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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남북한의 것? 중국 생각은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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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조선인민군 창건일인 지난 8일 건군절 오후에 국방성을 축하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조선인민군 창건일인 지난 8일 건군절 오후에 국방성을 축하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이 급사한다. 정보기관들이 관측해온 그의 건강 상태에 따른다면 이 사태가 언제 현실이 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①정해진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영도자의 급사로 군부는 파벌 간 내전 상태에 빠진다. 급기야 남쪽을 겨냥한 장사정포 등의 통제권을 가진 군 사령관이 침략을 위협하고 이에 대응해 한미 연합군이 북진할 것을 염려한 중국은 북한에 특수부대를 보내 사태를 막으려 한다. 하지만 미국의 북 군사시설 공격으로 이들은 사망하고 중국은 이를 고의적 보복으로 인식한다.

②급변사태 발생 직후 북한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한미 연합군과 이를 먼저 확보하려는 중국군 사이 무력 충돌이 벌어진다. 또는 ③대량의 탈북민 등으로 북·중 국경 지대가 불안정해지거나 주한 미군과 직접 대치하는 상황을 우려한 중국이 완충지대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북한에 파견하고, 한·미는 북한 주민을 해방하려 북으로 진군하는 제2의 6·25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

위 이야기는 국제정치학자인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밝힌 미·중 전쟁 시나리오 중 하나다. 현 시점에서 미국과 중국 간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슈는 대만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번번이 공개 석상에서 ‘양안(兩岸)은 하나이고 하나의 중국을 위해선 얼마든지 무력 사용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2025 회계연도 국방예산안에 대만 보호를 위해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예산 5억 달러(약 6565억원)를 처음으로 책정했다고 11일 공개했다. 대만과 잡고 있는 끈을 놓지 않겠다는 또 하나의 사인이다.

대만을 앞에 두고 두 나라는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북한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런 형세를 이용해 연이어 미사일 발사와 협박 퍼레이드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급사 같은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한반도에선 어떤 일들이 전개될까. 중국은 어떤 입장과 행동을 취할까.

최근 미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실린 군사전문가 카일 미조카미의 기고문이 이 주제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중국은 북한을 침략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북한 정권이 붕괴 상황에 직면한다면 중국이 대규모 탈북자 유입을 막기 위해 전면 개입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한반도 전체로 군사 충돌이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 “중국의 입장에서 축복이자 저주”라고 규정했다. 북한이 한·미·일 자유주의 진영 특히 미국과의 직접 대치를 막는 순망치한(脣亡齒寒) 역할을 한다는 축복과, 북한의 핵개발과 거듭된 도발 행동으로 국제무대에서 중국을 난처하게 하는 문제적 존재라는 의미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미조카미는 북한 급변상황 시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이 중국 국경으로 유입될 상황이 닥친다면 체제 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중국은 분명히 이 상황을 참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경우 전면적 침공을 감행해 북한의 기존 권력 그룹을 일소해 버리고 북한에 괴뢰 위성국가를 세울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북한에 들어간다면 김정은이든 누구든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북한군의 70%가 한국과의 국경에 배치돼 있음을 거론하며 “북한 정권의 기능이 살아있다면 상당한 저항이 가능하겠지만 기능을 상실했다면 손쉬운 접수도 가능하다”고 했다.

문제는 한미 연합군과 피할 수 없는 대결이다. 미조카미는 “중국의 북한 침공에 있어 가장 위험한 측면은 미국과 한국의 북상과 동시에 군사 행동이 시작되는 경우”라며 “북진하는 군대와 남진하는 군대 사이에 실제 전투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했다.

북한 급변사태 시나리오와 이에 대비한 계획은 당사국들이 꾸준히 준비하고 업데이트해 왔다. 대표적으로 한미 연합군의 작전계획(작계) 5027과 후속 버전인 5015가 있다. 작계 5027은 전면전 발발 후 한미 연합군이 무력으로 북한을 점령·통일하기 위한 단계별 계획이다.

일례로 2010년 5027에 따르면 개전 후 90일 안에 미군이 병력 69만 명, 항공모함 5척, 함정 160여 척, 항공기 2500여 대를 한반도에 파견하도록 되어 있다. 한·미 양국이 2015년 서명한 작계 5015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사이버전, 생화학전에 대비한 계획과,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기지 선제타격, 북 수뇌부 제거 작전 등을 포함했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중국의 대응 전략은 ‘병아리 계획(小鷄計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어미 닭이고 북한이 병아리이니 급변사태 발생 시 어미가 새끼를 보호하듯 북한을 보호한다는 의미다. 유사시 중국 인민해방군이 압록강을 넘어 남포~원산을 잇는 대동강 이북 지역을 점령한다. 이와 함께 북한의 치안을 유지해 대량 탈북사태를 막고 북한에 투자한 중국 기업인들의 재산을 보호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중국은 2010년 이후 북·중 국경의 경비를 인민무장경찰이 아닌 인민해방군에 맡겼고 구 선양(瀋陽)군구 현 북부전구 소속 쾌속반응군이 포함된 정예 제39합성집단군을 북한에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도록 전진 배치했다. 백두산 지역에서 관련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2015년 원전반대그룹이라는 단체가 한국 정부 기관을 해킹해 문서들을 공개한 일이 있었다. 이중 ‘중국의 제안’이라고 내용에 명시된 문서엔 북한을 4개 지역으로 나눠 분할 통치하는 계획이 들어있었다. 한국이 평양을 제외한(평양은 4개국 공동 통치) 평안남도와 황해도, 이북의 경기도 지역을 맡는다. 미국은 강원도의 이북 지역, 러시아는 함경북도를 담당한다. 중국이 가장 넓은 영토를 통치하는데 평안북도와 함경남도, 자강도와 양강도 지역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의 완충지대를 충분히 확보하고 함경남도를 통해 동해와 맞닿게 된다.

MBN 뉴스가 보도한 '북한 4분할 통제' 보도 화면. MBN뉴스 갈무리

MBN 뉴스가 보도한 '북한 4분할 통제' 보도 화면. MBN뉴스 갈무리

물론 ‘중국의 제안’이라는 이 시나리오는 북한 급변사태를 주변 당사국 간 평화적 절차로 해결하는 그림이다. 하지만 막상 그런 일이 닥쳤을 때 평화적 해결로 끝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서로 이질적 체제를 가지고 있고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군사 대국들이 우글거리는 동아시아의 국제 질서가 이미 답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주변 어느 나라든 북한에 대한 한국의 일방적 통제권을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일본조차도 아베 신조 정부 시절 북한 지역에 대한 한국의 점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는 미국의 입장과 동일한 내용이었다.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이후 북한 급변사태 때 발생할 총 20만 명 규모의 난민 대비 계획까지 세워놨다. ‘통일은 우리 민족끼리 하는 것’이란 관념은 점점 더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인 생각이 되어가고 있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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