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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RSU 향한 규제 허들, 신중히 접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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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변호사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변호사

일부 상장기업들이 주요 임직원에 대한 보상수단(성과급)으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도입하고 있다. RSU는 일정 기간(3~10년) 이상 재직한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무상 지급하는 성과보상 제도다. 2000년대 초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를 시작으로 애플, 구글, 테슬라 등으로 확산했다.

최근엔 또 다른 주식 기반의 보상 제도인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보다 더 널리 활용되는 추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매년 보수의 80% 이상, 한화로 1000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RSU로 받고 있다.

일본 상장기업의 3분의 1가량도 RSU를 채택하고 있다. 핵심 인재를 유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평가받으면서다. RSU를 부여받으면 ‘잠재적 주주’로서 회사에 대한 로열티도 기대할 수 있다.

스톡옵션과 RSU는 주가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부담한다는 사실은 같지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선 RSU가 유리하다. 스톡옵션은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그 부여 대상과 한도·행사 기한 등을 엄격하게 제한받는다. RSU는 이런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미국에서는 정관에 따라 신주 발행 또는 구주 부여 방식으로 RSU를 지급하고 있다. 국내 상법도 자기 주식의 취득·처분 시 목적과 용도를 제한하지 않아 RSU가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RSU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자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은 공시를 의무화했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임직원 및 대주주에 대한 주식 보상 정보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다만 RSU의 부여 대상과 조건 등에 대해 ‘규제 허들’을 첩첩이 쌓는 것은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주식 기반의 성과급은 경영진이 미래 리스크를 진다는 차원에서 현금 성과급보다 높게 책정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자사주 지급이 과도하게 이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행법상 자사주 취득은 배당 가능 이익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또 자사주 취득은 경영권 방어 및 주가 부양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기업들은 중장기적으로 시장 가치를 높이고, 인재를 확보·유지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새로운 인센티브 도입에 적극적이다. 이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이론적·실무적인 관점에서 RSU 부여 대상자를 주주 경영인이나, 전문 경영인이냐를 잣대로 차별할 근거도 없다. 과세도 크게 어려운 이슈가 아니다. 기존의 스톡옵션처럼 조건이 성취돼 주식을 받은 날의 시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게 타당할 듯하다.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RSU는 죄가 없다.

최승재 세종대학교 법학과 교수(학부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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