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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간 박근혜 '초특급 예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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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일행을 열렬히 환영합니다(熱烈歡迎大國家黨朴槿惠前黨首一行)'.

지난달 29일 박근혜(얼굴) 전 대표가 머문 중국 옌타이(烟臺)의 한 호텔에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공항에 도착할 때엔 시 당서기가 활주로까지 마중을 나왔다. 중국 측은 박 전 대표에게 융숭한 대접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의 '미래 정치'에 대한 선행 투자 의지가 역력하다.

첫 방문지였던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측은 박 전 대표에게 댜오위타이(釣魚臺) 영빈관을 내주는 호의를 베풀었다. 이곳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등 각국의 정상급 인사에게 제공돼 온 숙소다. 박 전 대표가 가는 곳마다 교통 통제도 실시하고 있다. 베이징에선 극심한 출퇴근 교통 체증 속에서 경찰을 동원해 길을 뚫었다. 박 전 대표는 12m짜리 리무진 차량을 타고 다녔다.

내로라하는 '실력자'들도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지난달 28일 만난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부부장은 40분간으로 잡혔던 면담 시간을 1시간 반으로 늘렸다.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행운의 도자기를 선물하면서 "대통령이 되십시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박 전 대표에게는 최고의 덕담이었다.

중국 측은 박 전 대표의 방중 일정을 돕기 위해 대외연락부 직원 여섯 명을 배치했다. 이들의 팀장 격인 먀오웨이청(繆衛誠) 부국장은 "다른 국빈이 왔을 때보다 더 많은 인원이 수행 중"이라며 "(박 전 대표가) 중국의 '좋은 친구(好朋友)'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자회담 쉽지 않은 것 같다"=박 전 대표는 30일 마지막 방문지인 칭다오(靑島)로 이동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11월 29일 베이징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제안으로 조찬을 함께했다"며 "(힐 차관보가) 6자회담이 (개최되는 게) 쉽지 않을 것처럼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금강산 관광 문제와 관련해 "북핵 문제 해결 전까지는 핵 개발에 들어갈 수 있는 현금 지원이 중단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는 주한 미국 대사 시절 때 박 전 대표와 친분을 쌓았으며 올 7월 방한 당시에도 박 전 대표를 만나 북한 미사일 발사 등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칭다오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악기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피아노 연주 요청을 받자 '아리랑'을 즉석에서 연주했고, 수행원과 공장 관계자들은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칭다오=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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