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대선거구 공론화 배경] 3野 "대선자금 정국 벗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치권의 정치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지구당 폐지를 주장하자 4일 자민련 김종필 총재도 지구당을 폐지하고 완전선거공영제를 도입하겠다고 맞장구쳤다.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등 야 3당 총무들은 한발 더 나갔다. 이날 오후 열린 총무회담에서 돈 안 쓰는 선거를 위해 지구당 폐지, 완전선거공영제 도입을 국회 차원에서 공식 논의키로 합의했다.

특히 3당 총무들은 민감한 이슈인 중대선거구제 도입 문제도 공론화하기로 했다. 물론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당론이 소선거구제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洪총무는 그동안 당론과 달리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이날 洪총무는 "당 내에도 중대선거구제를 말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해 논의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3당 총무들의 이 같은 합의는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중대선거구제를 강조해 왔다. 이를 고리로 총선 후 책임총리제 시행까지 거론했다. 이 때문에 3당 총무들이 중대선거구제 도입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것은 盧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화답의 의미가 있다.

민주당 정균환 총무는 "총선을 대선거구에 가까운 중선거구제로 치르면 자연스럽게 지구당 폐지가 이뤄진다"고 해 중대선거구제 논의를 정치개혁 방안과 연계하기도 했다. 3당 총무회담에서 총선 후 분권형 대통령제의 조기 시행 문제가 공식 거론된 것도 의미가 깊다. 자민련 김학원 총무는 개헌까지 주장했다. 야 3당 총무들의 이날 논의는 두가지 포석을 담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우선 대선자금 정국의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나라당 원내총무실 관계자는 "정국의 중심을 청와대와 검찰이 아닌 국회로 옮겨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정치개혁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권형 대통령제 논의는 재신임 정국으로의 환원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야 3당 총무들의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당장 한나라당 지도부 간 엇박자가 어떻게 정리될지가 관건이다. 중대선거구제와 분권형 대통령제의 경우 崔대표와 洪총무의 생각이 다르다.

崔대표는 이날도 "개헌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선거가 코 앞에 와 있는데 어느 정당의 책임자가 유리한 방식 대신 불리한 것을 택하겠느냐"고 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洪총무와 달리 崔대표는 특검 정국으로의 전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민주당도 중대선거구제를 둘러싼 당내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정국 이슈를 국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총무들의 '거사'가 어떤 결과를 부를지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박승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