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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GO] 당나귀 턱뼈‧선인장이 악기로? 신기한 민속악기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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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에는 각 나라의 환경과 문화적 특수성이 담긴 민속악기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을 찾아 전 세계의 다양한 민속악기를 살핀 소중 학생기자단. 왼쪽부터 라틴 아메리카의 레인 스틱을 든 안수민(서울 동호초 5) 학생기자, 아프리카의 북을 손으로 두드려본 김서호(서울 자곡초 4) 학생기자, 아프리카의 칼림바를 들어 보인 왕희재(서울 마포초 5) 학생기자.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을 찾아 전 세계의 다양한 민속악기를 살핀 소중 학생기자단. 왼쪽부터 라틴 아메리카의 레인 스틱을 든 안수민(서울 동호초 5) 학생기자, 아프리카의 북을 손으로 두드려본 김서호(서울 자곡초 4) 학생기자, 아프리카의 칼림바를 들어 보인 왕희재(서울 마포초 5) 학생기자.

생김새도 음색도 다양한 각 나라 민속악기  

음악을 연주하는 데 쓰는 기구를 통틀어 악기(樂器)라 한다. 인류는 문자로 역사가 기록되기 전인 선사시대부터 악기를 사용했다. 세계 곳곳 수많은 민족이 각자의 생활 환경과 문화에 어울리는 악기를 발전시켜 왔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아프리카·중동·인도·동북아시아·동남아시아·오세아니아·유럽·아메리카 등 120여 개국에서 수집한 약 2000여 점의 전통악기 및 민속품을 소장하고 있다. 민속악기는 왕족·귀족이 아닌 일반 사람이 사용하는 악기로, 궁중에서 연주한 악기들에 비해 형태가 단순하고 연주법도 쉽다. 하지만 궁중에서 연주한 악기들과 민속악기가 정확히 구분되는 건 아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다. 민속악기는 축제나 제례, 생일·결혼식·장례식과 같은 우리의 중요한 순간에 늘 함께했다.
악기는 구석기부터 제작됐다. 동물의 뼈를 재료로 비교적 만들기 쉬웠던 피리 종류가 가장 먼저 탄생한 악기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자연에서 나는 여러 소리를 흉내 내면서 신과 소통하기 위해 악기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레인 스틱은 기다란 막대처럼 생긴 라틴 아메리카의 악기로, 속이 빈 선인장·나무에 조개껍데기·조약돌 등을 넣어 만들었다. 선인장 가시를 선인장 표면에서 안쪽으로 마치 못처럼 박았는데, 레인 스틱을 거꾸로 들면 안에 있던 조개껍데기·조약돌이 선인장 내부 및 가시와 부딪히면서 안에서 ‘차르르’ 하고 빗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낸다. 인디오들이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의식인 기우제를 지낼 때 사용하던 악기다.

1873년 모스크바 만국박람회에 전시된 독일 비제사의 피아노(뒤)와 베트남의 브론즈 드럼.

1873년 모스크바 만국박람회에 전시된 독일 비제사의 피아노(뒤)와 베트남의 브론즈 드럼.

또 전쟁 때나 농사지을 때처럼 여러 사람의 협업이 필요한 일에도 악기를 신호를 주고받는 용도로 사용했으며, 통신할 때에도 악기를 이용했다. 전시실 안 둥그런 의자처럼 생긴 악기는 베트남에서 사용하던 브론즈 드럼(트롱 동)이다. 전쟁 때면 브론즈 드럼 위에 쌀알을 올려놓는데, 적이 다가오면서 땅이 울리면 브론즈 드럼 위의 쌀알도 튀어 오른다. 이를 통해 적군의 숫자를 가늠하기도 했으며,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브론즈 드럼을 쳐서 소리를 내기도 했다.

브론즈 드럼 위쪽에는 족히 2m는 넘는 길이의 기다란 나팔처럼 생긴 알프혼이 있다. 스위스 알프스 산맥에서 소·양을 치던 목동이 사용하던 악기로 젖소의 젖을 짤 때 마음을 안정시키거나, 밤에 양들을 재우기 위해 불러 모으는 용도로 쓰였다. 또 마을회의나 전쟁을 위해 남자를 모을 때도 사용했다. 동화 ‘양치기 소년’을 보면 양치기가 늑대가 쳐들어온다고 계속 거짓말을 해서 마을 사람들의 신임을 잃는 내용이 나온다. 산 위에서는 마을 전경이 다 보이기 때문에 이렇게 알프혼을 불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위험한 일을 경고하기도 했을 것이다.

