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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취득세 4배 낸다…오피스텔 70%가 주거용인데, 호적은 '사무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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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장원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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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기자

안장원 기자

2015년 주택건설 업계가 국토부에 오피스텔 바닥난방 확대와 발코니 설치 허용을 건의했다. 주거용에 적합하게 전용면적 85㎡ 이하 바닥난방 제한을 풀고 화재 시 임시대피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발코니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국토부는 “오피스텔은 (주거보다) 업무가 주”라며 “건의사항을 수용하면 주택과 차별성이 없어지고 주거환경의 질 저하, 법적 운영 혼란 야기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6년 뒤인 2021년 11월 정부는 바닥난방을 120㎡까지 풀었다. 지난달에는 발코니 설치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77만가구가 오피스텔에 거주
다가구·다세대보다 공급 많아
마지막 규제 발코니 금지 풀어
청약·세제 기준은 '오락가락'

정부는 도심 소형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오피스텔 건축규제로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발코니 설치 금지를 풀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모습. 뉴스1

정부는 도심 소형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오피스텔 건축규제로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발코니 설치 금지를 풀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모습. 뉴스1

정부가 기존 정책을 뒤집으면서 내세운 명분은 오피스텔의 주거 기능 개선이다. 정부는 바닥난방 확대 때는 “대안 주거로서 오피스텔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고, 발코니 허용과 관련해서는 “쾌적한 주거여건을 갖춘 오피스텔 공급 촉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몸을 풀어오던 오피스텔을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 하지만 더 풀어야 할 매듭이 적지 않다.

오피스텔 거주 비율 7년 새 두 배로

오피스텔은 이미 사실상 주택으로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의 주택 총조사 결과 2022년 기준으로 전국 2177만 가구 중 3.5%인 77만 가구가 오피스텔을 거처로 삼아 살고 있다. 서울에선 410만 가구 중 24만 가구(5.9%)다. 2015년에 비해 7년 새 비율이 두배로 올라갔다. 전국 오피스텔 115만실 중 70% 정도가 주거용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오피스텔 거처 비중이 아직은 다가구·다세대주택 등에 밀리지만 증가 속도는 추월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오피스텔 허가 물량이 다가구·다세대주택보다 많다.

이진 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은 “오피스텔의 주거 기능이 좋아지면서 아파트 대체재로 관심을 끌고 공급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오피스텔은 1980년대 초반 호텔에서 호적에 오르지 못한 채 태어났다. 호텔들이 사무실로 쓸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오피스(사무실)와 호텔을 합친 이름이 만들어졌다. 1983년 최초의 오피스텔이라고 내세운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성지빌딩 광고를 보면 화장실·욕조를 갖춘 사무실 모습이다.

오피스텔은 법적으로 1988년 건축물의 용도별 분류에 업무시설로 이름을 올리며 제도화됐다. ‘업무를 주로 하는 시설의 각 개별실에 일부 주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됐다.

바닥난방·주민공동시설·발코니 허용

처음에 업무 중심이었던 오피스텔 성격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주거 쪽으로 이동했다. 금지된 바닥난방이 2006년 50㎡까지, 2009년 85㎡까지 풀렸다.

2010년 오피스텔이 '준주택'으로 신분 변화가 생기면서 주거 비중이 급격히 커졌다. 준주택이란 주택이 아니지만 주거시설로 이용 가능한 시설을 말한다. 이전에는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쓰면 불법 용도변경에 해당했지만, 준주택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해 욕실 크기(5㎡) 제한과 욕조 설치 금지, 전용면적 중 업무 부분 70% 이상 규정이 폐지됐다. 주거용 오피스텔이란 말도 공식화했다.

바닥난방 금지는 2021년 120㎡까지 풀렸다. 120㎡는 전용면적에 발코니 확장 면적을 합친 85㎡ 아파트 실사용 면적과 비슷하다.

실제 사용면적도 넓어졌다. 2014년 오피스텔 전용면적 산정 기준이 벽체 중심선에서 아파트와 같은 벽체 내부선(안목치수)로 바뀌었다. 전용면적 계산에서 빠지는 벽두께만큼 전용면적이 넓어진다.

오피스텔 내부 구조에서 1988년 생겨 40년 가까이 유지돼온 마지막 금기인 발코니 설치 금지가 지난달 정부 발표에 따라 조만간 없어진다. 발코니를 설치할 수 있는 대신 아파트처럼 확장할 수는 없다. 발코니가 없어 실내에서 세탁하고 빨래를 말려야 하는 불편이 사라지게 됐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같은 부대·복리시설을 갖출 수 없었는데 지난해 말 경로당·어린이집 등 주민공동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안팎으로 명실공히 아파트라 해도 손색이 없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청약제도와 가격 규제를 받지 않고 주거지역, 상업지역 등 용도지역에 상관없이 거의 어디서든 지을 수 있는 오피스텔이 주거를 제약하는 건축규제에서 거의 다 벗어났다"고 말했다.

주택보다 취득세 4배 많아

오피스텔이 사무실에서 아파트로 거의 환골탈태했지만, 관련 제도는 여전히 주택과 업무시설 사이에서 뒤죽박죽이다.

오피스텔은 정식으로 주택시장에 끼이지 못하고 있다.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택보급률 통계에서 제외된다. 주택보급률은 일반가구 수 대비 주택 수 비율이다. 2022년 기준으로 전국 102.1%, 서울 96.6%다. 실제로 주거용으로 쓰는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합치면 전국이 105.7%, 서울은 98.9%로 올라간다. 사실상 주택으로 쓰는 오피스텔이 빠짐으로써 주택 수급 상황이 왜곡되는 셈이다.

발코니가 없는 현행 오피스텔 평면도 예시.

발코니가 없는 현행 오피스텔 평면도 예시.

취득세도 마찬가지다. 주거용 오피스텔을 사더라도 주택(1~3%)보다 높은 건물 취득세(4%)를 적용받는다. 취득가격 6억원의 세금이 주택은 660만원이지만 오피스텔은 4배가 넘는 2760만원이다.

보유하거나 매도할 때는 실질과세 원칙을 내세워 주택 세제를 적용받는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적용을 중단했지만 여러 채를 갖고 있으면 종부세·양도세의 다주택자 중과 대상이다. 중과 적용을 받지 않으면 업무시설보다 주택의 세금이 대체로 적다. 한 채만 있으면 1주택자 특례 혜택도 있다.

오피스텔 보유세(재산세, 종부세)를 주택으로 내는 게 유리한 다른 이유도 있다. 과세표준(세금 계산 기준 금액)이 같은 시세의 아파트보다 훨씬 적기 때이다. 아파트는 대개 시세의 70% 선인 공시가격으로 보유세를 매긴다. 오피스텔은 상가 같은 일반 건물처럼 공시가격이 없고 건물원가와 공시지가를 합친 시가표준액이 기준이다. 시가표준액이 공시가격의 절반 이하다.

오피스텔도 아파트처럼 공시가격을 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2016년 마련됐지만 7년이 지나도록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 그 바람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간 세금 불균형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주택이 아니다 보니 아무리 비싼 오피스텔에 살더라도 무주택 자격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오피스텔 건축규제 완화 못지않게 오피스텔을 둘러싼 복잡한 제도도 정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