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급감’ 경고등 켜졌는데…정부는 감세 드라이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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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세수의 핵’ 법인세 비상

기업에 봄은 ‘법인세의 계절’이다. 올해 법인세 수입 전망도 ‘흐림’이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감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법인은 사업연도 종료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법인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LG전자 등 대기업을 포함한 국내 대부분 법인(110만9000여곳)이 12월에 회계를 결산한다. 이달 말에 법인세 신고가 몰리는 이유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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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인세 곳간이 풍족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대표기업 실적이 부진해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금융·공기업 제외) 중 지난해 실적을 공시한 57곳의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총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74조8000억원, 7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년 대비 2.1%, 41.9% 줄었다.

특히 삼성전자가 부진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4.9% 급감했다. 반도체 라이벌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조700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법인세 수입은 2021년 기준 소득 상위 0.1% 회사가 전체 법인세의 64.1%를 부담했을 정도로 대기업 비중이 크다.

법인세 수입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80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기재부는 올해 법인세 수입이 7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연초부터 법인세 경고등이 켜졌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걷힌 세금은 4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3조원(7.1%) 늘었다. ‘3대 세목(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중 유독 법인세만 같은 기간 2000억원 줄었다.

법인세 감소는 세수 펑크의 핵심 변수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세수 감소분(56조4000억원)에서 법인세 감소분(23조20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달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3~4월 법인세 수입 성적표를 받아든 6월에서야 “법인세 결손이 확실할 것 같다”며 ‘세수 펑크’를 공식화했다. 올해도 연초 법인세 수입이 예상보다 급감할 경우 지난해처럼 세수 펑크에 따른 재추계 수순을 밟을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연말 펴낸 ‘최근 세수 오차 발생원인과 2024년 국세 수입전망’ 보고서에서 “2024년 경제 회복에 따라 소득세·부가가치세를 중심으로 세수가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법인 영업실적이 부진한 영향으로 법인세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정처는 “제조업 경기 회복 지연,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 등 경기 하방요인이 존재한다”며 세수 결손을 우려했다.

문제는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연일 감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주식 양도세 완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등 증시 대책이 대표적이다. 법인세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만료한 반도체 등 설비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세) 적용을 올해 말까지 1년 연장하고,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분 세액공제율을 한시 상향하는 등 감세를 공약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 19일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배당을 늘린 기업의 법인세를 감면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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