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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압박 나선 나발니 유족 “러 당국, 비밀 장례식 강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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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8호 10면

옥중 의문사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69)가 22일(현지시간) 아들의 시신을 확인했지만, 러시아 당국이 ‘비밀 장례식’을 강요하고 협박했다고 폭로했다. 같은 날 그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47)와 딸 다샤 나발나야(23)는 미국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다.

이날 CNN 등에 따르면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는 아들이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나발니가 수감돼 있던 감옥 근처인 시베리아 살레하르트 마을의 영안실에서 어제 아들의 시신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당국 관계자가) 법적으로 아들의 시신을 나에게 바로 넘겨줘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아들을 어디에, 언제, 어떻게 묻어야 하는지 조건을 걸며 협박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비밀 장례식에 동의하지 않으면 아들의 시신에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말했다.

나발니가 설립한 반부패재단의 이반 즈다노프 대표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의 시신 인도 조건에는 ‘군중이 모이지 않도록 가족끼리 장례를 치르고, 관련 발표도 하지 않아야 하며, 시신을 지정된 비행기로 모스크바로 이송해 지정된 묘지에 묻어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나발니의 사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나발니 측 대변인은 사망진단서에 ‘자연사’라고 적혀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와 딸 다샤를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나발니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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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주년을 하루 앞둔 23일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신규 제재를 발표했다. 그는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용감한 반부패 운동가이자 푸틴의 반대파였던 나발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러시아에 대해 500개 이상의 신규 제재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번 제재는 러시아의 금융, 방위 산업, 조달 네트워크, 여러 대륙에 걸친 제재 회피자뿐 아니라, 나발니 투옥과 관련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제재를 통해 반드시 푸틴은 (자신이 저지른) 해외 침략과 국내 탄압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출 제한 조치도 발표했다. 러시아 군사 산업단지뿐 아니라, 러시아의 전쟁 무기를 비밀리에 지원한 100여 개의 기업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도 부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의 에너지 수익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조력자로 북한을 거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은 엄청난 용기를 가지고 싸우고 있지만, 탄약이 부족한 상태”라면서 “이들이 이란과 북한의 무기와 탄약으로 무장한 러시아의 무자비한 공격에 맞서 방어선을 지켜내려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물자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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