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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 투자 1000대 보유”…美, 中맞서 AI 무인전투기 개발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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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보잉사가 공개한 무인 전투기 MQ-28 ‘고스트 배트’. 사진 보잉 홈페이지 캡처

미국 보잉사가 공개한 무인 전투기 MQ-28 ‘고스트 배트’. 사진 보잉 홈페이지 캡처

미국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무인 전투기 개발에 나섰다. F-35 전투기, B-21 전략 폭격기와 함께 공중에서 편대를 이뤄 합동 작전을 벌일 수 있는 기체로, 무장·작전 수행 능력 등에서 이미 상용화된 무인 공격기(드론)을 웃도는 전력이다. 미 공군은 해당 기체를 1000여대 확보해 태평양 등지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에 나설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 공군은 이와 같은 기능을 갖춘 협동전투기(CCA) 개발에 60억 달러(약 8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5년 이내에 수백 대, 중장기적으로 1000대 이상의 기체를 보유할 계획이다. 미 국방부는 해당 기체를 제작할 업체 두 곳을 올여름 선정하기로 했다. 이미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제너럴 아토믹스, 안두릴 등 미 군수업체들이 사업 수주를 위해 경쟁 중이다.

미군이 쓸 기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경쟁 업체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 않아서다. 다만 보잉이 지난 2021년 무인 전투기 MQ-28 ‘고스트 배트’를 공개하고, 호주 공군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고스트 배트의 전장은 11.7m로 F-16 전투기(전장 15m) 대비 4분의 1가량 작다.

안두릴은 개발 중인 무인 전투기 ‘퓨리’의 모형 이미지, 무인기 ‘리퍼’(MQ-9) 개발사 제너럴 아토믹스는 AI 기반 신형 무인기 ‘갬빗’ 시리즈의 렌더링 이미지만 공개했다. 록히드마틴과 노스럽그루먼은 현재까지 개발 프로그램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드론보다 세다…유뮤인복합체계 핵심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일에서 미 공군의 B-21 폭격기가 활주로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일에서 미 공군의 B-21 폭격기가 활주로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CCA는 조종사가 있는 전투기·폭격기가 무인전투기와 함께 작전하는 이른바 유무인복합체계(MUM-T·멈티)의 핵심 전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기체는 조종사가 탑승한 F-35 전투기와 B-21 폭격기와 같은 미 공군 주력기를 호위하고, 직접 탑재한 무기를 통해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며, 공중에서 정찰 및 통신 거점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주력 전투기를 호위했던 ‘윙맨’ 유인 전투기 역할을 대체하며 적 방공망 제압과 같은 위험한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

WSJ은 “CCA는 사람을 대신해 작전을 수행해 인명피해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제트 엔진을 탑재해 무인 공격기 MQ-1(프레데터)나 MQ-9 보다 긴 비행거리를 갖고 있어 서태평양 등 넓은 전장에서 유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이외에도 중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군사 강국들도 멈티 체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비용 부담·중국 경쟁 해결 대안

미국 방위산업체 안두릴의 '퓨리' 무인전투기 모형. 사진 안두릴 홈페이지 캡처

미국 방위산업체 안두릴의 '퓨리' 무인전투기 모형. 사진 안두릴 홈페이지 캡처

미국이 AI 무인전투기 개발을 서두르는 건 비용 압박 때문이기도 하다. 기존 군용 항공기 생산단가가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미국 내에선 미 공군이 지난 1947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에 노후한 항공기를 가지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최대 경쟁자인 중국은 공군력 강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기체 면에서 미국에 수적 우위를 가져갈 생각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군이 내세운 것이 AI 무인전투기다. 미군은 현재 AI 무인전투기의 목표 생산 가격을 2000만∼3000만 달러(260억∼400억원)로 추산하고 있는데, 방산업계에선 이를 대당 1000만 달러(130억원)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거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대당 1억 달러(1300억원)에 달하는 F-35 전투기나 7억5000만 달러(1조원)에 달하는 B-21 폭격기의 각각 10분의 1, 70분의 1 수준이다.

WSJ는 “CCA의 출현은 AI를 사용해 수천 시간 전투 및 비행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비행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의미한다”며 “지상에서 전투기를 조정할 수 있던 기술이 한 단계 진화해 자율 비행과 자율 전투 시대가 열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도 ‘KF-21’ 활용해 도전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개막한 '서울 ADEX(아덱스) 2023' 야외전시장에 KF-21 보라매 전투기가 전시돼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0월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개막한 '서울 ADEX(아덱스) 2023' 야외전시장에 KF-21 보라매 전투기가 전시돼 있다. 중앙포토

한국 공군도 멈티 체계를 갖추는 데 도전하고 있다. 공군이 구상하는 멈티 체계는 1~2대의 유인 전투기가 AI가 탑재된 무인 전투기 4~8대를 통제해 편대군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개발 중인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성능 개량에 나서고 있다. 2040년까지 KF-21이 무인 전투기 편대와 합동 작전을 하는 멈티 체계 능력을 확보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KAI는 지난 2월 AI 무인 전투기가 포함된 차세대 공중 전투체계 핵심 기술 개발에 총 102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멈티 체계는 처음 개념을 제시한 미국조차 아직 명확한 틀을 갖추고 있지 않을 정도라 무인 전투기 등에서 한국도 기술이 앞서지 못한다”며 “그럼에도 향후 무기 체계의 주력이 될 것이므로 국방 혁신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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