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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사직 결의' 임박…총장들은 "국민 지켜달라" 호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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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앞 복도가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14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앞 복도가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의대 교수들의 사직 예고가 잇따르면서 의료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진료를 앞둔 환자들의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대학 총장들은 “국민 건강을 지켜달라”면서 사직 선언에 나서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결의 ‘D-1’…의대교수 사직위기 고조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를 주축으로 19개 의대가 모인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 의대교수 비대위)’는 오는 15일까지 소속 의대별로 의견을 모아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울산대의대(7일)·서울대의대(11일)에 이어 이날엔 경상국립대·원광대 의대 등이 “전공의와 학생에게 불이익이 있으면 사직서를 내겠다”고 밝혀 의대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은 확산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33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오후 8시 온라인 회의를 열고 의대생 집단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 등을 논의한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뉴스1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뉴스1

의대 교수는 병원 진료도 같이하는 겸직 신분인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들이 사직이나 겸직 해제 방식으로 함께 움직이면 환자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사직을 결의한 원광대 의대의 한 교수는 “환자 불편과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의료대란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촉발했다. 지금이라도 증원을 취소하고 대화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한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주 수업에서 의대생 3명을 데리고 수업했다”며 “가르칠 제자가 없는데 교수로서 사명은 사라진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총장들 “환자 곁 지켜달라”

13일 오후 충북대학교의과대학·충북대학교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의대 1층 대강의실에서 긴급 임시 총회를 가진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후 충북대학교의과대학·충북대학교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의대 1층 대강의실에서 긴급 임시 총회를 가진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목소리를 내는 의대 교수 단체는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와 전의교협으로 크게 나뉜다.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는 이번 사태 대응을 위해 지난 12일 결성됐다. 전의교협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진 단체다. 이들은 각자 입장이나 처한 위치 등이 달라 의대 교수 안에서 미묘한 입장차가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이 두 단체에 함께 소속된 한 국립대 의대의 비대위원장은 “의대 교수뿐 아니라 병원 진료만 하는 임상 교수도 함께하는 조직이 필요해 비대위를 새로 꾸려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 A씨는 “전의교협은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대표성을 띄기 어렵다.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할 텐데 (교수 안에서) 한목소리 내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료계에서 지금 명확한 대표성을 갖춘 대화 채널이 만들어진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채널을 만드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현재 의견을 내는 여러 주체에 대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의 단체행동에 대학 총장들의 호소도 잇따르고 있다.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의대 교수진의 추가적인 사직이 이어진다면 의료 현장의 혼란을 더욱 악화시키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은 지난 13일 교내 e메일을 통해 “의대 정원의 규모와 단계를 둘러싼 개별 입장 차이를 떠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과업이 무엇보다도 우리가 취해야 할 최고의 가치”라며 “의사 양성과 관련된 견해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진료와 의학교육 노력은 결코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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