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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75% 준다" "금투세 폐지"…민생토론회 갈지자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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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강원 춘천시 봄내체육관에서 열린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착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강원 춘천시 봄내체육관에서 열린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착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소득층에게 국가장학금을 확대해 양질의 교육기회를 보장하겠다.”(1월 4일 기획재정부 '경제정책방향')

“전체 대학생 200만명 중 150만명에게 국가장학금을 주겠다.”(3월 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

정부가 설익은 정책을 발표하고 '땜질식'으로 수정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장학금 정책이다. 지난 1월만 해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국가장학금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기조였다. 예년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두 달 뒤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중산층 이상까지 혜택 범위를 넓히겠다고 발표했다.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정책인 만큼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책을 수반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단적으로 올해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은 100만명 선으로 당초 관련 예산은 4조7205억원으로 편성했다. 수혜자를 50% 늘릴 경우 연 2조3603억원이 더 필요하다. 야당을 중심으로 “총선을 염두에 둔 선심성 대책"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존에 논의하지 않았던 정책이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한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공약이 대표적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생긴 5000만원 이상 양도차익에 대해 20~25%의 세율로 매긴다.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대통령이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폐지를 선언했다.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큰 방향을 제시한 뒤 세제·예산은 물론 부처별 중복 여부 등을 고려해 하반기에 구체화하던 기존 공식에서 벗어났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굵직한 정책이 예상과 다르게 불쑥 튀어나오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 신뢰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결국 정책 효과가 축소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금투세 폐지 등 감세 정책의 경우 '부자 감세' 논란도 있다. 11일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연 소득 78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혜택을 받는 조세지출은 2019~2021년 10조원 수준에서 2022년 12조5000억원→지난해 14조6000억원(전망치)→올해 15조4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조세지출이란 비과세·감면 등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개인 전체의 조세지출 중 고소득자 수혜 비중은 지난해 34%를 기록했다. 5년 만에 최대치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소득층의 조세지출 비중 증가는 감세 확대 때문이 아니라 고소득층의 사회보험료 납부액 증가에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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