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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불안한 세수 추이…문제는 총선 포퓰리즘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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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올해 국세 감면율 16.3%…MB정부 때보다도 높아

2012년 총선 땐 기재부가 공약 비용 분석하기도

올해 1월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3조원 늘었다. 지난해 심각했던 세수 결손에 따른 기저효과가 컸겠지만 석 달 만의 세수 반등은 그나마 다행이다. 법인세가 2000억원 감소했다는 점에선 불안한 세수 증가라고도 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세수 부족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그렇게 안심할 일이 아니다. 지난해 56조원 넘게 역대 최대의 ‘세수 펑크’를 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연속 펑크였다. 지난해 세수 감소분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가까이(44%) 된다. 기업 실적 악화가 세수 펑크의 주요인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85% 급감했다. 그만큼 상반기 세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확대 등의 감세 정책을 연말연시에 쏟아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감세 조치로 올해 국세 수입이 6조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에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재원 고민 없는 ‘묻지 마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점은 가장 큰 걱정거리다. 국민의힘은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와 경로당 주 7일 점심 제공을, 더불어민주당은 28조원의 저출산 대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간병비의 국가 책임을 확대하고 파격적인 저출산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원 대책이 빠진 공약은 유권자에 대한 공당의 예의가 아닐뿐더러 신뢰를 얻기도 힘들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지만 재정을 탕진하다시피 한 문재인 정부보다 낫다고 자위할 일이 아니다. 재정이 부족할 때마다 정부가 단골로 내세우는 대책이 비과세·감면 축소인데, 그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의 올해 조세지출보고서를 보면 국세 감면액은 2020년 51조원에서 2024년 역대 최대 규모인 77조원으로 증가했다. 세금을 감면해 주지 않았다면 세금으로 들어올 돈이 77조원이라는 뜻이다. 민간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세 감면율은 16.3%로 국가재정법이 권고하는 법정한도(14%)를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펼쳤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14.7%), 2009년(15.8%)보다도 높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핑곗거리라도 있었지만 현 정부는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나.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기획재정부는 여야의 복지성 총선 공약을 다 이행하려면 5년간 268조원이 추가로 든다는 분석을 발표했다. 선거 개입이라며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선관위 경고를 받는 등 한동안 시끄러웠지만 ‘곳간지기’ 기재부가 마땅히 할 일을 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전국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열고 있는 지금 정부는 결코 하기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