민속악기는 각 문화권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중앙아시아 민속악기 코너로 가자 염소 가죽으로 만든 공기주머니에 긴 나무관과 뿔로 된 2개의 나팔을 단 형태의 악기를 볼 수 있었다. 리비아·튀니지 등에서 사용한 백파이프인 주끄라다. 긴 나무 관으로 공기를 불어 넣은 뒤 주머니를 누르며 연주한다. 보통 백파이프는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악기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목축 문화권에서 흔한 악기다.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 역시 이슬람 세계에서 스페인을 거쳐 유럽으로 전해진 것이다.

서로 길이가 다른 대나무를 이어 붙여 만든 베트남의 악기인 클롱풋. 구멍 앞에서 손뼉을 쳐 소리를 낸다.

서로 길이가 다른 대나무를 이어 붙여 만든 베트남의 악기인 클롱풋. 구멍 앞에서 손뼉을 쳐 소리를 낸다.

동남아시아의 베트남 중부에는 서로 길이가 다른 대나무를 이어 붙여 만들어 실로폰과 비슷한 형태의 클롱풋이 있다. 실로폰처럼 표면을 두드려야 소리가 날 것 같지만, 사실은 대나무 구멍을 주걱처럼 생긴 막대로 두드리거나, 구멍 앞에서 손뼉을 쳐서 소리를 낸다.

흔히 악기를 현악기·관악기·타악기·건반악기로 분류하는데, 이 분류는 악기의 특성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클롱풋은 대나무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관악기에 속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막대로 두드리는 연주법을 사용하니 타악기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래서 악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다른 분류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를 기준으로 악기를 네 가지로 분류할 수도 있다. 실로폰처럼 자기 몸을 울려 소리를 내는 체명악기(몸울림 악기), 북처럼 막을 울려 소리를 내는 막명악기(막울림 악기), 피리처럼 공기를 떨리게 만들어 소리를 내는 기명악기, 기타처럼 줄을 울려 소리를 내는 현명악기(줄울림 악기) 등이다.

먼저 돌·금속류·뼈·나무 등 단단한 재료를 서로 부딪치거나 긁어서 자체적으로 소리를 내는 체명악기부터 살펴보자. 아프리카에는 실로폰의 사촌격인 발라폰이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음판과 그 아래 붙은 조롱박으로 이루어진 민속악기다. 음판 아래쪽에 있는 조롱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음판의 크기가 클수록 조롱박의 크기도 크다. 조롱박이 공명체 역할을 하면서 소리가 더 크고 예쁘게 난다.

실로폰의 사촌격인 아프리카의 발라폰. 나무로 만들어진 건반과 그 아래 붙은 조롱박으로 이루어졌다.

실로폰의 사촌격인 아프리카의 발라폰. 나무로 만들어진 건반과 그 아래 붙은 조롱박으로 이루어졌다.

티벳·네팔·인도·베트남 등에서 사용하는 싱잉볼 역시 그릇의 외부 금속 면을 막대로 밀어 돌리면서 생기는 마찰로 소리를 내는 체명악기다. 나무를 깎아 물고기·사슴·용을 결합한 형상으로 만든 뒤 배 부분을 파내어 그 속을 두드리면 소리가 나게 만든 물고기 모양의 악기인 목어(木魚) 역시 체명악기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 불교 문화권의 사찰에서 많이 사용한다.

두 번째로 동물의 가죽·심장막, 물고기의 껍질 등으로 만든 막을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막명악기를 만나보자. 막명악기의 대표격인 북은 전 세계 거의 모든 민족이 연주했다. 기원전 4000년경 유럽 서남부 지역에서 실린더형 북이 개발됐을 만큼 역사가 길다.

우리 전통 악기 중에서 친숙한 막명악기를 꼽자면 장구다. 장구를 비롯한 막명악기의 통은 보통 나무로 많이 만든다. 그런데 모로코의 트빌라·갈랄, 이집트의 다르부카 등 중동 지역의 북들은 나무 대신 흙을 구워 만들기도 한다. 중동 지역은 숲이 적고 사막이 많아서 나무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제 주로 튜브형의 관을 이용해 공기의 진동으로 소리를 내는 기명악기를 살펴보자. 흔히 말하는 관악기를 떠올리면 된다. 동물의 뼈, 식물의 줄기·열매, 소라고둥 등으로 만든 피리는 지구상에 가장 널리 퍼진 악기의 형태 중 하나다. 티베트 불교에서 사용되는 둥 드카르는 소라고둥으로 만든 기명악기다. 둥 드카르의 음색은 부처의 음색을 상징한다고 여겼으며, 소라 자체도 폭풍우 등 자연재해를 피해 갈 힘이 있다고 믿었다.

