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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의도 병원 이탈 조짐…“근무계약 끝난 내달이 분수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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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21일 오후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앞 사물함에 학생들이 벗어놓은 실습용 가운과 토시가 걸려 있다. 이 학교 의대생들의 96.7%가 휴학에 동참했다. [뉴스1]

지난 21일 오후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앞 사물함에 학생들이 벗어놓은 실습용 가운과 토시가 걸려 있다. 이 학교 의대생들의 96.7%가 휴학에 동참했다. [뉴스1]

정부의 엄정대응 방침에도 현장을 떠나는 전공의가 늘고 있다. 여기에 전임의들마저 가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47곳 현장점검, 53곳 서면보고) 소속 전공의의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냈다. 전날보다 459명이 늘었다. 100개 수련병원은 전국 전공의(1만3000여 명)의 95%가 근무한다. 근무지 이탈자는 8024명으로, 사직서를 낸 대다수가 업무를 중단했다. 복지부는 앞서 명령을 내린 인원을 제외한 808명에게 추가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어기면 의사면허 정지 등에 나서겠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전날에도 법무부·행정안전부·검찰·경찰 합동 브리핑을 통해 “명령을 거부하거나 거부를 주도하는 세력은 구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강경대응 기조도 현장의 이탈을 막지 못한 셈이다.

진료 공백은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 접수된 피해 사례는 총 57건이다. 수술 지연 44건, 진료 거절 6건, 진료예약 취소 5건, 입원 지연 2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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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들마저 근무를 중단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증을 딴 뒤 병원에 남아 1~2년 세부 과정을 거치는 이들을 말한다. 임상강사·펠로 등으로도 불린다. 이들은 전공의 사직 후 대형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 병동 당직 업무 등을 대신해 왔는데,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말로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전임의 중 상당수가 병원과 재계약하지 않는 방식으로 떠나는 걸 고려하고 있다.

수도권 종합병원 전임의 A씨는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껴 이달 말까지 근무하고 쉬겠다는 전임의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병원에 근무하는 다른 전임의는 “지금 그만두면 교수님들이 모든 걸 떠안게 돼, 동료 전임의 모두가 일단 함께 가기로 했다”면서도 “계약 시점인 3월부터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고 했다. 의사 커뮤니티에도 “펠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3월이 분수령이 될 것”이란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의료계, 특히 전임의 의존도가 높은 빅5 병원은 긴장 분위기다. 이들 병원에는 전임의가 200~300명가량 있다. 전체 의료진의 10% 이상, 많게는 20%에 육박한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전임의까지 빠지면 수술뿐 아니라 외래 등 전반적으로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다음 달 3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단체행동 찬반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를 “자식(환자)을 볼모로, 매 맞는 아내(의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이라고 비판해 ‘부적절한 비유’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연일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정부와 의협은 23일 오후 생방송 TV토론을 갖기로 했다. 복지부에서는 박민수 차관이, 의협에선 김택우 비대위원장이 토론자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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