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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금지·학자금 대출 탕감…바이든, '표심 잡기' 정책 승부수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 카페에서 시민들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 카페에서 시민들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책 변화를 통해 ‘표심 잡기’에 나섰다. 불법 이민자의 망명 신청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긴 강력한 행정명령 도입에 나서고, 대규모 학자금 대출 탕감 프로그램도 기존 일정보다 5달 앞당겨 실시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뒤집기 위해 띄운 승부수란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CNN 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멕시코와의 남부 국경에서 이민을 억제하기 위한 일련의 새로운 행정명령과 연방 규정을 검토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도입할 조치엔 이민·국적법 조항을 활용해 불법으로 입국한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 망명 신청자에 대한 초기 심사 기준을 보다 까다롭게 높이고, 이를 충족하지 못한 사람을 신속하게 추방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 폴리티코는 이러한 정책은 다음 달 7일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 전에 발표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의식…기존 이민 정책서 급변

지난 14일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한 남성이 미국이 만들어 놓은 국경 장벽을 넘고 있는 걸 멕시코 국경 경비대 대원이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4일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한 남성이 미국이 만들어 놓은 국경 장벽을 넘고 있는 걸 멕시코 국경 경비대 대원이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러한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가 그간 취해 온 이민 정책의 전면적 변화를 뜻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 입국은 막되 이민자들이 합법적으로 망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급증하는 이민자 수로 인해 미국 내 불만 여론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주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지자 최근 입장을 선회했다. CNN은 “백악관이 고려 중인 조치는 공화당이 발의한 국경 법안 중 가장 강력한 조치의 연장선이자 트럼프 시대 논란이 됐던 조치를 연상시킨다”며 “선거일을 앞두고 국경 안보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큰 하원을 압박하려는 목적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검토 중인 망명 신청 금지 행정조치는 불법 이민자가 특정 기간 안에 일정 규모 이상 몰릴 경우 발효되는 내용을 담는 등 이달 초 상원에서 여야 협상팀이 마련한 국경 강화조치 합의안과 유사하다. 상원 합의안은 국경 문제 이슈를 대선 때까지 끌고 가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김에 의해 하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행정조치를 통한다면 하원의 반대를 우회할 수 있다.

바이든, 15만 명에 “학자금 탕감” 메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컬버 시티에서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과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컬버 시티에서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과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15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12억 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의 학자금 대출 탕감도 승인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대출 탕감 프로젝트인 ‘SAVE’(Saving on a Valuable Education) 프로그램에 등록된 약 15만3000명이 혜택 대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에게 e메일을 발송했다. “당신은 SAVE 계획에 따라 조기 대출 탕감을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에 연방 학자금 대출의 전부 또는 일부가 취소될 것”이라며 “저는 열심히 일하는 미국 가정을 위해서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메일에 명시했다.

SAVE 프로그램은 대출자 소득과 가족구성원 등에 따라 상환액을 결정하고 일정 기간이 지날 경우 남은 원금을 면제하는 제도다. 1만2000달러(약 1595만원) 이하의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이 10년 이상 빚을 상환한 경우 이번에 남은 학자금 대출을 탕감받는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6월 총 4300억 달러(약 57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연간 소득 12만5000달러(부부합산 25만 달러) 미만 가구를 대상으로 최대 2만 달러(약 2658만원)까지 학자금 채무를 면제하는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이 “정부 권한이 없고 탕감에는 의회승인이 필요하다”며 정책을 무효화하자,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 대출상환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해 지난해 8월 SAVE를 내놨다.

7월→2월 조기 시행…“젊은층 표 의식”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교육부는 당초 7월부터 SAVE에 따른 학자금 부채 탕감을 시작하려 했지만, 이달부터 수혜 대상자를 확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산층 이하의 젊은 층 표심을 의식해 학자금 탕감에 속도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학자금 대출탕감 수혜자들에게 ‘과연 누구에게 감사해야 하는 지’에 대해 분명히 하기 위해서 메일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정책 급변은 역효과” 관측도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급변과 속도전이 선거에 역효과를 낼 거란 관측도 나온다. 국경 강화 정책은 진보층에겐 이민자 보호 약속을 저버렸다는 반발, 보수층에선 행정조치를 쓸 수 있었음에도 늑장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폴리티코는 “(바이든은) 이민 옹호자들의 거센 반발과 이민자 위기를 해결할 수단을 지녔으면서도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공화당)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도 ‘선심성 포퓰리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조장’ 등의 논란이 일 수 있다. 공화당은 SAVE 프로그램이 불공정하고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반발하면서 앞으로 수천억 달러 예산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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