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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이 전격공개한 그 무덤…사원 규모 어마어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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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베일을 벗다 ③메디나·제다

성지순례객으로 북적이는 메디나 선지자의 사원. 선지자 무함마드의 무덤이 녹색돔 건물 안에 있다. 무슬림이 아니면 사원 안을 들어가볼 순 없다.

성지순례객으로 북적이는 메디나 선지자의 사원. 선지자 무함마드의 무덤이 녹색돔 건물 안에 있다. 무슬림이 아니면 사원 안을 들어가볼 순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이 태동한 나라다. 우리에겐 낯선 나라이지만 전 세계 19억 무슬림에게는 생전에 꼭 가봐야 할 ‘거룩한 땅’이다. 사우디 안에서도 가장 중요한 성지는 메카 그리고 메디나다. 지난달 초 메디나에는 비(非)무슬림 관광객이 수두룩했다. 왜일까.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세계 3대 종교의 발상지가 궁금했을 테다. 기자도 직접 가보고서야 이슬람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조금 벗을 수 있었다.

무함마드가 잠든 녹색돔

무함마드가 세웠다는 쿠바 사원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무함마드가 세웠다는 쿠바 사원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이슬람 성지순례가 아닌 관광 목적으로 사우디 여행이 가능해진 건 불과 5년 전이다. 2019년 9월, 49개국에 대해 관광비자 발급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 데나 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가 태어난 도시 메카, 무함마드가 숨진 메디나는 무슬림이 아니면 철저히 출입을 금지했다. 한데 2022년 4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메디나를 개방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후 선지자 무함마드가 세웠다는 ‘쿠바 사원’, 무함마드의 무덤(녹색돔)이 있는 ‘선지자의 사원’은 이슬람 신자가 아닌 관광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사원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사원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선지자의 사원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사원 내부는 들어갈 수 없고 사진 촬영도 금지했지만 사원 마당을 거닐며 압도적인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지 가이드 ‘하딜’은 “이곳에서는 사원 내부와 마당까지 최대 170만 명이 한 번에 알라께 기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원 한편에 있는 박물관을 둘러보며 무함마드의 생애와 이슬람의 발전 과정도 살필 수 있었다. 메디나를 방문한 2월 초는 성지순례 성수기가 아니었지만, 세계 각지에서 온 무슬림으로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성지순례를 마친 이들은 희색이 만면했다.

녹색돔 사원 인근 대추야자 농장은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힌다. 농장 직원이 장미 꽃잎을 뿌리며 방문객을 반겨주는 모습.

녹색돔 사원 인근 대추야자 농장은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힌다. 농장 직원이 장미 꽃잎을 뿌리며 방문객을 반겨주는 모습.

사원 인근에는 유서 깊은 대추야자 농장이 있다. 메카를 쫓기듯 떠난 선지자 무함마드는 메디나 시민들에게 환영을 받았는데 지금의 농장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농장도 순례객의 필수 코스로 꼽힌다. 다양한 종류의 대추야자와 차를 맛보며 야자 숲에서 휴식을 취하기 좋다. 가이드는 “여기서 파는 대추야자가 마트나 기념품점보다 품질도 좋고 훨씬 싸다”고 귀띔했다.

홍해 넘실대는 제2 도시, 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제다는 홍해 해변에 자리한 도시다. 크루즈가 정박해 있고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제다는 홍해 해변에 자리한 도시다. 크루즈가 정박해 있고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메디나 혹은 메카로 가려면 홍해 관문 도시 ‘제다’를 거쳐야 한다. 이슬람교 태동 이후부터 순례객의 발길이 이어져 늘 활기가 넘쳤던 도시다. 제다는 수도 리야드 다음으로 인구(약 400만 명)가 많은 사우디 2대 도시다. 한데 서울과 부산이 다른 것처럼 제다는 리야드와 아주 다르다. 바다를 끼고 있고 예부터 수많은 외국인이 드나들면서 여러 문화가 유입된 까닭에 개방적이다. 쨍한 바다를 끼고 있어서인지 사람들도 쾌활하다. 하여 제다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이거였다.
“제다는 다르다.”

제다에서는 해산물을 즐겨 먹는다. 다금바리, 농어, 새우 등으로 만든 음식은 적당히 매콤해서 먹기 좋았다.

제다에서는 해산물을 즐겨 먹는다. 다금바리, 농어, 새우 등으로 만든 음식은 적당히 매콤해서 먹기 좋았다.

이틀 밤을 묵었던 아실라 호텔 꼭대기 층에는 루프톱 바에서 과연 색다른 사우디를 만났다. 유럽 여성 디제이가 강한 비트의 전자음악을 틀며 몸을 흔들었고 젊은 커플이 나란히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물론 술잔에 담긴 건 술이 아니었다. 사우디에서 음주는 불법이다. 클럽 분위기의 바에서도 무알코올 칵테일이나 주스를 마신다. 해변 레스토랑에서 맛본 음식도 색달랐다. 여태 다른 도시에서 맛볼 수 없었던 해산물이 그득했고 음식이 대체로 맵고 짰다. 역시 바닷가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다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알 발라드 역사지구. 목재 테라스 '로샨'을 장식한 주택들이 아름답다.

제다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알 발라드 역사지구. 목재 테라스 '로샨'을 장식한 주택들이 아름답다.

알 발라드에는 로샨 양식으로 지은 주택이 약 80여채 남아 있다. 주택의 내부 모습.

알 발라드에는 로샨 양식으로 지은 주택이 약 80여채 남아 있다. 주택의 내부 모습.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지구 ‘알 발라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정교한 문양의 목재 테라스 ‘로샨’을 갖춘 건물이 모여 있는 모습이 딴 나라 같다. 최근에는 낡은 건물이 세련된 박물관·카페·아트숍 등으로 변신 중이다. 늦은 밤, 관광객과 현지인으로 북적북적한 알 발라드 거리에서는 엄숙함 따위를 느낄 수 없었다. 작은 사원에서 이따금 울리는 기도 소리만이 이곳이 이슬람의 본산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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