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거듭 의료계에 '대표성 있는 대화 채널'을 만들자고 요구하고 있다. 개원가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협)뿐 아니라 의대 교수와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담는 대표단을 구성해 대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원 팀’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공의 복귀 시점을 하루 앞두고 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대상자도 이날 큰 폭으로 늘었다. 전날 발표(26일)된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57개 수련병원의 7036명이었는데, 이날 발표(27일)에선 100개 수련병원 9267명으로 늘었다. 27일 하루 만에 2000명 넘는 전공의가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셈이다.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면서 정부는 연일 “대표성 있는 대화 채널을 만들어 달라”고 의료계에 요구하고 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표성을 갖춘 구성원을 의료계 내에서 중지를 모아 제안해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틀 전(26일)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대표성을 갖춰주면 보다 효율적인 대화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와 협상할 단일 주체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학교수들, 전공의 모두 각각 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협)만으론 현 사태를 논의할 대표성을 갖춘 단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사협회는 의료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접촉해 말씀을 들어보면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정부가) 의협 권위를 떨어뜨려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지지율이 30%밖에 안 된다고 정통성·대표성을 인정 안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 의협의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도 똘똘 뭉치고 있는 계기가 돼 굉장히 고맙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을 비롯한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 동료이자 선생’으로서 교수진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의대 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나 의대교수협의회 등 단체가 공식적으로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의대증원을 둘러싼 대학별 입장이 미묘하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단체행동의 주체이자 대화 채널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일주일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 전환한 대전협의 입장은 지난 21일 새벽 7개 요구안을 담은 새벽 성명서가 마지막이다. 그 직후 신문・방송・라디오 인터뷰에 응했던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