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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과지방 삼겹살 논란이 안타까운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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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허선진 중앙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

허선진 중앙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

최근 과지방삼겹 논란 관련해 축산을 전공하고 식육을 연구해 온 학자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논란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부 유통업체의 얄팍한 상술이 업계 문제로 과도하게 확대 재생산된 측면이 있다. 논란 부위는 법적으로 삼겹살 부위로 사실 위법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소비자가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가장 선호도가 낮은 부위만을 모아 판매했다는 게 논란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연구실에서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하면 신선육 삼겹살은 지방함량이 적은 부위를 소비자가 선호한다. 그러나 막상 조리하면 지방함량이 높은 부위의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다. 그래서 맛과 품질 면에서 봤을 때 이 논란은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 국내 식육 시장 절반이 돼지고기이고, 그 매출 절반 이상이 삼겹살 판매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 위치는 절대적이다. 그러므로 이 불필요한 논란은 소비자 권익은 물론이고, 선량한 식육 시장과 업계 전체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방함량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고기로 규정하는 것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수입산은 지방 두께가 얇고 규격도 국내산보다 균일하다. 그러나 국내산 삼겹살이 값싼 수입산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된 이유는 분명하다. 지방함량이 높은 국내산 삼겹살이 수입산보다 더 맛있기 때문이다. 돼지는 같은 품종과 사육 방식이라도 동절기는 지방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삼겹살 지방함량을 줄이는 것은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조치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풍미가 감소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돼지는 특정 부위 지방만을 줄이는 사육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삼겹살 지방을 줄이는 사육 방식은 다른 지방도 감소시켜, 결국 전체 풍미 저하로 이어진다. 지방을 과도하게 줄이면 결국 풍미가 감소하고 그렇게 되면 지방함량 높은 이베리코 같은 수입산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일부 유통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삼겹살의 국제 경쟁력이 감소해선 안 될 것이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이번 논란에 섣불리 대응하기보다 면밀하게 해결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삼겹살 사랑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가 업계를 위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는 특정 부위만 판매하려는 식육업계의 얄팍한 상술은 반성해야만 한다.

식품 선호도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고, 소비자 설득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선택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다. 이번 논란으로 범 축산업계가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고품질 삼겹살 생산을 고민하고 노력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허선진 중앙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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