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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 일주일…정부 "29일까지 미복귀 때 면허 정지" 시한 제시하며 압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일주일째 접어들면서, 사직서를 낸 전공의가 1만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29일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하며 전공의 복귀를 재차 호소했다. 의-정이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3월부터 인턴·전임의마저 이탈하면 의료 공백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복귀 시점을 통보하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1일 지나면 사법절차 불가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6일 브리핑에서 전공의 상대로 “29일까지 현장에 복귀해달라”고 호소하면서 “이때까지 돌아온다면 지나간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한)책임은 묻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에게 구체적 복귀 시한을 통보한 것은 처음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까지 병원에 돌아오면 현행법 위반에 대해 최대한 정상 참작한다는 설명이지만 동시에 이 시한을 넘기면 원칙대로 사법절차를 강행하겠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정부는 2020년 파업 때처럼 사후 구제나 선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복지부는 의사 집단행동 관련한 법률자문을 위해 법무부로부터 검사를 파견받고 관련 채비를 마친 상태다.

박 차관은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라며 “면허정지 처분은 사유가 기록에 남아 해외취업 등 이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강조했다. 면허정지 처분에 따른 해외 취업 등에서의 불이익도 언급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들 사이에서 ‘한국 의사 그만두고 미국 의사시험 봐서 의사 되겠다’ 이렇게 준비하는 분들도 있는데 한국 의사 면허 등이 참조될 것”이라며 “기록에 남지 않도록 숙고해달라”고 당부했다.  3월 1일 전공의들 미복귀 시 즉각 처분이 이뤄지느냐는 질의에는 “3·1절 다음 주말이 껴 일반 의료진은 통상 출근하지 않는다”라며 “정상 출근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와 기소 등 추가 사법처리도 예고했다.

이탈 전공의 9000여명 

정부에 따르면 주요 100곳 수련병원(전공의 95% 근무)을 서면 점검한 결과 전공의 80.5%인 1만34명(23일 19시 기준)이 사직서를 냈다. 수리된 사례는 아직 없다. 병원을 떠난 이들이 9006명(72.3%)에 달한다. 업무개시명령을 받고 복귀한 전공의 비율은 20% 미만으로 추산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지 일주일째인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지 일주일째인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의대생 휴학도 이어지고 있다. 40곳 의과대학 중 14곳 847명이 23~25일 사흘 동안 휴학을 추가로 신청했다. 3개 대학 64명은 휴학을 철회했다. 2개 대학 2명에서 휴학 허가가 있었지만, 정부는 “유급 및 입대 사유로 동맹 휴학 허가는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11곳 대학에선 수업 거부가 확인됐다.

환자 피해 사례도 연일 늘고 있다. 수술 지연 31건, 진료 거절 3건 등 의사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38건 추가됐다. 17건에 대해서는 피해 보상 등 법률 상담을 지원했다.

정부는 응급의료기관 대부분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민수 차관은 “전체 409개소 중 96%에 해당하는 392개소는 정상 운영되고 있다”라며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진료 감소율은 2.5% 수준으로 집단행동 이후에도 큰 변동없이 운영되고 있다. 일부 혼란은 있지만, 진료에 큰 차질이 없다”고 했다.

PA 간호사, 내일부터 시범사업 

정부는 지난 23일부터 비대면 진료를 모든 병·의원으로 전면 허용한 데 이어 27일부터는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가 법적 보호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게 시범사업을 당겨 하기로 했다. 앞서 간호사들이 PA뿐 아니라 일반 간호사까지 전공의 업무를 강제로 떠맡으면서 불법 의료행위에 노출돼 있다며 법적 보호를 요구한 데 대한 후속 조치이다.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는 의료기관장이 내부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간호부서장과 협의해 결정할 수 있게 했다. 박 차관은 “진료 지원 업무 범위를 현장에서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 지침을 오늘 안내할 것”이라며 “이번 시범사업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시행하는 것으로 현장에서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꾸고 있는 간호사들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5일 경기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서 병동 간호사들이 근무 교대 전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경기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서 병동 간호사들이 근무 교대 전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의대 정원 규모를 포함해 논의할 수 있다며 의료계에 대표성 있는 협의체 구성원을 마련해달라고 제안했다. 박 차관은 “불법 상태를 풀고 대화의 장에 나와 모든 논제를 포함해 의료개혁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투쟁 의지를 높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로 환자를 진료하라고 할 상황”이라며 “모두 같이 공멸의 길로 가느냐, 끝까지 저항할 것이냐 선택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달 3일 예정된 총궐기대회를 두고 “정부 정책에 항거하는 대장정의 시작점”이라며 “총동원령에 준하는 참여를 호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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