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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불가" 응급실 7곳 뺑뺑이…80대 심정지 환자 결국 숨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5일 119대원들이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5일 119대원들이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주말 사이 대전에서 응급실 ‘전화 뺑뺑이’를 돌던 80대 심정지 환자가 약 1시간 만에 병원에 도착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부산에서는 타 지역으로 넘어가느라 병원 이송에만 2시간이 걸린 사례도 나왔다.

대전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낮 12시쯤 의식 장애를 겪던 80대 A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갔으나 전화로 진료 가능한 응급실을 확인하다 53분 만에 대전의 한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에 도착한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병원 7곳이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치료 불가 등 사유로 수용 불가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에서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인한 구급대 지연 이송 건수는 23건이었다. 주말 사이에만 18건의 지연 이송이 발생했다.

지난 23일 오전 10시쯤에는 50대 남성이 의식 저하와 마비 증세로 구급차에 실려 왔으나, 중환자실·의료진 부재 등을 이유로 병원 6곳에서 거부당해 53분 만에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 날 오전 1시쯤에는 40대 남성이 경련을 일으켜 119에 신고했으나, 의료진 파업 등 사유로 병원 8곳으로부터 수용 불가를 통보받은 뒤 37분 만에 한 대학병원에 이송됐다.

부산에서는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타 시도로 이송된 사례가 6건 발생했다. 지역별로 경남 창원 1건, 김해 1건, 진주 1건, 울산 2건, 양산부산대병원 1건이며, 이중 이송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경우는 2시간가량이다.

26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구급 차량의 응급환자 병원 이송이 지연된 사례는 42건이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시작된 지 약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각 지자체는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비상 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있다.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소방·의료 관계자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소방 당국은 의료 현장의 혼란을 고려해 비응급 상황 시 119 신고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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