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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생산 30%감소 부른 냉해…올해 조기 개화 재연 조짐에 농가 비상

중앙일보

입력

저온 피해가 난 사과나무 꽃 모습. 사진 경북도

저온 피해가 난 사과나무 꽃 모습. 사진 경북도

올해 과수나무 꽃이 피는 시기가 평년보다 열흘 정도 빠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과수농가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과수나무 꽃이 일찍 피어 저온 피해(냉해)나 병충해가 심했는데 올해 역시 전망이 좋지 않다. 저온 피해는 특히 사과 생산량을 30%이상 감소하게 된 원인으로 꼽혔다.

사과꽃 개화 평년보다 열흘 빨라

18일 경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사과나무꽃 만개기(활짝 피는 시기)는 홍로 품종이 4월 15일, 후지는 4월 18일로 예측됐다. 이는 평년보다 8~10일 이른 시점이다. 경북 상주 지역을 기준으로 배꽃 만개기도 평년 대비 5~7일 이른 4월 14~16일, 복숭아꽃 만개기(경북 청도 기준) 역시 7~9일 이른 4월 2~4일이 될 것으로 경북농업기술원은 예상했다.

과수나무꽃이 평년보다 훨씬 일찍 피는 것은 기후변화로 평균 기온이 높아진 탓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순 전국 평균 기온은 섭씨 1.9도로 평년보다 2.1도 높았다.

이상 기후 등의 영향으로 치솟은 과일값이 내려가지 않고 있다. 사과와 배 등이 냉해 피해, 탄저병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각각 전년 대비 30.3%, 26.8% 급감해 공급부족 현상이 햇과일이 나오는 여름 이후에나 가격이 다소 안정될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이상 기후 등의 영향으로 치솟은 과일값이 내려가지 않고 있다. 사과와 배 등이 냉해 피해, 탄저병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각각 전년 대비 30.3%, 26.8% 급감해 공급부족 현상이 햇과일이 나오는 여름 이후에나 가격이 다소 안정될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과수나무꽃이 일찍 피면 저온 피해나 과수화상병 등 병해충에 취약해진다고 한다. 농업당국은 저온 피해와 과수화상병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각 농가에 홍보하며 피해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요 과일은 개화기 전후 최저 기온 영하 2도 내외(사과 2.2도, 배 1.7도, 복숭아 2.3도)에서 저온 피해가 발생한다. 저온 피해가 발생하면 수정률이 낮아져 기형적인 과일이 생기고 수확기보다 일찍 과실이 떨어지면서 수확량 감소로 직결된다.

조기 개화, 냉해·병해충 발생 우려

저온 피해를 줄이려면 로터리 작업을 통해 토양 수분 증발을 억제하고 수관(나무줄기) 하부 잡초 제거 등을 통해 태양열을 토양으로 흡수시켜야 한다.

또 상층부의 따뜻한 공기를 아래로 보내는 열풍방상팬, 물이 얼 때 발생하는 잠열을 이용할 수 있는 미세살수시설 등을 활용해야 한다. 보일러를 이용해 미온수 증기로 과원 내 온도를 높이는 살수 시스템도 도움이 된다.

과수나무꽃이 일찍 피면 과수화상병에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과수화상병 원인인 세균은 나무 틈새 등에 잠복해 겨울을 보내다가 식물 체내 양분이 많아지는 봄철에 활동을 개시한다. 특히 개화기에 꽃과 잎, 새로 나온 줄기 등이 검게 타는 듯한 증상을 일으킨다.

지난해 5월 25일 강원 원주시 한 과수 농장에서 관계자들이 과수화상병 감염목과 인근 의심목 매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25일 강원 원주시 한 과수 농장에서 관계자들이 과수화상병 감염목과 인근 의심목 매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수화상병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개화 전 방제 1회, 개화기 2회 방제가 필요하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2022년 과수화상병 예측정보시스템을 활용해 방제한 결과를 분석해보니 꽃이 만개한 후 2회(5일과 15일 후) 약제를 살포했던 기존 방법보다 방제 효과가 76.5%에서 92.7%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3월 평균기온이 펑년보다 3.3도 높은 9.4도를 기록했던 지난해에 사과 생산량이 폭락했다. 전년 56만6000t에서 30% 감소한 39만4000t에 그쳤다. 전국 사과 생산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경북 지역도 지난해 농작물 피해 면적이 축구장 4만4520개에 해당하는 3만1787㏊에 달했다. 봄철 저온 피해와 병충해부터 시작해 장마·폭염·태풍 등 여러 악재가 겹친 탓이다.

“작년 피해 반복 안돼”…적극 대응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저온 피해와 병충해 확산이 우려되자 농업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사과 주산지인 경북 영주시 봉현면 한 농가의 열풍방상팬 시범 사업 현장을 둘러보며 “지난해와 같은 수급 불안이 반복되지 않도록 생육 관리에 완벽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사과 주산지인 경북 영주시의 사과 농가를 방문해 과수원 농장주로부터 생육 관리 상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사과 주산지인 경북 영주시의 사과 농가를 방문해 과수원 농장주로부터 생육 관리 상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보다 적극적인 조치에 나선 지역도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은 지난 13일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83개 과수원 127㏊에 식물방제관과 예찰 요원 등 103명을 투입했다. 지난해 6월 이 일대 7개 과수원(1.5㏊)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서다. 양구군 역시 올해 약제 방제 공급을 3회에서 4회로 늘리고, 해안면 지역 2곳에 대인소독소까지 설치했다.

유범선 강원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은 “과수화상병 예방의 핵심인 궤양 조사 등 과수화상병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약제 살포와 농작업 도구 소독, 외부인 출입 제한 등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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