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데버라 리비(65)의 신작 소설 『모든 것을 본 남자』가 지난 7일 국내 출간됐다.
리비는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인 영국 부커상 후보에 세 번 이름을 올린 작가다. '포스트 찰스 디킨스'로 불리는 제이디 스미스, 브렉시트 후의 영국 사회를 그린 계절 4부작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앨리 스미스 등과 함께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꼽힌다.
소설은 1980년대 런던에 사는 젊은 역사학자 솔 애들러가 동유럽 공산주의를 연구하기 위해 동베를린으로 떠나며 시작된다. 애들러가 예기치 않은 자동차 사고를 당하며 여러 관계가 어긋나게 되고, 이 사고를 기점으로 애들러는 미래를 보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28살의 애들러와 56살의 애들러의 이야기가 뒤죽박죽 교차하면서 전개된다. 56살의 애들러는 지나온 시간 속에서 '나는 누구였는가' 묻는다.
리비는 이 책으로 2019년 부커상·골드스미스상 후보에 올랐고 이듬해 이혼과 모성, 여성 작가로서의 정체성 등을 다룬 에세이『살림 비용』으로 페미나상을 받았다.
국내에 리비의 장편 소설이 소개되는 것은 『핫 밀크』에 이어 『모든 것을 본 남자』가 두 번째다. 최근 데버라 리비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페미나상 수상작부터 얘기해보자. 『살림 비용』은 이혼 후 찾아온 깨달음을 담은 자서전이다. 또 다른 자전적 에세이『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서는 여성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다뤘다. 여성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 '세상은 여성의 것이기도 하다'(The world belongs to women, too)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간단한 문장이지만 절대 간단하지 않은 이야기다. 특히 중년 여자는 젠더와 나이라는 두 가지 제약을 안게 된다. 『살림 비용』은 그에 대한 이야기다.
- 에세이 뿐 아니라 소설에서도 정체성과 권력 문제를 자주 다뤘다.
- 여러 작품을 쓰며 권력이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을 바꾸는지, 인간관계를 어떻게 비틀어 놓는지 탐구해왔다. 주인공은 대부분 정체성 혼란을 겪는 인물이다. 자신을 잘 알고 있거나 평탄한 인생을 사는 캐릭터에는 관심이 없다.
- 희곡으로 시작해 시와 소설, 에세이 등을 썼다.
- 시는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 독자가 시를 읽으며 어떤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이 아니라 이미지가 말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연극도 여백이 필요하다. 배우의 몸짓, 음악, 의상, 조명 같은 여러 요소가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글을 덜어내야 한다. 반대로 소설은 글로만 승부한다. 각각의 재미가 있다.
- 『모든 것을 본 남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교차하는 복잡한 구조의 소설이다. 28세의 솔 애들러와 56세의 솔 애들러의 이야기가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며 그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 나는 이 소설을 '금이 간 거울'이라고 부른다. 쪼개진 틈 양쪽에 과거와 미래가 있다.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과거는 현재에 살아있고, 현재는 미래에 살아 있으니까. 이런 형식 때문에 소설을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걸 바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때때로 우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지만, 그 또한 괜찮다. 책을 이해하는 것이든,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든 시간이 필요하다.
- 한국에 소개된 첫 장편 『핫 밀크』에는 모녀 관계의 복잡성이 드러난다.
- 『핫 밀크』는 자신의 병을 이용해 딸을 영원히 곁에 두고 싶어하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다. 가정 내 권력 관계에 오랜 시간 관심을 가졌다. 권력은 흥미로운 주제이며, 특히 가족 이야기와 결합했을 때 격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 소설을 쓰는 궁극적 목적은
-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다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