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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하늘 은밀히 휘젓고 다닌다…시속 240㎞ 나는 '이것' 정체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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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하늘을 날고 있는 오파브. 고흥=강갑생 기자

고흥 하늘을 날고 있는 오파브. 고흥=강갑생 기자

 “위위잉….”

 지난달 28일 오후 4시 30분께 전남 고흥군 고흥읍의 활주로에서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용 기체인 오파브(OPPAV)가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오파브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UAM 실증사업을 위해 개발한 1인용 유·무인 겸용 전기수직이착륙기체(eVTOL)로 날개폭이 7m에 최대 시속은 240㎞까지 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얼핏 헬기와 경비행기를 합쳐놓은 듯한 외모로 8개의 작은 프로펠러(로터)를 이용해 뜨고 내리고, 비행하면서 내는 소음은 헬기보다 훨씬 조용했습니다. 최승욱 국토교통부 도심항공정책과장은 “오파브는 기본적인 소음 저감 기술만 적용됐다”며 “실제로 UAM 상용화를 위해 도입될 기체는 본격적인 소음저감 기술이 더해져 소음이 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항우연이 개발한 1인용 전기수직이착륙기인 오파브. 고흥=강갑생 기자

항우연이 개발한 1인용 전기수직이착륙기인 오파브. 고흥=강갑생 기자

 고흥 하늘을 한동안 빠르게, 조용히 날아다니던 오파브는 다시 사뿐히 활주로에 내려앉았는데요. 이곳은 항우연의 고흥항공센터 내에 조성된 UAM 실증단지입니다. 정부가 UAM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그랜드챌린지(GC)'를 추진하면서 조성했는데요. 20만㎡ 부지에 UAM용 기체가 수직으로 뜨고 내릴 수 있는 이착륙시설인 ‘버티포트’와 격납고, 충전시설 그리고 운항관리 및 통신 등 각종 시험이 가능한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 미국 나사(NASA)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60m와 100m 등 순항고도 별로 기체의 소음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분석하는 설비도 설치했는데요. 그야말로 UAM의 ‘요람’ 인 셈입니다. 이곳에선 현재 5개의 컨소시엄이 1단계 실증 통과를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고흥의 UAM 실증단지에 건설된 격납고. 고흥=강갑생 기자

고흥의 UAM 실증단지에 건설된 격납고. 고흥=강갑생 기자

 ▶K-UAM 드림팀(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티맵모빌리티 등) ▶UAMitra(오토플라이트, 티웨이항공, 도심항공모빌리티산업기술연구조합 등) ▶K-UAM 원팀(현대차, 대한항공, KT, 인천공항공사 등) ▶롯데 K-UAM 컨소시엄(켄코아, 롯데정보통신, 롯데건설 등) ▶UAM 퓨처팀(카카오모빌리티, LH U+, GS 건설 등) 이 그들입니다.

 삼성을 빼고는 내로라하는 국내의 대기업은 거의 다 참여한 모양새인데요. 그러면 왜 이렇게 많은 기업이 UAM에 뛰어들고 있을까요. 우선 UAM은 도심 내에서도 운용이 가능한 친환경 전기동력 수직이착륙기 등을 이용해 승객이나 화물 운송 등을 목적으로 다른 교통수단과 연계되어 운용되는 새로운 항공교통체계를 말합니다.

 좀 더 풀어서 얘기하자면 소음이 적고 친환경적인 4~5인승의 전기수직이착륙기를 이용해 도심 내, 또는 도심 주변 하늘을 빠르게 이동하는 교통시스템인데요. 물론 이를 이용하기 위한 접근교통수단과의 연계도 포함합니다. 국내에선 UAM 기체가 다닐 고도를 300~600m로 정해놓고 있는데요. 수요가 집중될 공항에는 대규모 버티포트를 건설하고, 도심에선 고층 건물의 옥상을 소형 이착륙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체증이 심한 육상교통이나 소음이 큰 장애였던 헬기교통 등에 비해 속도도 빠르고 훨씬 조용하고 친환경적인 신개념의 교통수단인 건데요. 이때문인지 세계 주요 컨설팅회사들의 전망을 보면 UAM 산업은 2040년 기준으로 최대 1조 4740억달러(약 197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거란 예측도 나옵니다.

 국토부와 항우연 등에 따르면 UAM 산업은 기체 제작, 운항관리, 모빌리티 서비스 같은 여러 분야로 나뉘는데요. 이 중에서 국내 기업들이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건 운항관리와 모빌리티서비스 분야입니다. 기체 제작보다 훨씬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현재 기체 개발은 미국 기업인 조비, 베타테크놀로지, 아처 등이 앞서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주요 컨설팅사의 UAM 시장 전망. 자료 국토교통부

주요 컨설팅사의 UAM 시장 전망. 자료 국토교통부

 국내 컨소시엄들은 기체는 외국에서 들여올 계획이지만 운항관리와 모밀리티서비스 등은 자체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입니다. 정기훈 항우연 K-UAM 그랜드챌린지 운용국장은 “이들 분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주요 UAM 추진국가들과 비교해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1단계 실증을 통과한 컨소시엄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수도권의 아라뱃길(경인운하)과 한강, 탄천 위에 설정된 ’실증회랑‘을 비행하는 2단계 실증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도심 안팎을 실제로 날아다니며 소음과 통신 장애 등 상용화를 대비한 각종 사항을 점검할 예정입니다.

 이때 조비가 제작한 S4 기체가 실제로 선을 보일지도 관심입니다. SK텔레콤이 도입할 예정인 S-4는 5인승으로 현재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형식승인을 받는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체 개발에선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SK텔레콤이 도입 예정인 조비의 S4 기체.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이 도입 예정인 조비의 S4 기체. 사진 SK텔레콤

 김정일 SK텔레콤 UAM 추진담당은 “국내에 들여올 조비의 기체가 4월쯤 제작이 완료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각종 안전검사를 거쳐 이를 통과하면 도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하늘에서 실제로 비행하는 모습을 선보이는 일정은 다소 유동적”이라고 말합니다.

 정부는 1단계, 2단계 실증 사업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는 실제로 승객을 실어나르는 상용화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갖고 있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일 겁니다. UAM에 대한 국내외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바로 안전이었습니다.

UAM 2단계 실증계획. 자료 국토교통부

UAM 2단계 실증계획. 자료 국토교통부

 UAM이 궁극적으로는 무인자율비행을 추구하지만, 상용화 초기에는 조종사가 있는 유인비행을 하려는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측면이 큽니다. 물론 원활한 기체 확보도 과제입니다. 조비의 S4를 비롯해 국내 컨소시엄들이 도입하려는 기체가 실제로 언제 국내에서 선을 보일지 아직은 명확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활한 비행 관제를 위한 안정적인 통신망 구축도 요구됩니다.

 업계에선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서 관련 예산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실증사업에서 기체는 기업들이 들여오겠지만 버티포트 등 관련 인프라는 정부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현재 편성된 예산으로는 상당히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우려라고 합니다.

 UAM은 도심 안팎 교통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쟁력만 확보된다면 해외 진출도 가능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평가됩니다. 조만간 수도권 하늘을 안전하면서도 조용하고 빠르게 날아다니는 UAM 기체를 볼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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