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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 사직 D-데이…"폐암수술 무기한 연장" 환자만 피마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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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 여권이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과의 대화에 물꼬를 텄지만, 의료 공백에 대해 환자와 시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25일은 전국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고 외래·입원 진료와 수술 근무 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으로 줄이겠다고 한 날이다. 앞서 전국 40곳 의과대학 중 39곳이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다음 달 1일부터는 중증·응급 환자를 안전하게 보기 위해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이어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지방의 한 대학병원 로비에서 환자와 보호자 등이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이어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지방의 한 대학병원 로비에서 환자와 보호자 등이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 정지 처분이 임박해 제자들의 편에 선 교수들의 사직 행렬이 본격화할 수도 있는 상황은 여전히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지난 5일부터 발송했던 면허 정지 사전통지에 대한 소명 기한이 25일부터 순차로 도래한다. 이론적으로는 26일부터 첫 면허 정지 통보가 가능한 것이다. 앞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견 제출서를 내는 전공의가 있다면 타당한지 검토해야 해 시간이 걸린다”면서도 “의견 제출이 없으면 직권으로 행정 처분을 할 수 있다. 행정력에 한계가 있어 시간이 소요될 수 있지만 이르면 26일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더라도 당장 진료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지만, 환자들은 ‘피 마르는’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폐에 혹이 있어 5년간 추적 검사를 해오다 지난해 말 혹이 커져 폐암 진단을 받았다는 박모(58)씨는 이달 8일로 예정된 수술이 무기한 연장됐다. 연장 통보를 전화로 받은 뒤 아무런 연락을 못 받았다는 박씨의 가족은 “이 사태가 빨리 끝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 힘들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거의 매일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암 환자 커뮤니티에서는 한 환자 보호자가 “지난해 10월 췌장암 진단을 받은 아버지의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하는데, 기다리던 중요한 시점에 교수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한다. 6개월간 버텨왔는데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적었다. 한 유방암 환자는 “한 차례 수술이 밀려 4월 중순 예정인데 교수님들 사직 소식에 속이 바싹 탄다”고 했다. 이 환자는 “교수님 사직 문제로 수술이 미뤄진 분들 있느냐. 병원에 물어봐도 정확한 답을 받을 수 없으니 답답하다”고도 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제5차 회의 시작을 기다리며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제5차 회의 시작을 기다리며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교수 사직에 우려를 표하고 환자 곁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가 병원을 이탈하며 국민께서 큰 우려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 교수님들께서 국민의 우려를 가중하지 않도록 환자 곁을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환자 진료 차질이 최소화되도록 비상진료체계도 강화해나간다. 25일부터 군의관 100명과 공보의 100명을 추가로 병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26일까지 각 의료기관에서 교육받은 뒤 27일부터 근무에 들어간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의대 의학교육 평가를 담당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이날 낸 성명서에서 “정부의 입학 정원 배정 계획에 의하면 30개 대학이 주요변화 평가 대상이 된다”라며 “평가 결과에 따라 불인증을 받는 대학은 정원 감축 및 모집 정지, 학생 의사국가고시 응시 불가와 함께 폐교 처분될 수 있다.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학별 증원 규모와 적용 시기를 논의하는 전문사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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