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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탁구「후계자」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한국탁구가 머지않아 세계 열강 대열의 명맥이 단절될지도 모를 비상사대에 직면하고 있다.
서울올림픽에서 세계 최강 중국과 각각 2개의 금메달을 나눠가져「황홀한 순간」을 경험했던 한국탁구가 가까이는 4개월 후의 제41회 세계선수권대회(일본 지바), 그리고 멀리는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앞두고 심각한 선수기근 현상을 겪고있기 때문이다.
학생·실업선수 등을 총망라, 국내대회 중 유일하게 탁구 전 종목을 치른 제44회 종합선수권대회를 끝으로 올 시즌을 마감한 한국탁구는 탁구계에서 말하듯「줄타기하는 곡예사」와도 같은 한해를 보냈다.
서울올림픽 챔피언 유남규(23·동아생명), 89유러-아시아챔피언 김택수(21·대우증권)를 비롯해, 87뉴델리세계선수권에서 양영자와 함께 복식준우승으로 한국탁구의 간판으로 부상한 현정화(21·한국화장품), 그리고 제2인자 홍차옥(20·한국화장품)등 4명의 기성선수만으로 북경아시안게임·제1회 세계복식컵(서울)·제10회 아시아선수권(말레이시아) 등 커다란 국제대회를 체면을 지켜 가는 수준에서 힘겹게 치러냈기 때문이다.
유는 고교1년 때, 현은 중3년 때인 85년 당시의 국가대표선배들을 제치고 전국대회 단식우승을 차지하면서 당당하게 태극마크를 달았었다.
결국 오늘의 유남규·현정화가 있기까지는 과거 이에리사·정현숙·양영자 등이 그랬듯이 태극마크를 달고 최소한 5∼6년 이상의 숙성기를 거친 셈이 된다.
이 같은 상황으로 미루어 결혼과 은퇴를 눈앞에 둔 이들의 대를 이을 유망신인들이 이미 나타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남녀부 고교랭킹 1위로 1억 원대의 스카우트 비를 받고 실업팀에 오른 여자부의 정지영 이정임(이상 대우증권) 권미숙(제일모직)을 비롯해, 남자부의 추교성(동아생명) 현정식(대우증권)등 패기의 실업초년병들은 이번 대회에서도 대표2진급들인 박지현(제일합섬) 안재형(동아생명) 강희찬(대우증권) 등에게마저 모조리 패해 중반 탈락했다.
그런가 하면 다음세대의 선두주자들로 꼽히는 올 고교랭킹 1위 이철승(성의종고) 박상준 (광주숭일고) 강옥성 이상준(이상 신진공고·이상 남자) 박해정(이일여고) 김분식(근화여고) 손지연(양정여고·이상 여자)등도 실업 노장들에게만 우위를 보여 초반강세를 보였을 뿐 2, 3회전에서 모두 탈락, 기대를 무산시켰다.
결국 한국탁구는 순조로운 세대교체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 됐고 향후 2∼3년, 어쩌면 그 이상을 이들「노장」4명의 기성선수에게 계속 의존, 사실상 경기력의 답보 내지 후퇴를 면키 어려운 셈이 됐다.
이들은『92년 올림픽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하겠다』고 의욕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들의 전력은 이미 세계무대에 모두 노출되어 있고 정신력이 한계에 이르러 선의의 경쟁을 통한 경기력 향상을 기대할 수 없어 더 이상의 전력상승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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