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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유세 ‘반명’만 들린다…여권 우려 커진 원톱 선대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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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앞줄 가운데)이 지난 22일 오전 충남 보령중앙시장을 방문해 한 시민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앞줄 가운데)이 지난 22일 오전 충남 보령중앙시장을 방문해 한 시민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가 열린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회의장엔 총괄선대위원장과 공동선대위원장을 각각 겸하고 있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의 모습만 보였다. 나경원(서울 동작을) 전 의원과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의원, 원희룡(인천 계양을)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나머지 3명의 공동선대위원장은 각자 지역구 선거 유세 일정으로 불참했다. 전날에도 3명은 자신의 지역구에 집중했다.

반면에 이날 이재명·이해찬·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 3명은 각자 지역을 나눠 지원 유세 일정을 소화했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대표는 격전지 서울로 향했다. 오전 잠실을 시작으로 오후에 영등포까지 9개 유세 일정으로 하루를 보냈다. 이해찬 위원장은 충북에서, 김부겸 위원장은 경남에서 각각 지역을 훑었다. 일종의 ‘스리톱 선대위’를 꾸려 유권자와의 접촉면을 최대한 늘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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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레이스가 후보자 등록 마감과 함께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면서 여권 내에선 한동훈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원톱 선대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적이나 질적으로나 한 위원장 단일 체제로 전국 지원 유세를 감당하기에는 벅찰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 위기론에 부응한다는 명분으로 나경원·안철수·원희룡 공동선대위원장을 세웠지만 세 사람 모두 자기 선거가 박빙으로 흐르면서 다른 후보를 도와줄 여유가 사라진 것도 그 같은 우려를 키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동훈 원톱 선대위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일찍부터 있었지만, 선대위 구성 때 반영되지 않았다”며 “스리톱이 나서는 민주당과 비교하면 원톱 선대위의 한계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지역을 도는 한 위원장의 모습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총선을 뛰는 게 아니라 본인 대선을 뛰는 느낌”(여권 관계자)이란 반응이 나오면서다.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시를 방문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용인 중앙시장을 찾은 한 위원장은 용인 지역 후보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하기보다는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사인을 해주거나 거의 누운 듯한 자세로 앉아 셀카를 찍곤 했다. 이런 영상이 담긴 모습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본인이 진심 아이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 등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해 12월 26일 비대위원장에 공식 취임한 이후 석 달 동안 정책이나 비전보다 ‘반(反)이재명’과 “종북(從北) 세력을 막겠다”는 메시지만 반복하는 데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동훈 비대위에 합류했다 노인 비하 논란으로 낙마한 민경우 대안연대 상임대표는 지난 12일 유튜브에서 “운동권 청산 다음에 민생, 미래 먹거리, 과학기술, 이런 얘기가 힘 있게 뒷받침돼야 하는데 여당의 체질이 많이 못 미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 위원장은 고물가 등 민생 문제 대응이 부족하다는 언론 지적이 이어진 뒤에 관련 메시지와 행보를 늘린 듯한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가 한 위원장이 본격 공약 발표를 시작한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공개 일정 중에 물가를 언급한 횟수를 집계한 결과 3번에 불과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이재명 대표는 고물가 문제를 9차례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23일에야 선대위 산하에 민생경제특별위원회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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