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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죽음 책임 묻겠다” 美, 23일 대러 추가 중대 제재 발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9일 이탈리아 로마에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을 추모하는 빔프로젝트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9일 이탈리아 로마에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을 추모하는 빔프로젝트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의 돈줄을 틀어막는 강력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 이어지고,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16일 숨진 것에 대한 책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에 있다고 규정하면서다. 유럽 역시 대러 추가 제재 논의에 나서면서 러시아를 향한 서방의 압박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0일(현지시간) 온라인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나발니의 사망에 분명 책임이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나발니에게 일어난 일과 2년에 걸친 사악하고 잔인한 전쟁 과정에서의 모든 행동에 대해 러시아에 책임을 지우는 중대(major) 제재 패키지를 23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제재는 러시아 군수 산업에 타격을 주고 러시아로 들어가는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대 제재 패키지로) 러시아 군수 산업의 다양한 부문에 적용되는 상당한 규모의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와 러시아의 군사 장비, 러시아의 적대 행위 및 압제를 지탱하는 돈의 원천 역시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발니 사망 전부터 미국은 러시아 제재를 준비 중이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우크라이나 전쟁 2년을 맞아 제재안은 이미 계획하고 있었으며 나발니가 사망하면서 제재 내용을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기와 제재 글자를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기와 제재 글자를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으로선 나발니 사망과 관계 없이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의 필요성이 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 지속되는데도 러시아가 예상 밖으로 잘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다양한 대러 제재를 내놨다. 다수의 러시아 개인과 법인을 제재 명단에 올려 서방과 거래를 막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금을 동결하고 러시아 상품 수출을 금지하거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전산망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호주 등은 2022년 12월부터 러시아산 원유에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거래하지 않도록 하는 가격 상한제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는 지난 2년간 경제적 자립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시 경제’로 탈바꿈하고, 인도 등으로 원유 수출을 하면서 자금을 확보했다. 미 싱크탱크 랜드(RAND)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연방정부의 세입은 역대 최대인 3200억 달러(약 428조원)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러시아 경제가 지난해 3% 성장했으며, 올해도 2.6%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이 신규 제재로 ‘러시아 경제 발목 잡기’를 다시 시도할 거라 예상한다.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스테판 세스타노비치 선임 연구원은 “미 정부가 (제재를 통해) 러시아 원유 수출에 적용하는 가격 상한선을 지금보다 낮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외에도 미국과 유럽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금 몰수, 러시아와 거래하는 터키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제3국 기업에 대한 제재 등도 신규 제재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에 유럽연합 깃발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9월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에 유럽연합 깃발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유럽도 러시아 제재를 논의할 방침이다. G7 순환 의장국을 맡고 있는 이탈리아는 오는 24일 우크라 전쟁 2주년을 맞아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논의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번 회의의 온라인 토론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성명을 통해 “유럽은 새로운 제재 패키지를 시작할 것이며 미국도 제재 강화를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리즘·금융정보 차관도 현재 유럽을 돌며 대러 신규 제재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러시아에 미사일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북한을 제재안 명단에 추가할 예정이다. EU가 인권 침해, 안보리 결의 위반 등을 이유로 북한 고위인사 등에 대해 제재를 부과한 적은 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대북 제재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AFP 등에 따르면 북한 국방상과 일부 북한 기업이 제재 명단에 새로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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