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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공공조달과 혁신기업, 수어지교를 꿈꾸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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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임기근 조달청장

임기근 조달청장

중소·벤처·혁신기업의 벗! 올해 조달청 업무계획의 뼈대를 이루는 캐치프레이즈다. 조달청은 중소·벤처·혁신기업의 벗이 되고 싶다. 흉허물을 터놓고 나누며, 서로의 재능과 실력을 알아봐 주는 진짜 벗이 되고 싶다. 혁신기업이 물고기가 되고 조달시장이 물이 되어 혁신기업이 조달시장에서 마음껏 뛰놀고 성장하는 수어지교(水魚之交)를 맺고 싶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한 해에 사들이는 물품과 공사계약의 규모가 20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총생산의 1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조달시장에 57만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이 중 97%가 중소기업이다. 혁신기업의 제품을 민간시장이 성숙하기 전에 정부가 첫 번째로 구매해주는 혁신제품 구매제도도 2019년부터 가동 중이다. 공공기관과 수의계약이 가능하고 공공구매에 대해 감사원으로부터 면책이 적용되는 혁신기업이 1558개이다. 지난달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조달청이 지정한 혁신기업 11개사가 혁신상을 받았다. 수어지교를 맺을 수 있는 잠재력과 단초는 충분하다.

다만 경제사회적으로 위험요인을 주목해야 한다. 가장 큰 변수는 낮은 합계 출산율이다. 한국은 미국·독일 등 다른 선진국보다 노동생산성도 낮다. 모두 잠재성장률의 복병이다. 살길은 분명하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서둘러 만들고, 혁신기업을 잘 키워 단위 생산능력을 높여야 한다. 조달청도 발 벗고 나서겠다.

제일 먼저, 공세적인 현장규제 혁파다. 조달청은 정책부서이자 현장조직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설문에 중소·벤처기업의 44.6%가 규제로 인해 애로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족쇄를 풀어야 한다. 현장의 아우성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결과를 피드백할 것이다. 즉시 개선하기 어려운 숙제에 대해서는 ‘안된다’는 말 대신 시범도입이나 단계적 적용이라는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둘째, 공공판로 지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공공판로는 기본이고, 공공조달시장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기업들은 정책금융, 마케팅, 전문 인력양성, 해외시장개척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것이다. 정부부처 간 협업의 모범사례가 어떤 것인지 보여줄 것이다. 셋째, 공공조달 길잡이가 도입된다. 기술력과 혁신성이 뛰어난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조달시장 진출에 대한 열망 또한 지니고 있으나, 방법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기업인들도 많다. 공공조달 길잡이가 이런 분들께 조달시장 진입에 적합한 통로와 정보를 안내해 줄 것이다.

백아절현(伯牙絶絃). 알아주는 이 없어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고 했던가. 기술력을 갖춘 혁신기업이 알아주는 이가 없어 사업을 접는 일만은 더 이상 없도록 하겠다.

임기근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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