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작년 사교육비 27조, 또 역대 최대…학생 1명당 520만원 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교육비 급증, 부모의 한숨

초등학생 자녀 2명을 키우는 맞벌이 A(42)씨는 지난해 사교육비로 월평균 400만원을 썼다. ‘사교육 1번지’인 서울 대치동과는 거리가 먼 지방 광역시에 사는데도 가구 수익의 절반 정도를 사교육비로 지출했다. A씨는 “가끔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계속 팍팍해지니 남들이 한다는 건 다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가 사교육비를 잡겠다며 종합 대책을 내놓은 게 무색해졌다.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액과 학생 1인당 평균치가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14일 통계청은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지난해 총액이 27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교육비는 2015년부터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오르고, 2021년부터는 해마다 역대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저출산 현상에 따라 학령인구가 감소세인데도 사교육비 총액은 증가세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심화하고 사교육 업체의 마케팅이 고도화한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학생 1명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을 제외하면 55만3000원으로 뛴다.

사교육 참여율이 78.5%로 0.2%포인트 오르고, 주당 참여시간이 7.3시간으로 0.1시간 늘어난 점 역시 사교육비 총액 증가로 이어졌다. 사교육비에는 방과후학교 비용, EBS 교재비, 어학연수비 등은 빠져 있어 실제 체감하는 사교육비 부담은 조사 수치보다 더 클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제외하는 등 종합 대책을 내놓으면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을 24조2000억원으로 6.9% 줄이고,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증가율을 소비자물가상승률 이내로 감소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교육비 총액은 도리어 늘었고, 총액 증가율과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율 모두 소비자물가상승률(3.6%)을 웃돌았다.

교육계는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 갑작스럽게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이 발표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자극한 것이 사교육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의대 입시 열풍도 한몫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등학생의 증가율(6.9%)이 가장 높았다. 전년에는 초등학생(13.4%) 수치가 가장 컸고, 고등학생(9.7%) 수치는 가장 적었다.

가구별 소득 격차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양극화 현상은 더 뚜렷해졌다. 지난해 월평균 소득 300만원 미만인 가구의 학생(사교육 안 받는 학생 포함)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8만3000원,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는 67만1000만원이었다.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비 증가율은 3.5%로,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3%)보다 높았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도 여전했다. 지난해 사교육을 받은 고3 학생에 한정해 본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이 103만3000원이었지만, 전남은 그 절반도 안 되는 42만6000원에 그쳤다. 조경엽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연구실장은 “저출산 현상(2015~2022년)의 약 26%가 사교육비 증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학생 1인당 월평균 실질 사교육비가 1만원 오르면 합계출산율이 0.012명 감소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