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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휴전 멀어지나…"구호품 받으려던 피란민 피격, 수백명 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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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휴전·인질 석방 협상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피란민이 몰려있는 가자지구 남부 라파 등에 대한 공격 계획을 재차 밝혔다. 국제사회는 민간인의 대규모 인명 피해를 우려하면서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하마스 요구는 망상, 휴전 협상 안될 수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텔아비브의 키르야 군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하마스의 망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요구라는 '벽돌담'(brick wall)에 직면했다”며 “테러리스트 단체(하마스)는 자신들의 요구가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합의 근처에도 오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협상이 성사될 것이라고 약속할 수 없다”면서 “다만 협상이 타결되든, 그렇지 않든 기필코 모든 인질을 데려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미국·카타르·이집트는 지난달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4자 회의를 열고 하마스에 가자지구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을 골자로 한 협상안을 제안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40일간의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보안 사범 10명씩 교환하는 내용의 4자 회의 협상안을 검토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며칠 내로 협상이 타결돼 휴전이 시작되기를 고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7일 파리 엘리제궁을 공식 방문한 카타르 국왕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와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7일 파리 엘리제궁을 공식 방문한 카타르 국왕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와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비난하며, 협상 타결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 선을 그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카타르에서 휴전안에 대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엔 여전히 엄청난 의견차가 있다”면서 “아직 돌파구가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와 가자 중부에서 하마스 해체를 위한 공세를 확대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전투 지역에서 민간인을 대피시킨 뒤 작전을 수행하는 등 국제법을 준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작전의 자유를 누리는 상황을 쟁취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완전한 승리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라파에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 약 230만 명 중 140만 명이 피란 중이다. 본격적인 시가전이 개시되면 엄청난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라파 지상전에 반대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해왔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남부 도시 라파에 위치한 피란민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남부 도시 라파에 위치한 피란민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軍 총격에 팔 주민 수백명 사상

하마스도 휴전 협상 결렬 가능성을 경고했다. 전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구호품을 기다리던 팔레스타인 주민 수백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해서다.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번 사건으로 최소 112명 사망하고 28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공습이 아닌 지상군 발포로 이 정도의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나온 건 극히 드문 일이다. 하마스는 “휴전 협상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은 분명 비극”이라면서도 “군중들이 구호품을 빨리 받기 위해 서로 밀치며 질주하다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일뿐, 총에 맞은 주민은 극소수였다”고 반박했다. 아비 하이만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발포 사유에 대해서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을 향해 접근했고 군은 위협을 느껴 발포했다”고 CNN에 전했다.

팔레스타인 측과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 점령군의 추악한 학살”이라고 비난했고, 프랑스 외교부는 “(이스라엘의 총격은)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성명을 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구호품을 받으려다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사망한 팔레스타인인들의 가족들이 슬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구호품을 받으려다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사망한 팔레스타인인들의 가족들이 슬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 “절박한 상황에 놓인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에 대한 시급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현재까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이 최소 3만35명 숨지고 7만 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유엔은 가자지구 230만 인구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기아에 직면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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