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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금 늘려도 10년 뒤 배출" vs 의협 "필수 의료 기피가 핵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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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8호 03면

23일 TV 토론을 벌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왼쪽)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 [뉴시스]

23일 TV 토론을 벌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왼쪽)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 [뉴시스]

전공의 사직 나흘째인 23일 정부와 의료계가 공개 토론을 벌였지만 의대 증원을 놓고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끝났다. 양측은 이번 사태를 촉발한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해서도 “양보할 문제가 아니다(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양보할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이 협상의 걸림돌(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이라며 설전을 벌였다.

이날 KBS 1TV에서 90여 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토론에서 양측은 의사 부족을 둘러싼 판단에서부터 공방을 주고받았다. 박 차관은 “우리나라 의료 수요는 고령화 등으로 인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공급은 한정돼 있다 보니 대형병원에 긴 대기 시간이 생기고 상경 진료, 응급실 뺑뺑이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외국은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선 당일에 전문의를 만나지 못하는 문제는 전혀 없다”며 “국민이 느끼기에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필수 의료과에 일부 부족한 것은 맞다”며 “필수 의료과를 기피하는 원인이 뭔지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일을 하는 이른바 필수과가 낮은 수가와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인해 기피되는 게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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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더 나아가 기술 발전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의사 감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외국에 비해 의료 이용 횟수가 3배 정도 많다. 과도한 의료 이용 횟수를 줄여나간다면 오히려 의사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면서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국내 최고 연구자들도 공통적으로 (2035년이면) 1만여 명이 부족하다고 예측하고 있다”며 “의사 인력 재배치와 인공지능(AI) 도입 등에 따른 업무 효율 증가로 일부 채울 수는 있겠지만 (의사가 부족한) 기본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2000명’이란 증원 규모를 의료계와 협의 없이 확정한 데 대해서도 양측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김 위원장은 “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제시한 2000명 얘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며 논의 절차를 문제 삼은 반면 박 차관은 “지난해 1월 대통령 업무보고 때 증원 계획을 밝혔고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28번 만나 논의를 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김 위원장이 “2000명에서 한 발도 양보할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이 지금 협상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하자 박 차관은 “(증원 숫자는) 협상을 통해 밀고 당기고 할 문제가 아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차관은 “의대 정원을 늘려도 당장 내년에 의사들이 나오는 게 아니고 10년 후에 나온다. 그래서 지금 결정해야만 하고, 늦어질수록 국민 고통만 커질 것”이라며 증원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방송 중 전화가 연결된 안선영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 이사는 “정부도, 의협도 환자를 내팽개쳤다”며 하루빨리 해법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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