결집을 노린 포석에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선명성 경쟁이 맞물린 탓이라는 분석이다. 24일 조국혁신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는 아예 ‘검찰독재 조기 종식’ ‘3년은 너무 길다’ 등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야권 관계자는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연합(범야권 비례정당)의 지지율을 추월한 상황에서 정권심판론만으로는 지지자에게 어필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민주당 내에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은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 대표가 사실상 탄핵을 운운하는 것은 반(反)헌법적”이라며 공격했다.

이 대표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른바 ‘친명 마케팅’을 통해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던 후보들이 본선에선 이 대표와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주로 수도권 험지 후보들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민주당 후보는 24일 “보수세가 강한 이 지역에서 2년 넘게 밭을 다져놨는데, 최근 이 대표 강성 발언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며 “오히려 공동선대위원장인 김부겸 전 총리가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인 비명계 박광온 의원을 경선에서 꺾은 김준혁(경기 수원정) 후보는 22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쓴 책들은 이재명과 정조를 동일시하는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고 말했다. ‘정조대왕’ 연구자인 그는 『이재명에게 보내는 정조의 편지』 『왜 이재명을 두려워하는가』 등을 펴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선거가 임박하면 격전지 후보들이 이 대표와 더 강하게 선을 그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대표는 25일 선대위 회의에서 최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8일부터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을 저격했다. 이 대표는 “18일은 대통령이 대파 한 단을 들고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 했던 날”이라며 “실언에 물가를 끼워 맞춰 벌거숭이 임금님을 만드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세 자녀 이상 가구 등록금 전액 면제’ 등 총선 공약을 제안한 것을 두고는 “국민의힘이 이제 정신을 좀 차린 것 같은데 훌륭한 제안”이라며 “민주당의 기본소득 이념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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