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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명이면 결과 바꾼다"는 ARS, 팬덤 결집 친명에 유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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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8호 05면

야당 공천 논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모두 여론조사를 공천 지표로 쓴다.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배제)에도, 경선에도 쓴다. 유독 민주당에서 잡음이 나온다. 정치경제 칼럼니스트 조귀동은 페이스북에 “사실 예견됐던 일”이라며 “이건 공천의 ‘기술적인 문제’에서부터 이미 판이 짜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동응답방식(ARS)의 설문조사를 핵심으로 꼽았다.

실제 두 당의 조사방법론은 다르다. 민주당은 ARS를 전용하고, 국민의힘은 전화면접조사와 ARS를 혼용하지만, 컷오프와 경선처럼 중요 조사엔 전화면접조사를 쓴다.

ARS 조사는 기계음이란 한계 탓에 응답률이 상당히 낮다. 통상 100통 전화해서 한두 건 설문을 완료할 수 있으면 양호한 수준이다. 끝까지 참고 답하는, 강성지지층 응답률이 높다.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가 폭증하면 이런 경향성은 강해진다. 이 때문에 한국갤럽·한국리서치 등 국내 주요 여론조사기관 30여 곳이 가입한 한국조사협회(KORA)는 지난해 ARS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춘석 한국조사협회 대변인은 “ARS 조사는 응답률이 낮아 정치 고관여층이나 조직적으로 동원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참여할 개연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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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안팎에선 “500명만 있으면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들 말한다.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서울 강서갑 경선에서 비주류 금태섭 의원이 무명의 친문 후보(강선우)에게 패배한 게 상징적 장면이었다. 그 사이 민주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됐다. 2022년 당 대표 선거에서 이 대표의 당선이 예상됐음에도 권리당원 35만5000여 명(81.3%)이 투표했다. 특히 수도권·호남에 표가 많았다. 단순 계산해도 지역구당 수도권은 1000명 안팎, 전남은 5000명을 상회했다. 실제 총선을 앞두고 이들 지역 경선에서 ‘친명’ 후보들이 현역 의원들을 압도하는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대단히 예민한 조사인데도 민주당은 널리 알려진 ARS업체를 쓰지 않는다. 23일 현재 중앙선관위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 2015년 무렵부터 등록된 여론조사 숫자만 봐도 확연하다. 지난해 의원평가 하위 20% 조사업체 중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만 165건이었고 리서치디앤에이 9건, 우리리서치 25건, 티브릿지(2020년 이전엔 타임리서치) 40건에 불과했다. 이번 경선 조사엔 KSOI 대신 유앤미리서치가 들어갔고 나머지 3개 사는 동일했다. 복수의 당직자에 따르면, 처음에는 3개 업체만 선정했으나 나중 1개 업체를 추가했다고 한다. 추가 선정 업체가 최근 ‘현역 배제 여론조사’를 옛 이름으로 실시해 논란을 일으킨 리서치디앤에이다. ‘친명’ 김병기 의원의 입김이 있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회사(리서치디앤에이)가 부당하게 배제됐다고 들어 ‘절차대로 하라’는 의견을 전달했고 다음 날 그 업체를 추가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들 업체는 이전에도 민주당 일을 했다. 2022년 지방선거 때 충남도당 일도 했는데 그때도 리서치디앤에이가 논란이었다. 이번 업체 선정 과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미 업체가 정해져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민주당이 중시한 건 로열티였던 것 같다”고 했다. 한마디로 논란 있을 수 있는 조사를 ‘충성도 높은’ 회사들과 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은 덜 논쟁적이다. 전화면접 조사의 경우 ARS보다 응답률이 높아, 무당층도 잘 잡히는 것으로 나와서다. 열혈 지지자들의 영향이 제한적이다. 조사업체도 큰 규모다. 한국조사협회로부터 정치사회 매출 상위권 10여 곳을 추천받아 한두 곳을 제외하고 모두 투입했다. 당에선 “전화면접조사가 믿을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ARS 조사를 하는 이유를 돈 때문이라고 한다. 전화면접조사는 수천만원(표본 1000명 기준) 드는 데 비해 ARS는 수백만원이면 돼서다. 하지만 보조금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더 받는다.

정치권에선 돈 아닌 다른 요인에서 찾는다. 조귀동 칼럼니스트가 언급한 ‘판 짜는 기술’ 말이다. 쉽게 말해 ‘팬덤’을 동원해 반대편을 배제하고 자기 권력을 강화하는 데 유리하다는 의미다. 열린우리당 시절의 ‘친노’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치학자 박상훈 박사도 유사한 분석을 하는데 출발을 온라인당원 가입을 권장한 2016년으로 본다. 그는 “이른바 ‘문빠’가 중심이 돼 10만 명 가까운 온라인 당원을 가입시킨 게 계기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이들이 주도했다”며 “2022년 대선과 이후 당 대표 선거를 기점으로 이번엔 이재명 팬덤이 같은 방식을 이어갔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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