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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민의힘, “와이프·아이만 빼고 다 바꾸자” 하더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민주당 국회부의장 데려와 출마시키는 희극도

혁신위 강조했던 인적 쇄신 찾기 어려운 공천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오늘 국민의힘에 입당한다고 선언했다. 17대 국회에 입성한 후 서울 영등포갑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19·20·21대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어제 SNS에 “여의도 정치를 바꿔보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주장에 십분 공감했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현 지역구인 영등포갑에 출마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가 국민의힘으로 갈아탄 이유는 자명하다. 민주당에서 의정활동 하위 20%를 통보받고 컷오프됐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국회 부의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식당에서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국회 부의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식당에서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공천이 불투명하고 문제가 많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불과 2주 전까지 민주당 다선 중진의원 몫으로 국회부의장석에 앉아 있던 인물이 하루아침에 무소속도 아닌 여당으로 바꿔 같은 선거구에 출마하려는 건 누가 봐도 기이하다. 정치 금도를 벗어난 김 의원도 문제지만, 그를 파란색에서 빨간색 점퍼로 갈아입혀 출마시키려는 국민의힘 지도부 또한 명분도, 설득력도 없다. 정치를 희화화할 뿐이다.

83%가량 진행된 현시점에서 국민의힘 지역구 공천을 돌이켜 보면 과연 무슨 변화, 감동, 쇄신이 있었는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10월 등판한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와이프와 아이만 빼고 다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당시 대표 등 지도부와 친윤, 영남권 중진의 용퇴를 압박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당시 지도부 중 사무총장(이철규), 정책위의장(박대출), 수석대변인(유상범), 조직부총장(배현진) 등 핵심 인사는 모두 경선 없이 단수공천됐다. 친윤 핵심 인사도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곤 정진석·권성동·정점식·윤한홍 의원 모두 단수공천을 받았다. 쇄신한다던 영남권 다선 중진들도 대다수가 현상유지였다. 전체 현역 교체율은 현재 16%에 불과하다. 당시 혁신위가 강조했던 메시지는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이러니 장제원 의원만 억울할 듯싶다. 국민 기대와는 다르게 철저한 기득권 공천으로 일관하는 일본 자민당의 모습을 닮았다.

“이럴 거면 뭐하러 혁신위를 했던 거지”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내부에서도 “국민들은 핵관 호소인, 친윤 호소인, 나경원·안철수를 눌러앉혔던 사람들(연판장 초선들), 완장 차고 골목대장놀이 하던 사람들이 배제되길 기대했을 텐데, 아직은 거의 없다”(김근식 송파병 후보)는 쓴소리가 나온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혁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혁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공천에 정답이란 없을 터다. 평가도 결국 유권자가 할 것이다. 하지만 뭔가 크게 정치판을 바꿔줄 것이란 기대로 등장한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 아니었는가. 그렇기에 잡음 없는 ‘현역 불패’ ‘리필 공천’에서 감동을 찾으라 하고, 그에 대한 지적조차 억까(억지로 까기)라고 하니 참으로 맥 빠지고 실망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