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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감복했어요"...하버드 오케스트라, 투표로 방한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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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하버드 래드클리프 오케스트라(HRO)의 무대. 다음달 내한한다. 지휘봉을 잡은 이가 페데리코 코르테제 지휘자. 사진제공 HRO

하버드 래드클리프 오케스트라(HRO)의 무대. 다음달 내한한다. 지휘봉을 잡은 이가 페데리코 코르테제 지휘자. 사진제공 HRO

미국 최고(最古)의 오케스트라가 서울에 온다. 하버드 래드클리프 오케스트라(HRO)가 주인공. 선망의 대상인 하버드 대학교 학생들로 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다. 다음 달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 무대를 올리는 이 오케스트라의 창단은 18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반도에선 조선 시대, 정조 다음 순조가 통치하던 때다. 래드클리프는 하버드가 남학교로 개교했을 당시 함께 있던 여학교 이름이다.

19세기 초부터 음악의 향연을 펼쳐온 HRO와 인연을 함께 한 인물의 면면은 전설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1939년 졸업)부터 첼리스트 요요 마(76년 졸업) 등 화려함 그 자체다. 현재 단원은 약 120명으로, 그중 6명인 한국 출신이다. 쟁쟁한 HRO 단원들을 통솔하는 지휘자는 누구일까. 마에스트로 페데리코 코르테제를 최근 줌으로 만났다. 그는 지난달 6일 별세한 세계적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小澤征爾)의 수제자이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HRO의 해외 무대 공연 장소로 서울을 선정한 배경은.  
"HRO는 4년에 1회 해외 공연을 여는 데, 단원들이 직접 투표로 결정을 한다. 한국 학생들의 열정과 한국이 가진 역사적 배경 및 분단의 상처 등을 딛고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 등에 단원들이 감복해 서울 공연을 결정하게 됐다. 이번이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내한인데, 2015년에는 예술의전당 무대에 섰다. 당시 한국 관객의 뜨거운 열기에 크게 감동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국과 하버드대 사이엔 특별한 유대감도 있고, 한국계 단원들도 훌륭해서 여러모로 기대가 크다."  
하버드 래드클리프 오케스트라(HRO) 지휘자 페데리코 코르테제. 사진 제공 HRO

하버드 래드클리프 오케스트라(HRO) 지휘자 페데리코 코르테제. 사진 제공 HRO

오자와 세이지와의 인연도 들려달라.  
"지난해 말, 건강이 안 좋으시다는 가족의 전언을 받고 인사를 드렸다. 가슴이 아프다. 지휘자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존경스러운 분이었다. 엄격하면서도 따스하고, 여러모로 특별했다. 항상 미소를 띠면서 선문답처럼 말씀을 툭 던지시는 데, 그 자리에서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아서 다시 질문을 하면 '알게 될 걸세'라고 답했다. 막상 무대에 서면 '아, 이 뜻이었구나' 했다. 한때 내가 이탈리아 오페라 작품을 다 안다고 자부했던 때가 있었는데, 선생님의 연주를 듣고 아니라고 바로 깨달았다."  
오자와 세이지의 젊은 시절. 지난달 작고했다. [중앙포토]

오자와 세이지의 젊은 시절. 지난달 작고했다. [중앙포토]

HRO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했나.
"한 번은 유스(youth,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적이 있는데,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후 인연이 닿아 HRO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자기들의 지휘자가 되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몇몇 학생들이 내 얘기를 했다고 한다. 오디션 과정도 긴장감이 넘친다기 보다는 편안한 모임 같았다."  
프로 연주자들이 아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는 것은 다를 텐데.  
"맞다. 사실, 나는 꽤나 직설적이고, 항상 달콤하지만은 사람이다(웃음). 학생들을 혼내게 될 때도 많다. 학생들에겐 더 요구사항이 많아야 하고, 우리가 향해야 할 목표를 제시해줘야 한다. 프로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휘자가 포기를 해 버리면 학생들도 바로 포기한다. 그렇기에 애정을 더 갖게 되는 거 같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나도 성장한다는 거다. 지휘라는 건 단지 지휘봉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단원들 모두와 함께 하나의 곡에 대한 이해를 해나가는 여정이다."  
한국계 학생들도 다수 참여하는 하버드 래드클리프 오케스트라(HRO). 사진 제공 HRO

한국계 학생들도 다수 참여하는 하버드 래드클리프 오케스트라(HRO). 사진 제공 HRO

선택에 후회는 없나.  
"전혀. 프로 지휘자가 된다면 사실 지구 곳곳을 바쁘게 비행하며 다양한 무대를 갖게 된다. 그런 삶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런 친구들을 존경하는 마음도 있다. 그러나 내겐 그런 삶은 피곤하고 스트레스다. 학생들과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이 삶을 사랑한다."  
HRO의 목표는.  
"학생들을 프로 연주자로서 다음 단계로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개성이 강한 각각의 학생들의 능력을 끌어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생을 이해하는 것이다. 음악의 정수는 인생이니까. 그 열정을 나누는 이들이 꼭 프로이거나, 전공자일 필요는 없다."   

이번 공연에서 HRO는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과 한국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과 탈북 피아니스트 황상혁의 무대 등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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