피리와 같은 형태 외에 단단한 물체로 공기 자체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 악기도 있다. 바로 호주의 원주민 아보리진이 비밀 의식에 사용한 불로어다. 얇은 뼛조각·나무판을 줄에 매단 뒤 머리 위로 돌리면서 웅웅거리는 소리를 낸다. 이를 통해 신의 목소리, 바람소리, 천둥소리 등을 표현했으며 주로 제례 의식에 많이 사용했다.

한연선(맨 오른쪽) 세계민속악기박물관 학예실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전 세계에서 수집한 여러 나라의 민속악기를 설명했다.

한연선(맨 오른쪽) 세계민속악기박물관 학예실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전 세계에서 수집한 여러 나라의 민속악기를 설명했다.

줄(현)을 울려서 소리를 내는 현명악기로는 피아노·기타·바이올린·하프 등이 있다. 전시실에서는 1873년 모스크바 만국박람회에 전시된 독일 비제사의 피아노를 만날 수 있다. 지금의 피아노에서는 볼 수 없는 코끼리 상아로 만든 85개의 건반과 2개의 페달을 갖고 있다. 피아노는 건반을 두드리면 피아노 안쪽에 해머가 현을 누르면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현명악기다.

현명악기의 대표 주자인 기타·바이올린의 기원은 중동과 이슬람 사회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키르기스스탄의 킬키악은 살구나무 몸통에 2현을 매어 말총으로 된 활로 연주하는 현명악기로, 바이올린의 조상이다. 또 물방울 모양의 몸통에 여러 개의 줄을 매고 픽(pick)으로 튕기며 연주하는 우드는 아랍 세계에서 널리 쓰였으며, 유럽의 기타·류트의 조상이다. 이들 악기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사용하던 것이 십자군 전쟁을 통해 유럽에 도입됐다. 중동의 악기들은 실크로드를 통해 동아시아로도 전해졌다. 우드는 8세기에 중국으로 넘어와 당나라 시절 크게 유행한 비파가 됐고, 한국에서는 향비파, 일본의 비와, 베트남의 단티바로 현지에 맞게 변형돼 발전했다.

악기는 해당 문화권의 자연환경에 따라 형태와 재료가 달라진다. 아메리카 지역에는 팔찌처럼 생긴 민속악기가 있는데, 남미에서 동물의 발톱이나 식물의 열매를 가죽 끈·막대에 연결해 만든 차차스다. 이렇게 여러 방향으로 흔들어 소리를 내는 딸랑이 종류를 래틀(Rattles)이라 한다. 차차스를 흔들면 바람소리 혹은 빗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 또 남아메리카의 피리인 시누 플룻은 펠리컨의 정강이뼈에 지공을 4개 뚫어 만들었으며, 안데스 문명에 널리 퍼진 작은 기타 형태의 악기 차랑고는 아르마딜로의 껍질로 등판을 만들었다. 페루의 팬플루트 중에는 독수리 깃으로 만든 것도 있다.

동물의 발톱이나 식물의 열매를 끈·막대로 연결해 만든 딸랑이 종류에 속하는 남미 지역 악기 차차스.

동물의 발톱이나 식물의 열매를 끈·막대로 연결해 만든 딸랑이 종류에 속하는 남미 지역 악기 차차스.

페루의 체명악기 차라이나는 당나귀 턱뼈로 만들었는데, 턱뼈의 앞부분을 손으로 잡고 뒷부분을 때리면 이빨과 이빨이 부딪혀서 ‘차락차락’ 소리가 난다. 몽골·티베트에는 불행하게 죽은 사람의 무릎뼈로 만든 야산갈링이라는 악기가 있는데 망자의 영혼을 달래주는 종교적인 의식에서 사용했다.

악기의 형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나라의 문화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개의 현을 가진 몽골의 현명악기 마두금은 머리 부분을 말머리 모양으로 장식했다. 몽골 지역에는 말·염소 등 동물의 형상을 악기에 장식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소리가 나는 모든 것들은 영혼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민속악기를 살펴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국악기나 서양 악기 외에도 다양한 환경과 문화를 반영한 악기가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익숙하지 않은 형태 때문에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악기가 만들어진 과정과 원리를 알면 훨씬 친숙하게 느껴진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음색과 리듬을 전 세계 민속악기와 함께 즐겨보자.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주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63-26
관람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5시 30분,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7000원, 초·중·고등학생 6000원, 유아 5000원, 장애인 5000원
문의: 031-946-9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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