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불가리 이어 스벅 홀린 '도도새 작가'…새벽 5시 출근 왜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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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 화가 김선우가 이번엔 자신의 에세이집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기’에 애쓰는 그는 글을 통해 또 다른 사유의 그림을 그리려 한다.

에세이집 랑데뷰 낸 화가 김선우. 사진 정성룡

에세이집 랑데뷰 낸 화가 김선우. 사진 정성룡

1988년생 김선우 작가는 최근 가장 관심을 받는 젊은 작가다. 멸종된 조류인 도도새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그려낸다. 그의 도도새 연작은 2019년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540만원에 낙찰된 뒤, 2021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1억1500만원에 낙찰되면서 컬렉터들의 관심을 일시에 모았다. 지난해엔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 작업이 줄을 이었다. 럭셔리 브랜드 불가리와 협업해 가방을 만들더니, 스타벅스와는 도도새 컵을 제작했고, 갤러리아백화점엔 거대한 도도새 작품 전시를 개최했다.
올해 1년간 준비한 에세이집 『랑데부』를 출간했다. 다재다능한 작가의 면모를 떠올리며, 지난해 9월 서울 평창동 작업실에서의 만남을 다시 한번 이어갔다.

지난해 키아프 이후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정신없이 바빴어요. 지난해 연말 더 현대 서울에서 열린 개인전까지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올해 4월에 토탈미술관에서 개인전이 한 번 더 잡혀 있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내년 4월로 개최 시기를 늦췄어요. 전시 간격이 짧아 작품 품질이 안 나올 것 같더라고요.”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고 계세요. 

“오는 7월 말에 강릉시립미술관에서 전시 기회가 생겨 그 준비를 하고 있어요.”

김선우의 평창동 작업실엔 매일 성실히 그려내는 작업의 흔적이 역력하다. 사진 정성룡

김선우의 평창동 작업실엔 매일 성실히 그려내는 작업의 흔적이 역력하다. 사진 정성룡

스케줄이 비어 있을 때가 없어요. 작업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하세요. 

“그냥, 쉴 새 없이 해요. 주말도 없이 일주일 내내 그림을 그려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딴생각 안 하고요.”

새벽 5시에 작업실로 출근해서 해 질 때까지 그림 그리는 ‘성실의 아이콘’이잖아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계속 그림을 그렇게 그릴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오히려 굴곡 없이 성실하게 하니 가능한 것 같아요. 작업에도 지구력이 생긴다고 할까요. 규칙적으로 하지 않거나 밤을 새워 한다면 못했을 것 같아요. 늘 똑같이, 몸과 정신을 관리하며 작업하는 루틴이 저에게 오히려 체력을 만들어 준 것 같아요.”

하지만 아티스트의 작업은 창의력이 필요한 일이잖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나요.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중간중간 여행을 꼭 가요. 생각을 환기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힘들어도 1년에 두 번 정도는 꼭 여행을 가려 해요. 일단 갑니다.”

에세이를 통해 "내 일과의 사랑을 말하고 싶었다"는 그는 "글은 나의 또 다른 드로잉"이라 말했다. 사진 정성룡

에세이를 통해 "내 일과의 사랑을 말하고 싶었다"는 그는 "글은 나의 또 다른 드로잉"이라 말했다. 사진 정성룡

올해도 역시 여행 계획이 세워져 있겠네요.  

“5월이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돼서 거기에 갈 예정이에요. 일러스트레이터 루이스 멘도 부부가 운영하는 올모스트 퍼펙트라는 작은 에이전시의 프로그램이에요. 쌀 가게였던 3층 건물을 개조해 만든 레지던스에 한 달 반 정도 머물며 작업에 집중할 수 있어요. 프로그램 마무리는 3일간의 전시고요.”

여행이라고 했지만, 결국 그곳에서도 계속 일하시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그게 쉬는 것이더라고요. 일상과 다른 곳, 낯선 곳, 영감을 줄 수 있는 곳에서의 작업은 휴식의 또 다른 방법인 것 같아요.”

이렇게 바쁜데 이번에 책도 내셨어요. 어떻게 글 쓸 생각을 하셨어요.

“사실 글쓰기는 그림처럼 매일 습관처럼 하는 일이예요. 저에게 글쓰기는 드로잉의 또 다른 표현 방법이거든요. 드로잉이라는 행위는 마음속에 어지럽게 떠도는 영감을 시각화하는 거잖아요. 형태를 그리면 그림이고, 글자로 표현하면 글이 되는 거죠.”

책 볼륨이 상당해요. 작업 시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글 쓴 시간만 순수하게 따지면 10년이 넘어요. 그동안 제가 쓴 글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뽑아서, 다시 다듬고 엮었어요. 그 시간만 1년이 넘게 걸렸네요.”

에세이 집에 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책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랑에 대한 이야기예요. 내 일을 사랑하게 된 이유와 그 사랑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에 대한 사유의 글이죠.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당신도 사랑하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김선우 에세이집 랑데뷰. 사진 흐름출판사

김선우 에세이집 랑데뷰. 사진 흐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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